저축銀 양극화 심각... "M&A 규제로 군소업체 고사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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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銀 양극화 심각... "M&A 규제로 군소업체 고사 직전"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7.0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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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31개 총자산이 전체 80% 육박
'알짜' JT 매물도 규제 탓에 관심 밖
업계 관계자들 "인수합병 규제 풀어 진입과 퇴로 열어야"

저축은행 업계의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활한 인수합병(M&A)을 가로막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 완화로 군소 저축은행들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JT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왔지만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JT저축은행의 실적은 알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총자산은 1조3,897억원으로 업계 15위이며, BIS자기자본비율도 업계 권고치인 8%를 훌쩍 넘는 11.21%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이처럼 건실한 매물에도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인수합병 규제를 지목하고 있다.

취재진이 금융당국에 확인한 관련 규제들은 △단일 대주주가 은행 3개 이상 소유 금지 △영업구역이 다른 저축은행은 2개까지만 운영 가능 △각기 다른 영업구역에 소재한 은행간 합병 금지 등이다. 

일본 금융지주사 J트러스트 그룹 측은 산하의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을 합병할 계획이었다가 당국의 반대로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민국·머스트삼일·대원·유니온·DH·스마트저축은행 등이 인수합병을 고대하고 있지만 성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국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무궁화신탁이 실사를 끝내고 매각 막바지 절차까지 갔다가 지금은 중단된 상태다.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기준이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는 2011년 파산사태로 비롯됐다.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예금의 절반인 4조5,942억원을 불법적으로 각종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대출해준 것이 화근이 됐다.  

2011년 2월 금융위원회는 부산저축은행을 포함한 8개 저축은행을 영업정지 조치했다. 특히 영업정지 전날 밤 VIP 고객과 저축은행 관계자들의 친인척들이 미리 예금을 인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렀다. 

이후 저축은행들은 각종 규제로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실상 예대마진에만 의존하는 기형적 수익구조를 갖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저축은행들이 현재 엄격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정부분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기록적 저금리 기조로 지방 군소 저축은행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저축은행과의 격차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상위 10개의 총자산이 업권 전체 자산의 49.01%, 상위 31개의 총자산은 전체 총자산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저축은행 거래도 대형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저축은행 이용 건수는 총 639만1,593으로 전년 동기 581만8,638건 대비 9%가 늘었다. 전체 증가수의 81.5%가 상위 6개(SBI, OK,웰컴, 페퍼, JT친애, 애큐온) 저축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분간 대형 저축은행과 군소 저축은행 사이의 격차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금융당국은 자산규모와 재무건전성이 높은 저축은행은 신용공여한도를 높여주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우수한 저축은행들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신용공여한도는 동일인 또는 특정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액의 한도를 설정한 것으로 대출을 분산해 신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제도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산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자기자본 20% 내로 제한됐다.

이 외에도 모바일 플랫폼을 갖춘 대형 저축은행(웰컴·OK·유진·페퍼·SBI저축은행)들의 호실적이 겹치면서 군소 저축은행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활한 인수합병을 통해 군소 저축은행들의 활로를 열어주는 길 외에 달리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한 저축은행들도 인수합병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경쟁력있는 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나친 규제로 '생태계' 순환을 막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 역시 "저축은행 업계도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원활한 진입과 퇴출을 길을 열어줘야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수합병 규제 완화와 관련해 "현재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과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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