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매매 복마전①] 잔금 달랬더니 웬 덩치들이... '미끼 상품'에 우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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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매매 복마전①] 잔금 달랬더니 웬 덩치들이... '미끼 상품'에 우는 소비자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7.06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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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카닷컴, 자체 정화활동에도 허위·미끼매물 극성
"허위 0.1% 미만” 엔카 주장, 보증품일 경우 해당
문제는 딜러가 올린 매물... 돈만 내면 등록 가능
각종 커뮤니티에 '허위매물 가리는 법'까지 올라와
업계 "개인피해 수수방관, 적극적으로 피해 막아야"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서울시 동대문구에 사는 회사원 A(27)씨는 최근 한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 차량을 구입하려다 스트레스만 받았다. 2000만원에 월 35만원씩 납부하라는 매매 사원(딜러)의 말에 A씨는 중고차 업체를 찾아갔지만 현장에서 딴소리를 들어야 했다. 해당 업체 소속 매매 사원은 “5분 전에 차가 사고나서 공업소에 들어갔다”며 “같은 차량인데 9000만원에 월160만원씩 납부하라”고 집요하게 설득했다. ‘허위매물’이라는 사실을 안 A씨가 “안 사겠다”고 하자 중고차 매매 사원은 “수고비로 1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사는 회사원 B(45)씨는 한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려다가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중고차를 팔려고 글을 올려놓자 ”시세보다 100~150만원 더 주겠다“는 딜러가 등장한 것. 그 딜러는 차 값의 절반가량을 입금해 줬고, B씨는 관련 서류를 넘겨줬다. B씨가 잔금을 달라고 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체격이 건장한 남성들이 나타나 잔금을 주지 않겠다며 위협한 것이다. 결국 B씨는 헐값에 차를 넘기게 됐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서 허위매물과 각종 사기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선 일부 중고차 거래 플랫폼 회사가 허위매물 문제를 개선하기는커녕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피해사례가 속출하며 중고차 시장이 ‘흙탕물’로 변하자, 허위매물을 없애고 직접 차량의 상태를 인증하는 형식을 갖춘 업체들이 앞다퉈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엔카(구 SK엔카)’이다. 자체 보증과 정보 공유, 안심예약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사진=엔카 홈페이지 캡처
사진=엔카 홈페이지 캡처

대기업 계열이 중고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중고차 매매 거래 투명성 제고, 차주 및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고 신뢰하고 있는 거래질서 구현”을 강조했다.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혼탁해진 중고차 시장이 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신뢰할만한 메이저 브랜드를 앞세운 이들 기업이 중고차 시장에서 보여준 모습은 다소 실망스럽다. 

과거 SK그룹이 설립한 SK엔카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고차 시장 1위로 떠올랐다. 2013년 중고차 시장이 생계형 적합업종 전신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며 사업 확장이 막히자 SK는 중고차 사업을 정리했다. 엔카는 2017년 11월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매각되면서 SK그룹 계열에서 제외됐다. 국내 최대 규모 중고차 거래 플랫폼 ‘SK엔카닷컴’은 출범 2년 만에 SK 브랜드와 작별했다.

‘SK’가 빠졌지만, 여전히 엔카는 인지도 면에서 국내 톱이라고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엔카닷컴에 등록된 차량은 약 80만5000대, 실거래 추정치를 기준으로 할때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약 250만대이다. 엔카의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엔카에서는 허위매물 차단을 위해 ‘클린엔카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간 거래에서 신뢰를 높여야 엔카도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엔카닷컴은 실시간 사이트 모니터링을 통해 허위매물로 의심되는 차량을 검수한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운영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숨어 있는 허위 매물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소비자를 가장한 미스터리 쇼퍼 활동도 벌인다고 회사 관계자는 덧붙였다.

개인이 오프라인에서 허위매물로 피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차량을 등록한 사용자(딜러 포함)는 1년 동안 엔카를 이용할 수 없다. 해당 사용자가 소속된 상사도 불이익을 받는다. 

엔카에 따르면 이 캠페인을 시작한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허위매물은 38% 가량 감소했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일주일에 1만5000대의 매물이 올라오고, 이 중 허위매물 비율은 0.1%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엔카가 (시장에) 들어와 중고차 시장을 정화한 효과는 확실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엔카는 외판, 프레임 교환이나 판금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주요부위 교환이 없는 문짝 등의 단순교환은 '무사고'로 보증해주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진단 마크'가 붙은 차량들은 대부분 엔카에 올라 있는 동급 매물에 비해 가격대가 높다. 진단 결과 오류가 발견될 경우 3개월·5000㎞ 이내에서 진단비의 최대 20배를 보상해 준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엔카보증'을 내놨다. 가입 대상 차량이 고장 날 경우 딜러나 보험사를 통하지 않고 SK엔카를 통해 100% 보증한다. 구매 시점 기준 최대 6개월·1만㎞까지 보증해준다.

'진단' 혹은 '보증' 상품은 사실상 자체 상품이기에 허위 매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회사 관계자의 '허위 매물 비율 0.1% 미만' 주장도 '진단' 혹은 '보증' 상품을 기준으로 하면 신뢰할 만하다. 

문제는 딜러나 개인이 올리는 매물이다. 개인 혹은 중고차매매법인 소속 딜러는 소정의 등록비만 내면 '진단'이나 '보증'을 받고 않고도 얼마든지 차량 매물을 올릴 수 있다. 딜러나 개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허위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위매물은 0.1% 미만'이라는 회사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엔카닷컴에서 허위매물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들 매물은 대부분 동급 시세 대비 20~30% 저력한 가격에 등록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중고차 매매에 있어 필수적인 성능기록부나 보험이력이 기재돼 있지 않다는 공통점도 있다. 매물 등록지가 특정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것도 허위매물의 특징 중 하나이다. 주의를 기울이면 '허위매물'을 걸러낼 수 있지만,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라면 언제든지 허위매물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상존한다.

유튜브와 블로그, 각종 커뮤니티 등에는 ‘엔카에서 허위매물 가리는 법’을 알려주는 내용의 콘텐츠까지 올라오고 있다. 그 만큼 허위매물 문제는 심각하다. 

한 포털사이트 화면 캡쳐.
한 포털사이트 화면 캡쳐.

엔카 측은  "앞으로도 클린엔카 캠페인, 엔카보증, 엔카진단 등을 통해 허위매물 근절하고 신뢰매물을 만들기 위해 지속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이 뛰어들어 인증 형식을 통해 기존에 혼탁한 중고차 시장을 정화한 효과는 있지만, 소비자 피해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고차 플랫폼 회사는 개인간 거래에 따른 피해에 책임이 없다며 수수방관했다“며 “개인간 거래가 눈앞의 매출에는 득이지만, 소비자 피해가 늘어나면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1년간 이용 중지 등 소극적 조치보다 더 적극적으로 피해를 막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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