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주에서 순수령까지’ 막걸리 ‘글로벌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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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주에서 순수령까지’ 막걸리 ‘글로벌주’로 떠오른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4.15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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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주조 양조장. 사진=한국막걸리협회

[시경 위크엔드] 막걸리는 수년 전 열풍을 일으켰다. 명동 일대는 한때 막걸리가 동이 나기도 했다. 최근 정부에서 이같은 막걸리 열풍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막걸리 산업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막걸리 양조 대가들은 양조사업에 뛰어든 젊은사업가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있고, 그 결과 각 지역마다 수제 막걸리들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감미료를 통한 천편일률적인 맛을 내고 있는 막걸리의 평준화를 막기 위해 정부는 ‘막걸리 순수령’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막걸리 본연의 맛을 지키기 위함이다. 또 와인처럼 글로벌 주류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막걸리가 세계적인 술로 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제는 우리 쌀로 만든 ‘프리미엄 막걸리 시대’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막걸리는 우리나라의 대표 주류였다. 그러나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등을 겪으면서 맥주 등 외국 주류가 수입됐고, 막걸리산업은 급속도로 사양길에 접어든다.

서민들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향토문화전자대전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는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2008년에 일본에서 막걸리 열풍이 일어났다. ‘한국 여성들의 피부가 좋은 이유는 막걸리를 마시기 때문이다’는 이야기가 일본에서 확산됐고, 명동에서 막걸리가 동이 났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열풍이 불기 시작해 오늘날의 프리미엄 막걸리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 시대가 되자 서민들의 술, 저가의 술이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던 막걸리는 격이 높아졌고, 다양한 지역 막걸리를 선보임으로 다양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다른 외국주류와의 비교 될 정도로 막걸리의 정체성은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한 상태다.

지금은 이 프리미엄 막걸리를 편의점에서 사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는 그만큼 막걸리업계가 ‘프리미엄’을 무기로 경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격 차이가 나는 프리미엄 막걸리는 재료와 제조과정도 정말 다를까.

막걸리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제조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고, 재료와 식품 첨가물이 더 건강하게 바뀌었다.

일반적인 막걸리는 항아리보다 보통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를 시킨다. 항아리에 발효를 시키기에는 많은 양을 옮기기도, 섞어주기 힘들고 무겁다. 몇 몇 양조장은 항아리를 고집하는데 그 이유는 온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항아리가 숨을 쉰다고 표현하는데, 술 자체가 좀 더 자연스러워 지고 풍미도 깊어진다고 한다.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한 막걸리의 라벨. 사진=시장경제신문

다른 재료라 함은 ‘쌀’(米)인데, 값 싼 수입쌀 대신 국내산 쌀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국내산 쌀 중에서도 명품 쌀로 평가받는 ‘여주 쌀’, ‘이천 쌀’, ‘평택 햅쌀’ 등으로 술을 제조해 프리미엄 막걸리는 되는 것이다. 값 싼 쌀과 명품의 쌀의 가격은 심할 때는 몇 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또, 막걸리 본연의 맛을 증폭시키기 위해 식품 첨가물은 줄이는 대신 쌀, 누룩 등의 원재료를 많이 사용하게 돼 가격이 올라가는 게 된다.

이 밖에도 잣 막걸리, 밀 막걸리, 좁쌀 막걸리 등 다양한 곡류로 빚은 지역적인 막걸리도 최근 들어 프리미엄 막걸리로 부상하고 있다.

◇ ‘밀주’ 규제 푼 정부, 하우스 주류 넘어 ‘순수령’까지 막걸리 세계화 가동

독일의 맥주 순수형 문서.

“막걸리 고유의 제조법을 지키라!”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쌀이 부족한 시절이어서 나라에서는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을 금지(1965년 양곡관리법)해 몰래 술을 만드는 ‘밀주’가 유행했다. 하지만 1990년부터 쌀이 남아돌면서 쌀 막걸리를 허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정부가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 막걸리를 장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론 더 늘어날 추세다. 지금은 음식점안에서 양조장을 만들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점포 주인이 만든 음식과 막걸리도 판매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개정 당시 동네마다 어울리는 막걸리를 만들어 경제 활성화를 돕고자 했다. 가평의 ‘잣 막걸리’, 제주도의 ‘좁쌀 막걸리’ 등을 우리 국민들이 맛볼 수 있는 이유도 바로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전국에 하우스 막걸리를 제조하는 곳이 1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 하우스 막걸리를 넘어 ‘막걸리 순수령’를 준비하고 있다. 쌀, 발효제, 물로만 빚은 막걸리에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다. 최근 들어 막걸리 제조사들이 값 싸게 인위적인 단맛을 내기 위해 아스타팜, 사카린 등의 감미료를 넣다보니 막걸리 전통의 맛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다.

독일에서도 1500년대에 사업자들이 맥주에 이런 저런 첨가물을 포함시키니까 이를 막기 위해 ‘맥주 순수령’(맥아, 홉, 물, 효모 외 첨가 금지)을 공포한 바 있다.

막걸리 순수령 도입의 명분은 좋지만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먼저 3가지 원재료 가운데 하나인 ‘발효제’를 ‘전통 누룩’으로 해야 하는데, 이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아직은 많은 양조장이 대량생산을 위해 ‘입국’(일본식)이란 방식의 발효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발효제인 누룩과는 차이가 있다. 현재의 방법으로는 이 누룩으로 대량생산이나 일정한 맛을 내기는 쉽지 않다. 몇 몇 막걸리는 이러한 상황에도 전통누룩만을 사용하는데, 일반 막걸리보다 손이 무척 많이 가기 때문에 가격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부산의 한 양조장에서 누룩을 빗는 모습. 사진=향토문화전자대전.

이밖에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막고, 아직까지도 막걸리 양조장들이 영세해 ‘식품 안전’을 100% 담보할 수 없다는 점도 적극적인 막걸리 순수령 도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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