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시계도 영국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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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시계도 영국답게 만든다
  • 정규호 기자, 방성주 기자
  • 승인 2017.04.1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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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스러움이 英 제조사의 전략

[방성주의 글로벌 성공시대] 아이러니하게도 런던에서 값비싼 스위스 시계를 찾아보기 어렵지 않지만 영국제 시계를 찾기란 여간 힘든일이 아니다. 소수의 영국 제품 중 하나가 영화 '킹스맨' 시계로 알려진 '브레몬트'(Bremont)이다. 브레몬트는 '영국 정신'을 유감없이 표현하며 성장하고 있다.

2007년 첫 생산을 시작한 브레몬트는 시계공 30명이 종사하고 있는 중소기업이다. 공동 창업자 닉 잉글리시(Nick English)는 기업의 목표가 "30년이 지나도 멋드러저 보이는 시계를 만드는 것이다" 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 영국의 뛰어난 시계 제조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모든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제네바가 아니라 그리니치를 표준으로 한다"는 의미를 시계에 부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브레몬트는 한 해 평균 9,000개의 시계를 제작한다. 물론 스위스 시계 메이커 롤렉스가 연간 80만 개의 제품를 생산하지만 브레몬트의 경영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2013년 80%, 2016년에는 30%의 매출 증가분을 올린 알짜 기업이기 때문이다. 2014년에는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와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다. 뉴욕과 영국, 홍콩에 영업점을 두고 있으며 미국 요트컵의 공식 스폰서로 활약하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62개 호화 시계 브랜드 중 영국 제품으로 유일한 것이 브레몬트라 한다. 이 발표는 영국이 17세기 시계 산업을 이끌었던 역사적 배경에 비춰보면 울적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대 영국은 전 세계 시계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맡았기 때문이다. 연간 20만 개를 생산했다. 어느새 산업화로 비롯한 대량생산 체제의 등장으로 영국은 미국과 스위스에 자리를 내줬다.

그러나 영국의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이 국가적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영국 시계학 기구의 CEO(최고경영자) 듀들리(Dudley)는 "최근 10년간 영국 시계 회사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제품이 품질과 혁신을 담보하기에 수요가 창출되고 있으며, 직접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시계의 이윤이 상당한 편이기 때문에 사업자들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도, 중국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어 럭셔리 시계 시장의 수요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영국 제품이 넘어야할 장애물도 존재한다. 영국이 시계 생산의 주도권을 상실한 이후 시계 제작에 필요한 장비가 전무한 실정이다. 이로 후발 주자 영국은 장비를 수입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브레몬트도 스위스 기업이 만든 부속품을 일부 사용하고 있어 백 퍼센트 영국산이라고는 주장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하고자 브레몬트는 "모든 부속을 영국 제품으로 구성하여 영국 시계 산업을 되찼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의 국영방송 BBC는 영국 시계 산업이 아직 오두막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평가했다. 이 배경엔 영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있다. 조셉 나이(Joshep Nye) 하버드대 교수가 말한 소프트파워는 "한 국가에 느끼는 매력"을 지칭한다. 모노클, 이코노미스트 등 연구기관은 영국의 소프트 파워가 세계 1위라고 한다. 이 말은 영국인들이 공들여 만든 제품에 전 세계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국은 다시 시계 산업을 이끌수 있을까? 지켜볼 만한 게임이다.

브레몬트 공동창업자 닉 잉글리시(Nick English)가 英 해리 왕세자에게 브레몬트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Bremont Web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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