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수급자 통장까지 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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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체, 수급자 통장까지 압류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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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회수를 위해 채무자를 압박하는 교묘한 수단으로 악용

일부 대부업체가 기초수급자의 예금통장을 압류하면서 해당 수급자의 금융거래를 제한해 비난을 사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기초수급자 이 모씨(75세)는 지난 1월 20일 명절을 준비하기 위해 수급비를 찾으러 은행에 갔다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통장이 압류당해 수급비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독거노인인 이 씨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초수급비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는데 수급비를 받을 수 없다는 소리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 씨는 17년 전 시집 간 딸이 이 씨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을 하고 변제를 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고 시집 간 딸도 신용불량자가 돼서 연락마져 두절된 상태이다. 이 씨의 통장을 압류한 채권기관은 금융기관에서 액면가의 10%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하는 채권회수 전문 대부업체인 ‘H’대부회사. 

이 씨가 영구임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75세의 노령임을 알고도 채권압류를 실행한 것이다. 대부업체에 종사하는 복수의 추심원들에 의하면 취약계층들에게 압류를 하면 압류로 인한 직접적인 실익은 없다. 하지만 채무자에게 정신적인 압박을 주고, 채무자가 변제를 하는 경우로도 이어진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기초수급자이자 고령자인 이모씨(75세)의 금융자산을 압류하는 법원의 결정문. 사진=이 모 씨 제공.

금융감독원은 이와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채권추심행위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채권추심업무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행정지도를 하고 있다. 지난 해 11월부터는 그 대상범위를 대부업계까지 확대했다. 

동 가이드라인은 압류와 관련해 ‘기초수급자, 65세 이상 고령자, 영구 임대 거주자 등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경우 유체동산의 압류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지만 예금통장이나 보험 등의 금융자산에 대한 압류는 제한하지 않고 있다. 금융자산에 대한 압류를 제한하는 것은 채권자의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법률 위반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의 고위 관계자는 “채권추심 업무 가이드 라인은 행정지도일 뿐, 법률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채권기관들이 지도를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기초 수급자의 경우 금융기관에서 ‘기초수급자용 압류 방지 통장’을 발급받아 이용하면 기초수급비는 압류 당하지 않고 수령할 수 있으니 수급자용 통장을 이용해 줄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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