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 '고객 체류시간 늘리기' 경쟁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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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마트, '고객 체류시간 늘리기' 경쟁 나섰다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4.01.0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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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콘텐츠 시설 구축해 MZ·가족 고객 유인
지역 맞춤형 전시공간, 풋살경기장, 게임장 등 조성
서점과 전시공관 결합... 먹거리 임대 매장도 강화
신세계 강남점의 헬로키티 팝업. 사진=연합뉴스
신세계 강남점의 헬로키티 팝업. 사진=연합뉴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매장의 '꽃'으로 불리는 체험형 콘텐츠를 늘리며 고객 체류시간을 늘리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체류시간 늘리기' 마케팅을 위해 매장 리뉴얼과 특화 매장 구성, 유명 맛집 입점, 예술품 전시, 팝업 매장을 포함한 '체험형 콘텐츠' 강화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재단장한 이마트 인천 연수점을 찾아 "우리는 물건을 파는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사는 경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븐틴, 헬로키티 팝업을 선보이며 MZ 고객 유치에 성공한 신세계는 올해도 업종·업태의 경계를 허문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술 마케팅'도 신세계 만의 강점이다.

신세계는 2020년 명품 브랜드가 집결한 서울 강남점의 3층을 리뉴얼해 미술품 전시 전용 공간 '아트 스페이스'를 개관했다. 이 곳에서는 100여점의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객이 쇼핑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미술품을 감상하도록 유인함으로써 점포 내 체류 시간을 늘린 것은 물론 매출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신규 출점한 대전신세계 아트&사이언스점은 기획단계부터 '예술과 쇼핑의 접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더현대서울의 크리스마스마켓. 사진=연합뉴스
더현대서울의 크리스마스 마켓. 사진=연합뉴스.

현대백화점도 예술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아트테인먼트'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 미술관이나 전시관에서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전시를 통해 고객을 유인한 전략이다.

'MZ 성지'로 불리는 더현대서울에서는 이달 13일부터 올해 5월까지 '폼페이 유물전'을 개최한다. 이탈리아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이 소장한 폼페이 유물 120여점을 선보이는 희귀 전시인 만큼 벌써부터 고객 관심이 높다.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 최대 규모 갤러리 '로빌런트 보에나'와 손잡고 대규모 미술 전시회를 연다. 3월에는 더현대서울 5층에 727㎡(약 220평) 규모의 팝업·휴식 복합공간 '팝업 플랫폼'을 조성한다. 럭셔리·IP(지적재산권)·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함께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이색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MZ세대 공략을 위해 식음료 매장을 유치하는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 3월 잠실 롯데월드에 국내 최대 규모로 몬을 연 노티드 도넛 플래그십 매장 '노티드 월드'가 대표적이다. 노티드 월드는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모으며 롯데월드몰의 대표 매장으로 자리잡았다.

대기 고객이 늘며 인접 매장까지 덩달아 매출이 뛰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8~9월 입점한 런던베이글뮤지엄과 블루보틀 역시 고객을 끌어모으는데 기여했다.

이마트는 비식품 매장을 줄이고 식료품 매장과 임대 매장 공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점포를 재단장하고 있다. 2020년 5월 더타운몰 월계점을 시작으로 51개 점포의 리뉴얼을 진행했으며 월계·연수·킨텍스점은 '복합몰' 형태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타운몰 킨텍스는 식음, 엔터테인먼트, 리빙·라이프스타일 임대 매장이 98개로 기존 대비 4배 늘었다. 1층 '책으로 가는 문'은 만화책 2만여권과 소설책·학습서 등 5000여권을 갖췄다. '아트리움&라이브러리 휴식 공간'에도 1500여권의 책을 구비했고 키즈카페 '플레이타임S'는 유·아동 동반 고객의 인기 장소가 됐다.

이마트가 킨텍스점의 유료 주차 데이터를 자체 분석한 결과 재단장 이후 3시간 이상 체류 고객 수는 두배 이상 늘었고, 방문객 수도 약 15% 증가했다.

이마트 아트리움 & 라이브러리 휴식공간. 사진=연합뉴스
이마트 아트리움 & 라이브러리 휴식공간. 사진=연합뉴스

롯데마트도 식료품으로 매장 90%를 채우는 '그랑 그로서리'를 새로 선보이는 등 체험형 공간으로 고객 유치에 힘쓰고 있다. 2021년 12월 오픈한 제타플렉스 잠실점은 처음부터 대형 와인 시음 공간과 롤러스케이트장, 풋살경기장 등이 배치된 복합 문화·체육공간으로 꾸며졌다. 

지난해 9월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는 7개의 캐릭터 샵으로 구성된 '캐릭터 스트리트'와 500여종의 반다이 정품 굿즈를 뽑을 수 있는 '캡슐 스트리트'가 첫 선을 보였다. 대형마트 최초로 입점한 한국문화상품관 '보물'(BOMUL)도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재단장 후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늘었다.

홈플러스는 초대형 식품 전문 매장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을 늘리는 한편 오락·체험을 겸한 '체류하고 싶은 대형마트'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22년 2월 간석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4개 점포를 리뉴얼했다. 라면 박물관과 위스키 라이브러리, 믹솔로지존, 건강 먹거리 특화존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가양·마산점에는 대형 키즈카페 '몬스터파크', 인천논현점에는 어린이수영장, 영등포점에는 롤러스케이트장, 동대문·일산점에는 풋살파크가 각각 입점해 가족 단위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렸다. 홈플러스는 장을 보러 온 고객이 자동차도 손볼 수 있도록 자동차 정비소와 세차장 입점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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