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절반 적자... 지주 저축은행도 "손실 내거나 순익 급감"
'연임 vs 교체' 서로 다른 선택... "영업력, 리스크 대응 주목"
KB·신한·하나금융그룹이 저축은행 CEO 인사에서 엇갈린 선택을 했다.
KB금융은 KB저축은행 대표로 새로운 인물을 내세웠고 신한·하나금융은 각각 현 저축은행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저축은행업계는 현재 긴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 저축은행의 갈린 결정이 부진을 터는데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B·신한·하나금융은 최근 잇따라 저축은행 CEO 인사를 발표했다. KB금융은 KB저축은행 대표 후보에 서혜자 KB금융지주 전무를 추천했다. 서 전무는 1966년생으로 경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국민은행에서 인재개발부장, 상인역지점 지역본부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이후 KB금융지주 준법감시인 상무, 준법감시인 전무 등을 지냈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서 후보에 대해 다양한 직무(준법, 법무, HR, 영업 등)를 거치며 계열사 비즈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또한 리스크, 수익성을 고려한 내실 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균형감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또 연임이 결정된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는 1964년생으로 1998년 입행 후 신한은행에선 ▲동교동지점장 ▲소공동금융센터장 ▲영업부장 ▲인천본부장 ▲부행장보를 거쳤다. 2021년부터 신한저축은행 사장을 역임했다.
하나금융은 정민식 하나저축은행 대표를 새 사장 후보로 발표했다. 정민식 후보는 1963년생으로 1982년 서울은행(現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하나은행에서 ▲호남영업그룹장 ▲광주전남영업본부장 ▲전무 ▲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작년 3월부터 하나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CEO 인사에 대해 결정이 달랐지만 세 저축은행은 부진을 회복해야 하는 공통 과제에 맞닥뜨렸다. 저축은행업계는 영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부실 대응을 위한 충당금도 쌓아야 하는 이중고에 놓여있다. 3분기 국내 저축은행 중 79곳 중 절반 수준인 38곳이 적자를 냈으며 지주 저축은행도 순이익이 대폭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KB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122억원 순익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233억원 손실이었다. 수수료 수익이 줄고 비용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 때문에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74%에서 -0.74%로, 자기자본이익률(ROE)도 9.53%에서 -6.6%로 낮아졌다.
ROA는 총자산에서 순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고, ROE는 자기자본으로 이익을 낸 정도를 판단하는 수익성 지표다. 적자 여파로 두 지표 모두 마이너스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신한저축은행도 처지는 같다. 순익이 1년 만에 68.3% 쪼그라든 133억원으로 집계됐으며 ROA는 1.56%에서 0.55%로, ROE는 18.99%에서 5.64%로 각각 주저앉았다. 하나저축은행도 이 기간 112억4000만원 순익에서 22억4000만원 손실이었다. ROA는 0.6%에서 -0.13%로, ROE도 4.41%에서 -1.12%로 곤두박질쳤다.
저축은행 세 곳은 실적 회복 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 존재감도 드러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건전성 관리도 유지해야 한다. KB저축은행은 고정이하여신(NPL,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비율이 지난해 3분기 1.87%에서 올해 3분기 4.16%로 올랐다.
신한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1.71%에서 3.88%로 뛰었으며 하나저축은행은 2.3%에서 6.32%로 치솟았다. 전체 여신 중 통상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여신의 비율이 늘었다는 의미다. 취임과 동시에 세 숙제에 직면한 CEO의 행보도 업계의 관심사 중 하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임에 성공한 한 CEO의 경우 업계 안팎으로 평판이 좋고 내부적으로도 실적을 잘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여기에 그룹의 인사가 힘을 실어준 만큼 현재로서는 (이번 연임이) 실적 회복에 단초가 되길 바라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와 별개로, 업계 분위기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매우 좋지 않다"며 "금융그룹 저축은행의 경우 지주나 다른 계열사와 협업을 늘려가는 게 분위기 반전과 생존을 위해선 꼭 필요한 일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