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인증 보일러' 無대책 환경부... "경동 불법유통 몰랐다"
상태바
'未인증 보일러' 無대책 환경부... "경동 불법유통 몰랐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3.07.04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겉도는 대기관리권역법... 실효성 논란
주무부처 환경부, "관리·감독 지자체 위임"
"민원 발생 때만 지자체서 실태 파악 나서"
법 적용 지역 넓고, 관할 지자체 모두 달라
"경동나비엔 적발 계기로 실효성 위한 법개정 나서야"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환경부 지정 대기관리권역에서 미인증 가정용 기름보일러가 불법 유통되고 있음에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 대기질 관리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 주무부처의 무관심 속에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제보에 따르면 경상남도 고성군 지역에서 환경부 인증을 받지 않은 경동나비엔 제조 가정용 기름보일러가 불법적으로 설치·판매됐다. 해당 제품에는 '대기관리권역에서 판매 불가' 문구가 인쇄돼 있었지만, 동 제품을 설치한 업자는 '경동나비엔 대리점' 스티커로 문구를 가렸다. 

2019년 제정돼 이듬해인 2020년 4월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은 전국 77개 시군를 대기관리권역으로 지정하고, 정부와 지자체에 엄격한 대기질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환경부 기준을 충족한 '인증 가정용 가스보일러'만 설치할 수 있다. 위 법 시행으로 기존에 사용되던 재래식 가정용 기름보일러는 대기관리권역에서 판매가 금지됐다.

환경부는 미인증 기름보일러의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해당 제품 전면부에 '대기관리권역에서 판매할 수 없음'이란 식별표지 부착을 의무화했다(같은 법 35조 1항). 

위 조항에 반해 미인증 기름보일러를 대기관리권역에서 설치·판매한 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미인증 제품을 불법 유통한 대리점·설비업자는 물론이고 동 제품을 제조한 법인도 양벌규정을 적용받아, 벌금형의 대상이 될 수 있다(같은 법 47조, 48조). 

사진=경동나비엔
사진=경동나비엔

가정용 기름보일러는 연소과정에서 상당량의 질소산화물과 일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내뿜는다. 산성비의 원인이기도 한 질소산화물은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이다.     

경남도청은 미인증 기름보일러 불법 설치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제보한 민원인에게 단속 강화 방침을 밝혔으나 환경부는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인증 기름보일러 불법 유통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단속)권한이 지자체에 있어 환경부는 따로 감독하거나 불법에 대한 내용을 보고받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시·도지사로부터 반기별로 관리·감독 관련 보고만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 적용 지역이 77개 시군에 달하고, 관리·감독을 광역자치단체가 맡는 구조적 한계를 고려할 때 실효성 있는 단속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는 '입법의 불비(不備)'로 법률  혹은 시행령 개정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환경부의 태도는 우려스럽다. 위 법의 입법취지를 생각한다면 자치단체에 단속 권한을 위임해 놓고, 지켜만 보는 현재의 모습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시장경제
사진=시장경제

더 큰 문제는 환경부가 현행 법의 빈틈을 알고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인증 보일러가 설치됐는지 가정마다 들어가서 조사할 수 없어 민원 발생시에만 지자체에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일러 대리점은 (유통)구조가 다르다"며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는 대리점이 있는가 하면 여러 업체 것을 모아서 파는 곳도 있다"고 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보일러 최종 판매자는 각 지역 대리점"이라며 "제조사는 미인증 보일러 불법 판매 사실을 현실적으로 알 수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제품 전면에 미인증 제품 표시를 붙이고 영업사원을 통해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지만, 속여서 유통하면 제조사가 사전에 그 사실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고 부연했다. 

'가정용 보일러의 인증 및 검사에 관한 고시' 등 위임행정규칙에 따르면, 환경부장관은 2020년 1월1일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마다 (법률의)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 시행 후 3년 7개월이 지나도록 미인증 보일러 불법 유통을 예방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