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野 발목에 증권가 비상... "대주주 기준 50억 탁상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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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野 발목에 증권가 비상... "대주주 기준 50억 탁상공론"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2.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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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보름후 도입?... 금융권 비상
야권 대주주 기준·거래세율로 '발목'
"50억 대주주는 또다른 국민 갈라치기"
증권가, "유예한다 해놓고... 관련 준비 거의 못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7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지난 7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금융투자업계 현장 간담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1월 1일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여야가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면서 증권가에 비상이 걸렸다. 여야는 당초 이 법안을 유예한다는 '큰 그림'에는 뜻을 같이했지만 이후 양도세 대주주 기준 등에서 협의가 지연되면서 투자자들만 냉가슴을 앓게 됐다.

전문가들은 금투세 유예와 함께 대주주 기준까지 대폭 완화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개인 투자자(개미)들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치권의 금투세 도입 유예 관련 논의가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금투세가 도입되면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발생한 손익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22~27.5%의 세금을 내야한다.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양도소득세가 적용된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12월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증권가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지난 7월 윤석열 정부는 고심 끝에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2년 유예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말 "내년부터 금투세가 도입돼 과세가 강화될 경우 국내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주식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면서 "정부는 소액투자자에게 피해가 전가되지 않도록 당정이 적극 협력해 신속하게 (유예법안에)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증권가는 한 숨 돌리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여야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등 세부 조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현재 유예 여부까지 불투명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진=시장경제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진=시장경제DB

금융권에서는 최악의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금투세가 원안 그대로 도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증시불황으로 중소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국가가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2일 금융투자협회와 31개 증권사는 보다 못해 공동성명을 내고, 금투세 도입 유예를 또 한 차례 정치권에 호소했다. 이날 금투협과 업계 관계자는 "현재 불확실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금투세 도입과 같은 대대적인 세제 개편은 전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권이 이 문제를 조속히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 
 
도입이 유예될 것으로 믿었던 증권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날 증권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세제에 대한 안내를 하고, 관련 전산 시스템 등의 충분한 시험 운영 등을 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1월 무리하게 도입이 강행될 경우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50억 대주주는 또 다른 갈라치기" 

현재 여야는 증권거래세율과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두고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여권은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상향하고 증권거래세를 금투세 시행 유예에 맞춰 0.20%까지 내릴 것을 제안했다. 

이에 야권은 금투세 유예 시 내년부터 증권거래세를 0.15%까지 내리고 대주주 기준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여권은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 세수가 약 1조1,000억원 가량 줄어들기 때문에 추가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50억원 선에서 줄다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앞서 9일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에게 "주식양도세는 50억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결론이 날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현재 공은 야권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정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부총리가 더 이상 설명하고 양보하는 안을 제시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DB
추경호 경제부총리. 사진=시장경제DB

앞서 추경호 부총리는 국회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쟁점으로 떠오른 법인세 등에 대해 아직까지 전혀 간격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더 이상 대화의 진전이 없다"면서 "(자신은) 할 만큼 했으며 이제는 국회의 시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야권에 최후통첩을 한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는다.

현재 예산 당국인 기재부 내부에서도 야당의 처사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 등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 투자와 고용을 활성화하자는 것인데 야권이 아무것도 합의해주지 않으면서 현 정부를 비판할 명분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13일 전문가들은 '50억원 대주주 절충안' 역시 업계 현실과 투자자의 처지를 외면한 탁상공론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시가총액 1,000억원 정도의 소규모 상장사에서 50억원이면 2%에 불과한데 어떻게 대주주라 할 수 있나"라면서 "야권은 과거 대기업 총수들이 소수 지분으로 기업을 좌우한다고 비판해왔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개인투자자라고 밝힌 A씨는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부자들에게 중과세를 물린 것이 결과적으로 죄 없는 세입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면서 "대주주에 해당하는 이들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연말 매도를 풀면 결국 죽는 것은 개미들"이라고 꼬집었다. 

한 시민사회 관계자는 "(야권이) 대충 50억원 정도 주식을 가진 사람을 타겟으로 만들면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이런 방식으로 국민을 '갈라치기'하면 경제를 넘어 공동체가 또 다시 분열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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