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동성 지원에 국채 '급한 불' 껐다... "국책은행 적극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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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동성 지원에 국채 '급한 불' 껐다... "국책은행 적극 나설 때"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1.1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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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한전채 2·3년물 각 5%대 발행
17일 3년만기 국채 3.8%대로 안정세
회사채·기업어음 시장 경색이 숙제
"국책은행·공적투자기관 나서야 할 때"
금융위원회 전경. 사진=시장경제DB
금융위원회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정부의 긴급 유동성 지원계획으로 국채금리가 고공행진을 멈추고, 한국전력공사채도 5%대에서 발행되는 등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복수 전문가들은 결제수요가 몰리는 연말에 한 차례 시장 경색이 올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책은행과 공적 투자기관이 나서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실시된 한국전력공사채(한전채) 발행 입찰에서 2년물은 5.7%, 3년물은 5.8%에 낙찰됐다. 각각 4,200억원, 700억원 규모로 발행에 성공했다.

5일 전 한전채 2년과 3년물 금리가 각각 5.95%, 지난 8일에는 5.99%에 발행돼 6%대를 곧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연초 한전채 3년물 금리는 2.33%, 2년물 금리는 2.73% 수준이었으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6월부터 4%대 고공행진을 해왔다.

국채도 일단 고공행진을 멈췄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4.5%대를 찍었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3.808%까지 내려왔다. 약 두달 전과 비교하면 약 0.7%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권은 일단 정부의 발빠른 조치로 '급한 불'을 껐다며 한 숨 돌리는 모양새다. 최근 두달간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지주 등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직·간접적 유동성 지원규모는 최대 200조원에 달한다. 당분간 정부와 당국은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은행권과 함께 실질적인 '행동'과 '의지'를 시장에 보여줄 방침이다.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올 연말까지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 73조원, 채안펀드·증안펀드 12조원, 지주그룹 내 계열사 자금공급 10조원 등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과 계열사 자금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채권시장 자금이 은행채로 쏠리지 않도록 은행채 발행도 자제중이다.

금융위는 18일 금융지주 재무 관련 임원들을 만나 각 은행들의 자금공급 실적과 향후 계획 등을 의논할 계획이다. 이형주 금융정책국장 주재로 은행 전무급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은 지난 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KB·농협·신한·우리·하나) 회장단 간담회의 실무차원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1일 김주현 위원장은 "금융권이 시장 안정, 실물경제와 취약 차주 지원 등 시장 원칙에 기초한 자금 중개 기능을 통해 자금 시장의 원활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와 실무진 간 상시 회의채널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하는 등 시장 안정화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최근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사업장별 등 전수조사 점검에 나섰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사업장별 등 전수조사 점검에 나섰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문가들, "국책은행과 공적 투자기관 나서야"

일단 국채시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회사채와 기업어음 시장은 아직 '냉기'가 감돌고 있다. 그간 사실상 국채처럼 여겨졌던 지방정부채권(지방채)과 금융사 발행 채권의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PF대출을 단기물로 유동화하고 이를 다른 거래로 차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려왔다. 시행사가 유동화전문회사(SPC)를 통해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면 이를 채무보증(매입보장·신용보강)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아왔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시장의 경색이 유동화증권과 회사채, 기업어음(CP)으로 번졌다. 이에 증권사들은 PF유동화증권 보증을 줄이며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 이달 7일 기준 PF유동화증권 잔액은 47조2,395억원으로 지난 9월말의 50조7,051억원에 비해 3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증권가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차환 실패로 보증을 서준 ABCP를 떠안게 될 경우 이것이 100% 위험금액으로 반영돼 이후 순자본비율(NCR)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자금난 우려가 커지자 '50조원+α(알파)' 유동성 지원 조치를 발표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11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한국은행·금융협회·정책금융기관과 함께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최근 지속적으로 매물가격 하향 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추가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하락 우려 등으로 매수문의가 감소하면서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신축아파트도 거품이 빠르게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시장경제DB
최근 지속적으로 매물가격 하향 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추가 금리인상과 부동산 경기 하락 우려 등으로 매수문의가 감소하면서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신축아파트도 거품이 빠르게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시장경제DB

이날 금융위 관계자는 "10월 시장안정대책 발표 이후 회사채·단기자금시장의 심각한 경색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면서도 "회사채 시장에 비해 단기자금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어 정부와 금융권이 협력해 조속한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특히 단기자금시장의 PF-ABCP·CP 등에 대한 정책지원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건설사 보증 PF-ABCP의 경우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CP 매입 프로그램(A2 대상)을 활용해 '1조원+α' 규모로 지원한다. 산은이 별도 매입기구(SPC)를 설립해 건설사 보증 PF-ABCP를 매입하고 신보는 매입금액의 80%를 보증하는 방식이다.

증권사 보증 PF-ABCP는 대형 증권사들이 조성하는 '제2 채안펀드'의 규모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9개사가 각 500억원씩 4,500억원 규모로 출자하고, PF-ABCP 매각 증권사 후순위 25%(4,500억원), 종투사 중순위 25%(4,500억원), 산은 선순위 25%(4,500억원), 증권금융 선순위 25%(4,500억원) 총 1조8,000억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증권사 PF ABCP 매입프로그램은 비우량물 등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기 어려운 물량을 매입해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실제로 구조조정과 단기채 발행 등으로 '비상사태'에 들어간 중소형 증권사들 상당수가 '제2 채권시장 안정펀드'에 자금 지원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증권사 'PF ABCP 프로그램'에 지원 대상인 A2- 등급 중소형 증권사 7개 가운데 상당수가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자금시장에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평상시 같으면 이슈가 되지 못했을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가 일종의 나비효과로 커진 것"이라면서 "일단 정부의 발 빠른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국책은행과 공적투자기관이 나서서 정부의 시장회복 의지를 과감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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