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값싸고 질좋은 졸업앨범 없어... 최소 이윤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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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값싸고 질좋은 졸업앨범 없어... 최소 이윤 보장해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12.09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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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진앨범협동조합연합회 성철현 회장
소상공인 권익 기여, 석탑산업훈장 수훈 공로
섬마을 아이들 졸업앨범 제작 가장 보람돼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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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나 연평도 등 서해5도와 강화도와 영흥도 등 인천광역시에 부속된 외딴 섬마을은 수백곳에 이른다. 이같은 외딴 섬지역의 초·중·고등학교는 한 학년이 10명 안팎인가 하면 전교생이 10명 미만인 곳도 수두룩하고 그런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비용탓으로 졸업앨범을 제작할 수가 없다.

졸업생의 수가 적으면 객단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생들을 위해 지난 15년간 무료로 졸업앨범을 제작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사진작가들이 있다. 한국사진앨범협동조합 연합회의 성철현 회장을 만났다.

- 본인 소개와 사진앨범협동조합연합회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1987년에 설립된 협동조합이다. 현재는 전국에 11개 사진앨범협동조합이 있고 각 조합마다 평균 6~70명 회원들이 분포하고 있다. 졸업앨범 제작업체와 동네 사진관들이 모여 조합을 설립했고 그렇게 설립된 조합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연합회이다.

나는 2017년 2월에 처음 회장으로 취임을 하고 2021년에 연임하게 됐다. 2006년에 인천사진앨범협동조합 이사장으로 16년 동안 이사장을 역임하고 한국프로사진협회장을 4년간 역임했다. 현재는 인천 도화동에서 ㈜한국사진앨범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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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범과 사진을 제작하는 소상공인의 협동조합이라는 것이 조금 생소하다

“졸업앨범 제작을 의뢰하는 대다수 학교가 최저가입찰을 요구한다. 그러다 보면 업계의 ‘제살 파먹기’로 덤핑수주가 발생한다. 덤핑수주를 하게 되면 업자의 손실이 커지게 되고 그렇게 덤핑수주를 해 놓고 ‘먹튀’를 하는 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졸업앨범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비일비재했다.

사진앨범협동조합이 처음 설립되던 1987년에 당시 문교부에서 단체를 만들면 정부 조달 및 단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다수공급자계약(Multiple Award Schedule)’의 길을 터 주면서 협동조합이 출범하게 됐다”

- 중고생들의 교복이나 졸업앨범의 비용이 비싸다고 반발하는 학부모들이 많던데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반발을 한다. 제작업자들에게 최소한의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그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조건 저렴한 것만 요구한다. 일부 교육단체에서 값싸고 질 좋은 앨범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러다가 덤핑수주 들어오고 제작업자가 부도내고 도주했다. 연합회에서 그렇게 사고터진 앨범을 회수해서 제작해주고 처리한 일이 있다.

교복도 마찬가지다. 생산비와 일정이윤을 보장되지 않는 값싸고 질좋은 앨범이나 교복은 없다. 이게 시장원리이다. 시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교육단체에서 사회정의를 외치며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급기야 아이들의 추억마저 빼앗아갔다.

사회정의를 외치던 그 학부모들이 최저임금 올려달라고 떼 쓰는 모습을 본다. 자기들은 최저임금을 외치면서 왜 소상공인들에게는 최소한의 이윤보장을 안 해 주는가? 분열증적 사고방식이다”

- 연합회에서 졸업앨범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협동조합을 하게 되면 공동제작을 할 수 있어 원가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조달청의 MAS계약을 통해 초·중·고등학교의 졸업앨범을 제작하고 있다. 우리나라 졸업앨범시장이 연간 약 500억원 정도의 규모인데 우리 연합회에서 거의 독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MAS계약이기 때문에 담합해서 가격을 올린다거나 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조달청에서 그렇게 하도록 가만 내버려두겠나? 지금은 교복업계에서 MAS시장에 참여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러 온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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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석탑산업훈장을 수훈받았다

“별로 한 일이 없는데 큰 상을 받게 됐다. 2018년에 ‘소상공인생계형적합업종법’의 제정운동할 때 당시 소상공인연합회장이던 최승재 의원과 많은 활동을 했다. 그리고 소상공인연합회의 이사로 있으면서 소상공인의 친목과 소상공인 단체들이 나아가야 할 길, 단합, 육성 등의 교육을 담단체의 소상공인이 가야 할 길과 단합, 육성 등의 교육을 담당했다.

현재는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중소기업중앙회 이사, 한국사진앨범인쇄협동조합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해 대정부 정책 건의 및 중간 매개 활동으로 소상공인들의 이익창출 및 경영안정 등 소상공인의 권익보호에 기여했다는 평을 들어 수훈받은 것 같다”

- 의미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인천 도서지역의 학교들은 학생들이 10명 안팎으로 객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비용을 들여 졸업앨범을 제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조합에서 그런 학교의 학생들에게 졸업앨범을 무상으로 제작해 주는 봉사활동을 15년째 하고 있다.

그렇게 졸업앨범을 받게 된 졸업생들이 손편지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면 뿌듯함을 느낀다. 누구든지 평생 한 번 밖에 가질 수 없는 추억이다. 그리고 개인사진을 삽입할 수 있는 졸업장을 특허를 냈는데 우리 회원들이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하게끔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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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많은 소상공인이 타격을 입었는데 사진업계는 어떤가

“많은 회원들이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예식사진이나 돌사진 등 기록사진을 주로 촬영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데 지난 2년간 코로나 때문에 개점휴업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코로나로 인해 결혼식도 미루고 돌잔치나 환갑·칠순잔치 같은 것들은 전부 생략하지 않았나?

게다가 외식업종처럼 직접적인 영업규제 업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손실보상금도 제대로 못 받았다. 간접적인 피해가 엄청났지만 직접적인 규제를 받은 업종들처럼 아예 손님도 못 받는 업종들이 많다 보니 우리 업계에서는 아프다고 말하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진다”

-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업계에는 재앙으로 닥쳐왔을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가 사진업계를 초토화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만 해도 동네사진관이 1천여개가 넘었는데 지금은 100여개도 안 남았다. 90%가 없어진 셈이다. 사진업계의 공룡이던 코닥(KODAK)이 파산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그나마 협동조합으로 공동구매·공동제작을 하니까 수요기관의 신뢰도가 높아지며 겨우 연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각 조합마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체육특기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달라

“카메라를 잡은 지 40년이 됐다. 충청도 홍성출신인데 인천에 사는 형님이 사진관을 운영했고 형님 옆에서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사진업계에 발을 붙이게 됐다. 지금은 아들이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학여행 등 기록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돈을 잘 벌었다. 아들에게 사진관을 물려주면서 올바른 길로 가라고 충고해주고 있다.

졸업앨범도 하나의 역사물이다. 기록물이기 때문에 기록을 잘 할 수 있게 지도를 해 주고 소상공인단체의 일원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봉사활동도 나이가 많아서(77세) 앞으로 할 날이 많지 않은 만큼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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