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티맵, 꼼수로 영세 대리운전 밥그릇 빼앗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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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티맵, 꼼수로 영세 대리운전 밥그릇 빼앗아"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8.12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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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장유진 회장 인터뷰
동반위의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반쪽짜리
대리운전 요금 비싸진 것은 기사부족 때문
공공재 성격의 대리기사 셔틀버스 도입해야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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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동반성장위원회는 대리운전 업종에 대해 대기업의 신규 진입 자제, 시장에 진입한 기존 대기업의 확장 자제, 대기업의 현금성 프로모션(플랫폼 영역 포함)을 통한 홍보 자제 등을 권고했다.

지난 해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대리운전협회)가 신청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대리운전업계에서는 동반위의 결정이 반쪽짜리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리운전협회의 장유진 회장을 만나 업계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 단체소개를 간단히 해 달라

“대리운전업을 운영하는 회사(전화콜업체)들이 모인 단체이다. 소속 회원들의 수익증대를 가장 큰 과제로 삼고 있으며 대리운전업에서 발생하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에 서울시에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고 회원사(전화콜업체)가 260개의 모체업체와 모체에 딸린 2천여개의 소업체에 달한다”

- 대리운전업계도 코로나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요즘 대리업계 상황은 어떤지

“정부에서 나서서 술장사를 못하게 막아놨으니 대리운전도 덩달아서 영업을 못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다. 그나마 영업제한이 풀리면서 영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에 비해 주문량은 60%정도 복구됐다. 그나마 대리기사의 부족으로 인해 대리요금이 많이 올라 수익은 코로나 이전의 70%까지 복구된 상황이다.

2019년에 한 해커에 의해서 대리운전 이용데이터가 털린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데이터에 따르면 전국에 약 3000만대의 승용차가 운행이 되고 있으며 그 중 1년에 단 한번이라도 대리운전을 이용한 소비자는 300만명이고 1일 평균 이용자수는 30만명 수준이라고 들었다. 승용차 운전자의 10%만이 대리운전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역으로 말하면 90%의 승용차 운전자가 대리운전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음주운전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 코로나 이후 대리운전 요금이 비싸졌다는 불만이 많이 나온다

“기사부족때문이다. 대리기사의 복지혜택을 늘린답시며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대리기사의 절반 이상이 투잡이나 알바로 대리기사일을 했었는데 고용보험 가입의무화로 인해 투잡이 어렵게 되자 많은 대리기사들이 빠져나가 기사부족 현상이 생기게 됐다. 시장을 전혀 모르는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기대어 빚어낸 코미디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대리운전 시장이 폭망하면서 많은 대리기사들이 음식배달이나 택배업종으로 빠져나갔다. 코로나가 풀리면서 수요는 폭증했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레 요금이 인상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산재보험가입까지 의무화된다. 원희룡 장관은 코로나도 끝났는데 왜 대리요금이 비싸지는지 조사하겠다고 하더라. 대리요금이 비싸진 원인을 정말 모른다면 장관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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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동반위가 대리운전업에 대해 중소기업적합업종 권고결정을 내렸다

“반쪽짜리 결정이다. 대리운전 시장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로 분류된다. 소비자가 전화통화를 통해 대리운전기사를 부르거나(전화콜) 휴대전화의 앱(App)을 이용해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앱콜) 방식이다.

적합업종 지정은 대기업이 전화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았지만 앱콜은 산업분류코드가 없어 규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적합업종 지정을 할 수 없다는 코미디같은 결론을 내렸다. 동반위의 결론이 나자 앱콜을 전문으로 하는 카카오는 웃으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 소비자들은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 요금도 낮아지고 서비스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대리운전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대리기사의 보유현황이다. 제 아무리 오더가 많아도 이를 처리할 기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하면서 대리기사의 유입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전화콜업체들보다 높은 운행요금을 책정해 기사들을 모집했다.

대리기사들이 앱콜시장으로 몰려가다 보니 전화콜업체들도 카카오를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됐다. 같은 주행거리라도 카카오보다 요금이 낮으면 오더처리가 안 되기 때문에 카카오와 비슷한 수준의 요금을 책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요금이 올라갔다고 인상된 요금만큼 서비스 개선이 이뤄졌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결국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시킨 꼴이 됐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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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은 대기업인데 카카오보다 티맵에 대한 비난이 더 거칠다

“티맵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이용하는 대리운전공유프로그램 제공업체인 로지소프트를 인수했다. 티맵에 등록된 대리기사는 4만여명이지만 하루 오더는 600건밖에 안 된다. 오더가 적으니 대리기사들의 사용빈도가 낮아지면서 600건밖에 안되는 오더의 처리율이 30% 수준이다. 오더처리율이 낮으니 소비자의 이용도가 떨어졌다.

반면에 티맵이 인수한 로지소프트는 하루 7만건의 오더가 올라와도 90% 가까운 오더처리율을 보인다. 티맵은 로지소프트를 인수하면서 협회 회원사들이 어렵게 확보해둔 대리기사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동반위는 전화콜과 앱콜을 분리해서 대기업의 전화콜 시장진입을 막았는데 티맵과 로지소프트의 공유가 이뤄지면 전화콜과 앱콜이 혼합된다. 티맵의 오더처리율이 높아지게 되면 영세사업자의 고객을 빼앗아가게 된다.

카카오는 그나마 시장진입초기에 많은 비용을 투자했고 그렇게 투자된 비용은 대리운전 시장의 서비스 개선에 일조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티맵은 오로지 자영업자의 밥그릇을 빼앗기 위해 로지소프트를 인수한 것이다”

- 대리운전업체들은 대부분 전화콜업체 아닌가?

"카카오대리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대부분이 40대초반 이하의 젊은 고객층이다. 전화콜 시장에서는 앱을 이용하는 카카오에게 많은 고객을 뺏겼고 그나마 남은 고객층이 디지털문화에 익숙치 않은 40대가 넘어선 중장년층이다.

티맵은 카카오의 고객을 뺏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하지만 거짓말이다. 고객층이 카카오는 젊은 층이고 티맵은 중장년이 주고객층이다. 영세자영업자의 밥그릇을 빼앗기 위해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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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리운전업체들이 위기감을 못 느끼나?

“전화콜업체들이 단합되야 하는데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 때문에 경각심이 낮아졌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콜이 줄어들고 있는데 전화콜업체의 사장님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급격하게 오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하루 한두껀씩 오더가 빠지다보니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 카카오가 잠식한 대리운전 시장은 전체의 20% 남짓이다.

아직까지는 전화콜이 대세이다. 그런데 내년부터 산재보험에 의무가입을 해야 한다. 전화콜 업체들이 받는 수수료는 대리운전요금의 5% 남짓인데 산재와 고용보험으로 1.5%를 떼간다. 총 수익의 30%를 세금으로 떼이면 수익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대기업까지 밥그릇을 빼앗기 위해 뛰어들고 있으니 답답한 지경이다”

- 업계 발전을 위한 대안이 있다면

“ 대리운전에도 택시요금처럼 표준요금제를 도입하고 대리기사들이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셔틀버스 운행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표준요금제가 도입된다면 대기업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수도 있다.

셔틀버스는 대중교통업계의 반발 때문에 시행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음주운전사고를 줄이는 가장 큰 역할을 대리운전이 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도 반박을 못 할 것이다. 그만큼 공공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 공공재의 성격으로 셔틀버스 운행을 해 줘야 한다. 정부가 하기 어렵다면 대리업계 자체에서 운행을 할 테니 합법화라도 시켜달라는 것이다.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서 운행하는 출퇴근용 버스는 대리운전보다 공익의 성격이 현저히 뒤쳐짐에도 허용을 해주면서 대리운전은 왜 안 풀어주는가? 게다가 대리운전 기사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훨씬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아닌가?

정부는 대리기사들 복지 늘린다고 4대보험 가입하라는 해괴한 정책보다 셔틀버스와 같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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