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세계 최고의 제빵 기술, 최저임금 탓에 사장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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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세계 최고의 제빵 기술, 최저임금 탓에 사장될 판"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07.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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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과협회 윤충기 회장 인터뷰
대기업-자영업 근로자 동일 취급은 어불성설
양측간 임금체계 달라... 업종별 차등화 필요
주기 싫어 안주는 것이 아니라 없어서 못 주는 것
정부의 제빵기능장 대우에 실망 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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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달 29일 2023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코로나펜데믹 2년을 거치면서 초토화된 소상공업계에 확인사살을 위해 투척하는 폭탄이 될 것이라는 업계의 비명이다.

소상공업계의 실상을 전혀 모르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에 대한 퇴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저임금제도개선위원을 맡고 있는 대한제과협회 윤충기 회장을 만났다.

- 최저임금이 9,620원으로 결정됐다
“어이가 없을 뿐이다. 동결해도 시원찮을 판인데 5% 인상됐다. 자영업자들 전부 죽으라는 소리다. 민주노총은 5% 인상해도 내년에 확대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 인하라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대부분 대기업 근로자들이다. 기본급에 추가로 기본급보다 더 많은 수당을 받는 그들과 기본급이 곧 월급인 근로자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임금인상을 논의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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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최저임금제도개선위원을 맡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합해서 27명이다. 사람이 많으면 서로 힘만 과시하려고 하지 토론이 안 된다. 위원장 1인에 노사 양측 3인씩 7인이 되면 대화가 될 것이다. 27명이 한마디씩만 해도 하루가 지나간다.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다. 실질적으로 터놓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7인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

2019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발표되자 현대자동차 근로자 얘기가 나왔다. 연봉 9000만원을 받는데도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는 내용이다. 대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식비+각종 수당+상여금=월급여’이다. 반면 자영업자에게 고용되어 있는 근로자들은 ‘기본급=월급여’체계이다.

근로자들의 생산성 문제는 차치하고 기본적인 임금체계가 다른데 최저임금을 일괄 적용한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5% 인상안이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하락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자영업자들은 5% 인상이라는 폭탄을 그대로 떠 안아야 한다.

그런데도 업종별 차등화를 부결시켰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직원들 월급을 올려주라고 하면 우리더러 죽으라는 얘기다. 살려달라고 하는 얘기다”

-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가 부결되지 않았나

“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지 35년 됐다. 대기업과 소상공업체에서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체계가 다르다. 법조문에도 업종별로 차등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 각종 수당과 상여금 등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범위가 확대된다.

급여체계가 복잡한 근로자의 경우 기본급이 인하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자영업자에게 고용된 근로자의 경우 산입범위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 5% 인상안을 고스란히 급여에 반영해야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 때문에 겨우 숨만 쉴 정도로 지쳐있는 자영업자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업종별 차등화가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700만 소상공인의 운명을 10%도 채 안되는 노동자들의 손에 맡겨놓은 꼴이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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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업계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들에 대한 불만이 많다

“중립적 인사라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 소득주도성장에 이끌려 2년 연속 16.4%, 10.9% 인상을 결정한 사람들이다. 공익위원 9명중 월급쟁이 아닌 사람은 하나도 없다. 공익위원들이 자영업자들의 애환을 안다면 그렇게 못한다.

새벽 5시에 나와서 빵을 굽고 하루종일 다리가 퉁퉁 붓도록 매장에 서 있다가 밤 10시에 집에 들어가보라고 해라. 그러고도 벌 수 있는 돈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급여 적게 주고 싶은 사장은 없다. 급여를 많이 주면 근로자도 신이 나서 일을 하고 그만큼 생산성이 향상된다.

그리고 요즘은 사장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 근로자가 먼저 안다. 돈 잘 버는데 급여 조금 주면 근로자가 안 붙어 있는다. 최저임금도 못 버는 사장이 무슨 돈이 있어서 직원들 급여를 펑펑 퍼 줄 수 있겠나?

주기 싫어 안 주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 주는데 공익위원들은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 듯 하다”

- 최저임금 인상이 제과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겠다

“제빵기능사 자격증이 있더라도 현장에서 직접 빵을 만들어내는 일은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어렵다. 소위 말하는 ‘시다’부터 시작해서 밀가루 반죽이라던가 빵 성형 등의 숙련된 기술을 익혀야 한다. 과거에는 시다에게 숙식까지 제공하며 기술을 전수했다.

그런데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동네빵집 사장님들이 제빵사 고용을 할 수 없게 됐다. 자신이 직접 밀가루 반죽을 해서 빵을 굽고 포장도 한다. 당장 나같은 경우도 아내와 새벽 5시에 점포에 나와 일을 시작해서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간다.

그렇게 해도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 등 제하고 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번다. 게다가 코로나 후유증으로 재료비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렇다고 빵값을 올리면 동네장사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다.

제빵사 고용이 안 되면 기술 전수가 안 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손재간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세계적인 제빵 기능대회에 나가면 금메달은 모두 대한민국 차지이다. 대회에 참석하는 다른 나라들은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놓고 겨룬다.

대한민국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때문에 제빵기술이 전수되지 못하고 있다. 높은 최저임금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사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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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 얘기를 해 보자

“동네빵집 기술자들은 선진 외국의 국제 기능올림픽에 나가면 매번 종합우승을 따 온다. 또한 매 2년마다 한 번씩 우리협회 주관으로 코엑스에서 코리아베이커리쇼를 진행한다. 베이커리쇼를 진행하면 천여명의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와 참관을 한다.

외국인 선수들이 오면 협회에서 숙박비까지 지급하지만 베이커리쇼를 진행하는데 정부의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다. 다른 이해단체들에게는 연말이면 훈장도 주고 대통령 표창도 주는데 우리에게는 그것도 주지 않는다.

훈장이나 표창이 큰 의미가 아닐 수 있지만 협회 입장에서는 창피스러운 일이다. 남들 다 받는데 나만 못 받으면 그 기분이 어떻겠나? 프랑스나 독일 등 선진외국에서는 대한민국의 제빵사를 최고수준으로 예우해주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그런 면에서 좀 소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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