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판 중대재해법'에 업계 긴장... 시민사회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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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중대재해법'에 업계 긴장... 시민사회 "자업자득"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2.07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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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CEO에 내부통제 포괄책임 물을 것"
금융권, "CEO명줄 쥐고 흔들겠다는 것"
시민사회, "금융권이 자초한 측면 있어"
금융위원회 전경. 사진=시장경제DB
금융위원회 전경. 사진=시장경제DB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와 관련해 중대 사고 발생시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예고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사실상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흔들 수 있다면서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반면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등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그간 금융사들이 역대급 대형사고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해온 데 따른 '자업자득'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9일 내부통제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 경영진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한 법안을 예고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참여한 TF 관계자는 이날 중간논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회사 경영진의 내부통제 운영에 있어 권한을 위임할 수는 있지만 책임까지 회피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정립한다"면서 "내부통제의 총괄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해 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정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TF 측은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제재하자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금융사고를 예방・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가능한 규정・시스템을 갖췄는가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왼쪽부터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직 구체적인 관련 법 개정안이 나오기 전임에도 금융권에서는 즉각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며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비유한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고는 언제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때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CEO에 대한 징계로 일종의 '외부통제'를 하려는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어디까지를 중대 사고로 볼 것인지부터 명확히하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처벌이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중대 금융사고의 범위 △제재의 유형 △책임면제와 감경기준을 분명히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한 변호사는 "전 정부 하에서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마련의 의무를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해 CEO를 처벌하는 근거로 내세웠다가 누차 법원의 제지를 받았다"면서 "CEO의 책임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자칫 그러한 자의적인 확대해석을 제도화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법조계 인사는 "선진국의 경우 감독당국의 제재나 처분에 있기 전에 내부통제를 제대로 못하는 CEO가 있다면 이사회가 사임하도록 종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그간 금융사들이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자정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도 금융권의 자업자득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모펀드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사모펀드 사고가 이어졌음에도 이에 책임지고 내려온 CEO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느냐"라면서 "사실상 펀드 사기임에도 적당히 불완전 판매 정도로 수습하고 일부 책임을 고객에게 돌려온 금융사들의 인과응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향후 업계 의견을 수렴해 내년 법령 개정 방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중대 금융사고로 인정되더라도 형사처벌보다 금감원 차원의 행정제재를 통해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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