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상 외화송금 징계 착수... 실무자 '확인 의무'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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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상 외화송금 징계 착수... 실무자 '확인 의무' 쟁점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1.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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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수상 해외송금 10조2,451억원
1~9월 사이 불법외환거래 2조원 넘어
금감원, "확인의무 소홀... 징계 불가피"
은행권, "현실적으로 사전예방 어려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10조원에 달하는 이상 외환송금과 관련해 은행권 현장검사를 마무리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은행이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보는 반면, 은행권은 현실적으로 이상외환 송금을 사전 차단할 방법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해 내부통제 관련 이슈에 이어 외화 송금시 '확인의무'의 범위와 기준을 놓고 당분간 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을 전후해 은행권 이상 외화송금 현장검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감원은 6월 외화 의심거래 정황을 파악하고 외국환 업무를 담당하는 모든 은행에 자체점검을 지시했다. 이후 의심거래가 파악된 10개 은행에 대한 추가 현장 검사 등을 거쳐 현재까지 총 72억2,000만달러(한화 10조2,451억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을 파악했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적발된 대부분의 외환거래는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거래소에서 국내 무역법인을 거쳐 해외로 유출되는 양상을 보였다. 금감원은 국내 가상자산이 해외보다 더 높게 가격에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환차익 거래였던 것으로 잠정 결론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드러난 수상한 해외송금 외에도 세관당국이 적발한 불법 외환거래가 올해에만 2조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증한 불법 외환거래 대부분은 가상자산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얻고, 수익을 다시 국외로 빼돌린 환치기 거래로 추정된다.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지난 6일 관세청에 따르면 세관당국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적발한 불법 외환거래 규모는 2조3,9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재산 도피와 자금세탁이 각각 82억원, 164억원이었고, 나머지 2조3,700억원은 불법 송금·환전 거래였다. 이는 지난해 단속한 불법 외환거래 총액 1조3,495억원에 비해 무려 1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환치기 세력은 해외 거래소에서 현지 화폐로 가상화폐를 구입해 이를 한국 거래소로 옮겨와 되파는 방식으로 환차익을 노렸다. 매각대금은 국내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하거나 교역대금으로 위장해 해외로 재송금했다.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환치기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지만 국가적으로는 외환 유출로 이어진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까지 불법 외환거래 단속액 중 약 75.8%가 코인을 활용한 환치기로 집계됐다. 올해 불법 외환거래 단속액 2조3,960억원 중 약 64%에 해당하는 1조5365억원이 중국과의 거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 이행을 소홀히 했다고 보고 구체적인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 송금 전 입증 서류를 확인하도록 돼있는 현행 규정은 단순히 대조하는 차원을 넘어 어떤 목적의 거래인지까지 확인하라는 의미인데 은행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송금한 법인 가운데 지난해 설립된 신생 업체도 있었는데 이런 업체가 단기간에 거금을 해외로 송금했다면 은행이 충분히 문제삼을 수 있고, 또 그랬어야 했다"면서 "일부 은행 영업점은 실제 해당 업체의 송금 거래를 거절한 사례도 있어 그렇지 않았던 은행들이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현장상황을 전했다.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실제로 이상 외화 송금 검사 담당 실무자들은 현재 검사 결과를 취합해 부서장에게 보고하는 귀임 보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법리 검토, 검사서 작성, 제재심의위원회 회부 등 실무 제재 절차에 금명간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검사 과정에서) 외환업무 관계자들에게 문책성 답변서를 받아갔다. 징계수위가 문제이지 실무자들이 제재를 받게 될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분위기다"라면서 "은행은 해외송금 수수료 외에도 값싸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이익이 있어 돈을 들고 찾아온 고객을 거절하기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와 제도적 미비점을 엄격히 구분해 징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법송금이라는 점을 알면서 적극 협력한 일부 은행 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엄중히 문책해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수상한 송금이라는 점을 사전에 알기 어려웠거나, 의심만 가지고 송금을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 내부통제 소홀을 들어 금융권 CEO를 중징계할 수 있는지가 금융권 최대 쟁점이었다면 앞으로 '확인 의무'의 범위와 징계수위가 화두가 될 것"이라면서 "일벌백계도 좋지만 추가적인 이상 해외송금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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