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통안전공단 '車채권 통행세' 논란... 위탁사 "53억 가로채"
상태바
[단독] 교통안전공단 '車채권 통행세' 논란... 위탁사 "53억 가로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12.03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 채권대행 시스템’ 자체 개발 C사, 문제 제기
"공단, 대행 수수료 일방 요구... 8년 간 53억 챙겨"
업계 "서비스 없이 수수료만 거둬... 전형적 통행세"
공단 "일방 인상 아냐... 전국 시도 의견수렴 후 조정“
사진=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홈페이지.
사진=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홈페이지.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 채권 매입·매도 대행 수수료’를 민간 업자들보다도 높게 책정해 50억 원대 이익을 얻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자동차 채권 대행 수수료는 업계 평균 0.3%로 책정돼 있으나, 공단은 수수료율을 0.415%로 올린 뒤, 이 가운데 0.115%를 수익으로 챙겼다. 동 수수료율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조정으로 0.33%로 인하됐으나, 공단이 가져가는 수익 비중(40%)은 그대로 유지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공단 측이 자동차 채권 대행 수수료 이익을 가져갈 근거가 없거나 미약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C사는 자체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 업계 평균인 0.3%의 수수료를 받고 자동차 채권 매입·매도 대행 업무를 수행했다. 동 시스템의 소유권은 이를 개발한 C사에 있으며 공단도 이를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공단이 한 역할은 사실상 없다. C사가 공단의 수수료 수익 챙기기를 ‘통행세’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자동차 채권’이란 차량을 구입하는 개인이나 법인이라면 반드시 매입해야 하는 정부채권이다. 채권 판매 수익은 도로 정비 등 운전자 편의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채권 매입가는 자동차 구입 가격의 10% 내외에서 정해진다. 현실에서는 민간 사업자들이 자동차 채권 매입 및 매도 업무를 대행한다. 이들 민간사업자는 채권 금액의 0.3% 정도를 수수료로 받는다.

공단은 2010년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중소기업인 C사에 시스템 개발을 맡겼다. 기존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은 자동차 등록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폐쇄형 구조였다. C사는 여기에 ‘온라인 지원플랫폼’을 연동시켰다. 지원플랫폼 연동으로 국민들은 지역과 장소, 시간의 제약 없이 온라인상에서 편하게 자동차 등록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C사가 개발한 ‘자동차 채권 매입·매도 대행 서비스’의 연동도 이뤄졌다. 공단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운영에 따른 수익을 6대 4의 비율로 C사와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채권 매입·매도 대행 수수료'는 포함되지 않았다. 공단이 ‘채권 대행 수수료’ 수익을 가져가기 시작한 시기는 2013년이다. 

공단은 C사를 상대로 '자동차 채권 매입·매도 대행 수수료' 수익의 60%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C사는 공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공단이 위 수익의 배분을 요청할 근거가 없거나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채권 매입·매도 대행 시스템은 C사가 자비로 구축했다. 콜센터 역시 전적으로 C사가 자체 비용을 들여 운영했다. 공단이 위 수익의 배분을 요청할 근거는 사실상 없거나 매우 부족했다. 더구나 시스템 소유권도 C사가 보유했다. 공단 내부 감사자료를 보면, 공단도 위 시스템 소유권이 C사에 있음을 인정했다. 동 감사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전략) 공단은 채권매입(매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및 콜센터 소유권을 확보하지 못하였으며, (C사와의) 협약 종료 시 대체 시스템 부재로 시스템을 신규 구축(약 1년 소요)하거나 협약사가 구축·운영 중인 시스템을 유상인수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 실정."

그럼에도 공단은 국토교통부 조정을 거쳐 '자동차 채권 매입·매도 대행 수수료'를 0.415%로 올린 뒤, 0.115%에 해당하는 수익을 수취했다. 이런 방식으로 공단은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53억원을 거둬들였다. 공단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에 대구시는 “자동차 채권 대행 수수료를 0.3% 이상으로 올리면 구매자들이 피해를 본다”며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 10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한국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 10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한국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공단은 이후 수수료를 0.25%까지 낮출 것을 C사에 요구했다가 국토부의 조정을 경유해 0.33%로 변경했다. C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변경된 0.33%에서 공단이 40%의 수익을 가져가면 남은 수익은 0.20% 수준에 불과하고, 시스템 유지비와 콜센터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서비스 운영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항변의 요지였다.

공단의 수수료 조정 혹은 변경(0.415%→0.33%)에 대해서는, 수익이 급감한 C사를 고사시킨 뒤, '자동차 채권 대행 사업 운영권'을 가로채겠다는 속내가 반영된 결정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단은 이런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공단이 의뢰한 '원가(수수료) 계산 외부 용역' 결과는 0.33%보다 더 낮게 나왔으나 협약사(C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감안해 0.33%로 상향해 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했다는 것이 공단 측 답변이다. 이어 공단은 "(수수료 변경을 자의적으로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17개시도 및 국토부 의견을 수렴해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외부용역보고서 공개에 대해서는 내부 문건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공단 관계자는 "채권매입(매도)시스템의 협약기간이 종료됐고, 협약사는 서비스 운용에 따른 수익으로 원금(투자비용)을 이미 회수했으므로 이용자(국민)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수수료를 인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채권 대행 서비스와 관련, 역할이 없는 공단이 수수료만 챙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채권서비스는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의 전산자료와 연동돼 있고, 동 시스템은 공단의 서버, 네트워크, 보안장비 등을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공단의 서버와 통신방, 기타 장비 등을 간접 이용하고 있으므로, 그에 상응한 수익 배분은 정당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단의 해명 내지 반론제기에 C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재반박에 나섰다.

C사 관계자는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은 국가(국토부) 소유의 재산이며, 공단 자체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는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공단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유일한 서비스는 자동차 등록 시 채권거래에 있어 공단 명의 계좌를 제공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공단이 비용을 부담하는 서비스는 없다"고 부연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