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통안전공단, 69억 멋대로 전용하고 예산 6억 허위로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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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통안전공단, 69억 멋대로 전용하고 예산 6억 허위로 따냈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11.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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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위탁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운용 논란
공단, 시스템 수익 69억 '회계기준 위반' 의혹
동 수익, '시스템 운영에 재투자' 의결 후 불이행
2021년 국토부 예산 요청 적정성도 의문
요청불가 항목 '시스템 운영비' 6.3억 끼워넣어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 10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한국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엣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 10월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도로공사·한국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을 운용하면서 얻은 수익금 69억 원을 회계기준을 위반해 사용하고,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을 자체 수익금에서 해결해야 함에도 이를 감춘 뒤 국토부에 별도의 예산을 요청해 따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국회에 제출한 2021년도 예산운용계획 설명자료에 위 시스템 운용 수익과 재투자금액 관련 내역을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의도적인 예산 누락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앞서 공단은 자동차정보관리시스템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려다 물의를 빚은 전력도 있어 국토부와 감사원 차원의 실태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공단,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 전액 국토부 예산 요청
시스템 운용 수익 상당액 감액해야  

본지가 입수한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공단 요청에 따라 ‘차세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 105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동 예산에는 ▲통합수납공채매입(할인)시스템 1억7300만원 ▲통합전자수납시스템 1억4,400만 원 ▲콜센터시스템 구축 3억2,000만 원(이하 통합수납시스템 구축 비용)이 포함됐다. 이들 3건의 세부 예산을 합하면 그 금액은 6억3,700만 원이다. 
 

사진=국회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 자료=국회


공단은 2010년 사업초기, 이사회를 거쳐 '통합수납시스템 이용료 수익'을 재투자 하기로 했다. 공단이 이사회를 거쳐 같은해 11월 17일 국토부에 보고한 ‘자동차전산정보처리조직의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추가설치 및 계획보고’ 문건을 보면, 통합수납시스템 등 추가설치시스템은 국유재산법에 귀속되지 않으므로 동 시스템 이용료 수익을 재투자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내용을 알기쉽게 풀이하면, 해당 시스템 운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국유재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단이 애초 수익 목적에 맞게 사용하겠다는 의미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공단이 국토부에 요청한 ‘차세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예산 105억원 중 '통합수납시스텝' 구축 소요 비용 6억3,700만 원은 제외해야 타당하다. 시스템 운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공단이 재투자 하기로 한만큼, 업그레이드 비용은 별도의 예산청구를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 어디에도 통합수납시스템 운용에 따른 수익 및 재투자 금액에 관한 내역은 찾아 볼 수가 없다. 

특히, 통합수납시스템은 중소기업인 C사가 구축한 시스템이다. 공단은 C사와 소스코드 이전 여부 등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공단 시스템운용 수익 69억... 재투자 내역은 전무 

2010년 이전까지 자동차를 구입한 개인이나 법인은 등록을 위해 관할 구청 등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일부 기업은 동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C사는 자동차 등록 업무 대행을 주업으로 하는 중소기업 중 한 곳이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등록업무를 온라인 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10년까지 자동차정보관리시스템은 일반 시민이 접속할 수 없는 패쇄형 프로그램이었다.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만 이 시스템에 접속해 등록 업무를 진행했다. 

정부는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이 장소나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등록신청을 완료할 수 있는 개방형 시스템을 구축키로 하고, 동 사업을 공단에 맡겼다. 공단은 시스템 개발사로 C사를 선정했다. C사는 일반 국민이 간편하게 자동차 등록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온라인 지원 플랫폼'을 만들어 공무원들이 사용하던 기존 시스템과 연동했다. 지원플랫폼의 핵심이 위에서 설명한 통합수납시스템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차세대 자동차 관리정보시스템'은 동 시스템의 버전 3.0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통합수납시스템 운용 과정에서는 일정한 수익이 발생한다. 공단은 통합수납시스템 부문에서만 14억 원의 순수익을 얻었다. 여기에 이용기관정보제공(44억5,000만 원), 기업민원중계(8억 원) 수수료까지 합하면 공단의 누적 수익은 약 6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한 수익을 얻었음에도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 전액을 예산 신청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공단은 “민간협약 시스템의 노후화 및 국민 수수료 부담 경감 등의 목적으로 시스템 개방을 추진한 사항”이라고 답했다. 풀이하면 국민을 위한 시스템이므로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이다. 자체 수익이 있는데도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 전액을 정부에 예산 요청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공단 회계분리규정 위반 의혹
시스템 운용 수익, 조사연구비로 사용
   

취재 결과 공단은 시스템 운용으로 얻은 수익을 '재투자' 하지 않았다. 공단은 시스템 운용 수익을 조사연구비 항목으로 편성했다. C사 관계자는 이를 '회계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C사 관계자는 “공단이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을 통해 얻은 수익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비목’이라는 항목으로 회계분리를 해야 하고, 수익은 반드시 시스템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공단은 이 수익을 통합예산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막 쓰다보니 잔고가 '제로(0)'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공단 의사결정 문건을 종합하면 공단은 사업 초기 시스템을 통해 얻은 수수료 수익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요금·수수료’로 규정하고, 기획재정부 훈령 '공공요금 산정기준'에 따라 별도 회계분리를 하겠다고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사회 의결을 통해 국토부에 제출한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전산자료 이용수수료 징수’ 문건에도 '수수료 수입'은 "구축-운영(유지보수) 비용에만 사용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수수료 수익은 반드시 회계분리를 하고, 시스템을 위해서만 재사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공단이 2013년 2월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 자료=국회
공단이 2013년 2월 이사회에서 의결한 내용. 자료=국회

그런데 본지가 국회를 통해 입수한 공단의 ‘지출원인행위결의서’를 보면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수익은 ‘비목: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이 아닌, ‘목: 조사연구비’로 구분돼 있다. 통합수납시스템 운용에 따른 수익을 조사연구비로 사용한 것이다. 

공단은 “사업수수료 예산에 포함시켰고, 국가예산 지원이 없는 관련 시스템 운영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플랫폼 수수료의 경우 분리회계를 해야 하는 공공요금과 달리 별도 지침이 없어 일반회계로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단의 해명은 위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전산자료 이용수수료 징수’ 문건이나 '지출원인행위의결서'의 내용과 부합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공단, 원천기술 보유 中企와 소스코드 소유권 분쟁... 1심소 패소  

공단과 C사는 시스템 소스코드 이전 등을 쟁점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은 소스코드 소유권이 C사에 있음을 인정했다.

공단이 먼저 소유권 소송을 제기했고, 결과는 패소했다. 법원은 “소스코드는 C사의 것”, “C사에 6억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공단은 항소를 한 상태다.

공단은 ‘차세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을 공공 영역에 속한 비즈니스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이와 달리 C사는 ‘차세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에서 ‘자동차 등록 대행’은 요기요·배달의민족처럼 민간 비즈니스 영역이므로, 자신들이 대행사업을 위해 만든 원천기술(소스코드)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C사 관계자는 “현재 공단이 추진 중인 ‘차세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구축’은 우리의 기술을 탈취해 '대행 시스템 복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요기요나 배달의민족 같은 대행사업권을 탈취하겠다는 의미와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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