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회적신분 낮으면 병약"... 대한안전교육협회 강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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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회적신분 낮으면 병약"... 대한안전교육협회 강의 논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12.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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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건강, 가난=병약"... '직업차별' 비난 봇물
공무원 A, 협회 온라인 강의 시청 중 황당 경험
"부유-빈곤층 격차 클수록 계층 간 건강도 달라져"
"계급 교육 받는 것 같아 불쾌"... 타공무원도 비판
정부부처 등 수백개 대기업·기관에 위탁교육 진행
안전교육협회, "오해 소지 있다면 수정 혹은 삭제할 것"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 근로자들과 공무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 '편가르기'로 오인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질문과 답변의 관계를 볼 때, '건강' 보다는 소득과 직업에 따른 차별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A는 최근 대한안전교육협회가 주관하는 법정안전의무교육을 온라인으로 받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동영상 강의는 1년에 4회 분기별로 반드시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이었다. 그에 따르면 이날 강연 주제는 ‘건강의 이해 및 건강 결정요인’이었다.

동영상 강의에는 “작업(일)이 있는 사람이 작업(일)이 없는 사람 보다 더 건강하다”, “사회적 신분이 높을수록, 수입이 높을수록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부유할수록 건강하고 가난할수록 건강이 나빠진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강의 내용 가운데는 “가난할수록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 “부유층과 빈곤층간의 격차가 커질수록 두 계층 간 건강도 달라진다” 등의 발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A는 "건강이나 안전 교육이 아니라 '계급 교육'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안전교육협회 강의 모습 캡처. 사진=제보자
대한안전교육협회 강의 모습 캡처. 사진=제보자

문제의 동영상 강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포함됐다. 

 

“Q 건강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건강은 유전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② 작업을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다

③ 사회적 신분이 높을수록 더 건강하다

④ 낮은 교육수준일수록 나쁜 건강상태를 유지한다

대한안전교육협회 강의 모습 캡처. 사진=제보자
대한안전교육협회 강의 모습 캡처. 사진=제보자.

A씨는 안전교육 문제가 계급과 차별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것 같아 건너뛰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시스템상 답을 표시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답을 하나씩 클릭해 봤다. 정답은 2번이었다. “작업을 하는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며 작업조건을 스스로 통제하는 사람일수록 더 건강하다”는 게 협회의 해설이었다. A씨는 당황스러웠다. 2번이 정답이면 ①, ③, ④번이 맞다는 이야기인데, ①번은 그렇다쳐도 ③, ④번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특히, 공무원들에게 단편적 사실을 일반화시키고, 건강이 아니라 ‘계급’을 강조하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강의를 같이 들은 동료 공무원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공무원 B는 “마치 건강하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부자되라고 하는 것 같다. 이런 게 의무교육이라니 당황스럽다”, 공무원 C는 “길거리나 건물 청소원은 당연히 건강하지 못하다는 식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공무원 D는 “형식적인 교육을 인터넷으로 받으라는 것도 문제인데, 듣다보니 내용이 너무 황당해서 놀랐다”, 공무원 E는 “듣고 있으면 화가 난다. 아니꼬우면 부자되라는건지 교육 의도를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협회 홈페이지를 보면, 현대차 등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지자체, 공공기관, 정부부처 등 수백개 기업과 기관이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관련 교육은 '세계보건기구의 건강의 결정요소들'을 인용한 것"이라며 "수강생들이 계급을 조장하는 것으로 느꼈다면 수정 또는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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