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폭탄에... 10월 가계대출 증가세 절반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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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폭탄에... 10월 가계대출 증가세 절반 '뚝'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0.2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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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치솟자 주택담보대출 급감세
연일 규제 강화, 서민 돈줄 어쩌나
지난 8월 여의도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규탄 집회에서 시민단체 관계자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지난 8월 여의도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규탄 집회에서 시민단체 관계자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기륭 기자

저금리 기조 장기화와 부동산 시장 불안 속에서 빠른 속도로 불어나던 가계대출이 10월 들어 한풀 꺾인 모습이다.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까지 강화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당분간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들의 돈줄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54조4,936억원으로 9월 말에 비해 4조6,027억원 늘었다. 아직 은행 영업일이 5일 남긴 했지만 증가폭은 9월(6조5,757억원)보다 30% 줄어들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잠잠해졌다. 지난달 4조4,419억원 늘어났던 주택담보대출은 이달 22일까지 2조7,582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10월 신용대출 증가액도 급감했다. 월별로 8월과 9월 각각 4조705억원, 2조1,121억원씩 늘어났던 신용대출은 이달 22일까지 1조6,401억원 증가했다. 8월 대비 60%, 9월 대비 22% 줄어든 수치다.

남은 영업일을 고려해도 10월 가계대출 증가폭은 은행권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월별 상한 기준 2조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한두 달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 원인은 '주택 거래 절벽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부동산매매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6월 1만5,604건, 7월 1만647건, 8월 4,985건, 9월 3,677건, 10월 1,118건으로 급감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수요자들이 고점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규제 강화 이전에 여건이 되는 사람은 이미 대부분 이용을 한데다, 은행들이 연말을 앞두고 건전성 조정을 위해 속도 조절을 하면서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부쩍 올라 주택 구매를 포기한 고객이 늘었고 신용대출에 대한 당국의 비공식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대출 증가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당국과 은행들의 대출 조이기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2일 김기환 KB금융지주 부사장(CFO)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들어 신용대출과 대기업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정책대출과 금융지원이 이뤄지면서 여신 성장률이 계획을 웃돌았지만 3분기부터 수익성·건전성 관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4분기 여신은 소폭 증가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제는 실수요자인 서민들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이후 서민들은 개인 대출한도가 줄어 전세자금 마련 등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르면 연말까지 법정 최고금리를 연(年) 24%에서 20% 안팎으로 내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지만 자칫 신용등급 문제로 대출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제도권 밖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어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에 서민들을 타깃으로 한 불법 대출 사기가 극성을 부리면서 저소득층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는 양극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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