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 3억 하향"... 정부 헛발질에 주식시장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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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요건 3억 하향"... 정부 헛발질에 주식시장 '혼돈'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10.0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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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주식 합산
3억원 초과시 양도세 30% 부과 추진
'연좌제' 논란 이어 연말 10조 매물 폭탄
여당 일각서도 우려... 정부 "철회 계획 없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폐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상장사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큰 혼란과 충격을 겪고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2017년 개정한 소득세법 시행령을 통해 기존 상장사 대주주 기준을 25억원에서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 등으로 매년 대폭 낮췄다. 2021년 기준에 따르면, 본인을 비롯해 배우자, 조·외조부모, 부모, 자녀, 손자 등이 보유한 물량을 모두 포함해서 개별 종목 주식이 3억원이 넘으면 대주주가 된다.

이번 대주주 요건 대폭 하향으로 대주주가 되면 내년 4월부터는 22~33%에 달하는 양도세를 내야 한다. 본인과 직계가족 등이 보유한 개별 종목 주식이 3억원이 넘으면 투자 소득의 최대 3분의 1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대주주 요건 여부는 통상 매년 연말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오는 12월에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물 폭탄이 쏟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요건 3억원 하향 정책이 추진되면 과거 대주주 회피 목적의 매도세와는 비교도 안될 역대급 매물이 쏟아질 것이다"며 "개인의 순매도 규모가 10조원도 넘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코로나 사태에 버금가는 증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식 시장에 악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세다. 지난 25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앞에서 기재부의 대주주 요건을 하향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정하면 대주주의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하락장 골이 깊어질 것이다"며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것은 투자자들을 좌절시키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대주주 요건 하향 조정을 막기 위한 법안 발의가 예정됐지만 176석에 달하는 거대 여당 내에서조차 반대 의견이 나온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정무위원회 간사 김병욱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제도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의 합리성,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 자금의 증권시장으로의 유입, 자본시장 활성화·선진화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을 위해서도 대주주 범위 확대는 반드시 유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정책을 철회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3년 전부터 예고했던 결정안이고 반발이 크다해서 시행을 앞두고 번복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주주 범위 확대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계획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명을 돌파했다. 2일 오전 11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보면 '대주주 양도소득세는 이제는 폐기되어야 할 악법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동의한 인원은 21만5920명으로 나타났다. 청원인은 "대주주 양도세는 정책 목표도 불확실하고, 증시의 불확실성만 증폭시키는 국민을 고생시키는 정책"이라며 폐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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