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기소유예?... 檢 안팎서 대두되는 절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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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소유예?... 檢 안팎서 대두되는 절충안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8.0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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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에 의견 전한 일부 전문가, 대안 제시
기소·불기소 모두 부담 검찰, 아직 결론못내
기소 땐 개혁상징 수심위 무력화 비판
불기소 땐 檢 수사 신뢰도 추락 불가피
A변호사 "수사팀 입장서 충분히 고려해볼 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삼성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처분을 ‘기소유예’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됐다.

6일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이 부회장 사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이복현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법학, 회계학 전공 교수들과 검찰, 법원 출신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에게 이 사건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결과, 일부 전문가들이 ‘절충안’으로 기소유예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달 말부터 지금까지 외부 전문가들에게 전자메일을 보내, 이 부회장 처분 관련 의견을 구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수사팀 요청에 대면 혹은 서면이나 전화 통화 등의 방법으로 의견을 낸 전문가는 10여명 선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시한 의견 가운데 ‘기소유예를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수사팀은 올해 6월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한 뒤, 고민을 거듭해 왔다. 같은 달 8일 법원은 수사팀이 청구한 이 부회장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영장 기각 직후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법원이 적시한 기각 사유는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팀은 영장 기각 뒤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반전을 노렸으나,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수심위 표결에 참여한 시민전문가 13명 중 법학 전공 교수와 변호사는 7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이복현 부장을 비롯한 수사팀 간부들은 ‘이 부회장이 시세조종이나 분식회계 혐의와 직접 관련돼 있다는 근거’를 묻는 시민전문가들의 질문에 막혔다.

위원회에 참여한 복수의 인사들은 “수사팀 간부들에 대한 질문과정을 거치면서, 불기소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말했다. 수심위 표결에 참여한 13명 위원 중 ‘불기소’에 찬성표를 던진 사람은 10명, ‘끝까지 기소해야 한다’는 입장에 선 위원은 3명에 불과했다. 법원의 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심의위가 압도적 표차로 불기소를 의결하면서 수사팀은 고개를 떨궜다.

2016년 12월 출범한 박영수 특검을 기준으로 할 때 검찰의 삼성 수사는 3년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검찰에 불려나간 삼성 전현직 임직원 수는 110여명, 소환 횟수는 430회에 달한다. 삼성전자 사업장을 비롯 이 사건 관련 압수수색 역시 50회 이상 실시됐다. 법원의 영장기각과 수심위 의결은 검찰의 ‘수사 부실’을 극적으로 반증한다.

검찰이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잉수사’ 구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수심위 의결이 나온 지 5주가 지나도록 기소 여부 결론을 미루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수심위 의결을 모두 존중한 전례를 따라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는 견해와 “유무죄 판단은 법원의 몫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기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사건 이전 개최된 8차례의 수심위 의결을 모두 따랐다.

수사팀이 수심위 의결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외부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이 사건 처리를 둘러싼 검찰의 고민은 깊다. 불기소 처분을 한다면,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가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검찰 수사가 법원의 영장심사는 물론이고 수심위의 벽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공소유지를 보장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반면 기소를 강행한다면 ‘시민의 사법 참여를 통한 검찰 개혁’을 화두로 출범한 수심위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든 검찰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 상당하다. 수사팀에 ‘기소유예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도 이런 사정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일부 소명되지만, 범행의 경중(輕重), 범행의 수단과 동기, 범행 후 피의자의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을 말한다.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일반의 불기소와 같지만, 혐의가 일부 인정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기소와 불기소 처분 모두 그 후폭풍이 부담스러운 검찰 입장에서 본다면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형 로펌 파트너변호사 A는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충분히 가능한 대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부회장 사건은 국정농단 수사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진 측면이 있다. 불기소로 인해 검찰 조직이 받는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수심위 불복에 따른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검토할만한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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