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정신건강법 가족에 책임전가... 입원때 국가가 개입해야" [정신건강기획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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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정신건강법 가족에 책임전가... 입원때 국가가 개입해야" [정신건강기획③]
  • 박주연 기자
  • 승인 2024.03.28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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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저널-한국조현병회복협회 공동기획, '환자에게 치료받을 권리를’

한국조현병회복협회 배점태 회장
지나친 관심으로 편견·차별 조장하는 언론에 유감
본질 못 건드린 사법입원제 도입 도움 안 돼
현실 반영 못하는 정신건강복지법 문제 등에 정치권이 관심 가져야

<편집자 註> 분당 칼부림 사건 등 최근 잇단 범죄사건은 우리 사회에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 및 관리보호에 깊은 고민을 안겨줬다. 2017년 5월 개정 시행 중인 정신건강복지법은 인권침해를 줄였지만 더욱 까다로워진 입원절차는 ‘제때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이유도 모른 채 감금돼 강제 약물 투여와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는 영화 속 장면과 이유도 모른 채 흉기에 쓰러진 광장의 장면이 겹치는 시대. 국민 정신건강이 화두로 떠오른 현시점에서 NGO저널은 한국조현병회복협회와 공동기획으로 진정한 인권의 의미와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되새기며 정신건강복지제도의 문제점과 대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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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현병회복협회 배점태 회장. 최근 몇 몇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배 회장은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했다.
한국조현병회복협회 배점태 회장. 최근 몇 몇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배 회장은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당부했다.

- 반갑습니다. 협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협회는 2008년 어머니 자조모임으로부터 시작하여 정신적으로 취약한 당사자와 가족을 위해 2018년부터 서울시 등록 비영리민간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으로부터 회복을 희망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이 함께하는 단체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당사자와 가족을 위한 봉사를 통하여 촛불과 같은 역할을 하자는 것이 협회의 기본정신이지요.

- 의미가 깊은 활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중증 정신질환자와 관련한 범죄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정치권발 미디어는 현 제도의 문제를 따지거나 새로운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일 텐데요, 공론장 논의들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중증 정신질환자가 관련한 범죄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에 우선 하나 물어 보고자 합니다. 수많은 범죄사건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중증 정신질환자가 관련된 범죄사건만 왜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하나요? 일반인 또는 다른 장애인들에 의한 수많은 범죄사건은 왜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습니까?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보도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성하는 현실이 사실 가장 답답합니다.

현재 중증 정신질환자 입원제도에 미비점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현 제도의 미비점은 사회와 정치권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 준다면 해결 될 수 있다고 봐요. 제도적 문제는 정신건강복지법의 입원관련 법률조항만 일부 개정하면 된다고 봅니다. 제도적으로 미비한 점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가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요. 사실 많은 당사자와 가족을 힘들고 답답하게 하는 것은 언론에서 중증 정신질환자와 관련해 자극적이거나 또는 반복적인 기사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가족들은 병식이 없는 당사자인 경우 병원에 데리고 가서 치료를 받게 하는 것도 무척 힘이 들지만 이와 함께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가족을 답답하게 합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언론이 이런 점을 알고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배 회장은 가족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가기까지라고 한다. 입원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데 가족에게만 책임을 모두 돌리지 말고 국가가 적극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배 회장은 가족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가기까지라고 한다. 입원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는데 가족에게만 책임을 모두 돌리지 말고 국가가 적극 개입할 것을 주문했다.

 

국가의 입원개입, 환자 병상 확보 등 시스템 구축이 관건

 

- 일각에서 사법입원제를 현 제도의 대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법입원제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NGO저널에서 사법입원제를 기사화한 것을 보았습니다. NGO저널에서 사법입원제 문제점을 잘 제기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아프면 좋은 병원에 자기 스스로 입원하기를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정신질환자는 무슨 이유로 치료를 하려는데 법원에 의한 사법입원제가 논의되고 있는 건가요? 그것은 정신질환의 특성중 하나인 병식(자기 스스로 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없는 당사자가 많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치료를 거부하는 당사자의 입원 여부에 대한 판단을 의사 대신 판사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 사법입원제의 기본취지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법입원제가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은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과 2023년에 발생한 서현역 사건 등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우리 협회에서는 두 사건이 우리나라에 사법입원제가 도입되지 않아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주아파트 방화 사건은 피해망상이 있는 당사자가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동생이 국가에 도움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가족의 요청을 외면하였기 때문이지요. 또 서현역 사건의 경우 병에 대한 가족의 무지로 자녀를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가슴 아픈 사건들이 왜 발생했을까요. 협회에서는 그 근본 원인이 정신건강복지법에서 당사자의 치료를 국가에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협회는 입원을 거부하는 당사자를 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사법부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족들이 요구하고 바라는 것은 입원을 거부하는 당사자에 대한 판사의 판단이 아니라, 입원을 거부하는 당사자를 병원까지 데리고 가는 것을 가족의 책임으로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에서 개입하라는 겁니다. 또한 당사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상 확보를 원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우리 협회는 이런 문제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입원 관련 일부 내용만 수정하면 근본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협회는 당사자 치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새로운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위해 국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그런 예산이 있다면 당사자들이 조기에, 그리고 적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사용되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배 회장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은 후 재활을 하면서 시급한 것은 이들에게 맞는 일자리라고 했다. 환자와 가족에게 쓸모없은 입법이 아닌 이 부분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배 회장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받은 후 재활을 하면서 시급한 것은 이들에게 맞는 일자리라고 했다. 환자와 가족에게 쓸모없은 입법이 아닌 이 부분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다.

 

정신질환자도 공동체 일원, 사회복귀 위한 맞춤형 일자리 필요

- 아픈 환자를 입원시켜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이 느끼는 어려움과 고통이 클 것 같습니다. 모두를 위한 사회공동체를 위해 그분들을 어떻게 대하고 배려해야 할지 가족의 입장에서 한 말씀 해주시지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대한국민 국민들은 누구나 정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물론,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 중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요즘은 좋은 약들이 많이 개발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과거 문둥병(한센병)에 걸린 사람들을 사회에서 격리시킨 시절도 있었지만 오늘날은 그 병에 걸려도 격리 없이 사회에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의약 발전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그 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단지 치료를 거부한 극소수 정신질환자에 의한 이상 행동과 사건 때문에 언론을 통해 정신질환 당사자 전체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 탓에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하는 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는 치료만 잘 받으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요. 이들도 우리 사회 공동체 일원이라는 사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해주기를 바랍니다.

- 중증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재활, 고용 등 복지 측면에서의 어려움도 클 것 같습니다.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요?

중증질환자에 있어서 치료의 어려움은 병식 부족과 좋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상 부족입니다. 중증질환자는 증상이 악화될수록 치료를 거부합니다. 이런 당사자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은둔형 외톨이로 집에만 있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돌봐주는 가족이 없는 경우 노숙자가 되거나 정신요양시설에 들어가서 생을 마감하게 되지요. 그래서 약물복용과 함께 재활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보험체계는 의사중심의 약물치료에만 집중되어 있고, 재활치료에 대한 지원은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많이 뒤처지고 있어요. 또한 재활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 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사자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지는 것입니다. 정신장애인들은 신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 증상 등으로 일반인과 같이 일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질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일자리가 사회에 별로 없다는 것이 큰 어려움이에요.

배 회장은 사법입원제와 같은 제도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쏟아붓는 것에 반대했다. 비영리민간단체를 활용하는 등 좀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재활, 가족들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배 회장은 사법입원제와 같은 제도에 막대한 국가재정을 쏟아붓는 것에 반대했다. 비영리민간단체를 활용하는 등 좀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재활, 가족들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 정부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씀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정신질환이라는 병과 치료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정신질환은 조기 및 적기에 치료하면 얼마든지 정상적 사회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노벨상을 받은 존 내쉬 박사는 조현병 당사자이었어요. 미국에서 존경받는 링컨대통령도 심한 우울증으로 주위 친구들이 걱정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은 적절한 도움과 치료를 통하여 병을 극복하고 세계적 업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부족과 입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정신건강복지법 문제 등으로 인해 당사자들이 조기 및 적기 치료를 받지 못하여 만성화가 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요. 병이 만성화가 되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것은 당사자와 가족이지만, 사회에서도 여러 가지 부담과 함께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정신장애인들은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 소득수준이 가장 낮고 기초생활수급자가 가장 많습니다. 이러한 국가통계자료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위해 지원해 주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정신장애인은 소외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에요. 치료가 잘 안되어 만성화가 된 중증정신장애인들이 사회에서 편견과 차별 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 갈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국가인권위원회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정신질환 당사자들이 일상생활의 주로 도움을 받은 사람은 가족의 비중이 73.1%, 정신건강복지센터 근무 사회복지사의 비중이 15.1%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도 당사자들의 일상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가족에 대한 지원 예산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가 미국, 대만과 같이 당사자와 가족을 위해 운영되고 있는 건전한 비영리민간단체를 지원하는 것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좋겠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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