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장(市場)주의자'임을 선언한다 [최승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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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장(市場)주의자'임을 선언한다 [최승재 칼럼]
  • 최승재 세종대 교수/변호사
  • 승인 2024.03.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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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시대, 왜 '시장주의자'가 되어야 하나
시장보다 더 공정한 수단 발견 못해
시장 실패 대부분은 '정부 관여'가 원인
정부, 직접 개입보다 시장기능 회복에 중점둬야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시장은 가격을 발견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기계주의적 평등주의(平等主義)와 구체적 방안을 수반하지 않은 낭만적 이상주의(理想主義)는 지속적으로, 시장이 아닌 정부에 의한 자원 배분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연구와 실무에서의 경험을 통해, 시장보다 더 공정한 수단을 발견하지 못한 필자는 시장주의(市場主義)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본 연재를 통해 시장주의와 이를 위협하는 우리 사회의 여러 사례와 현상, 제도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2023년으로 이 별에 태어난 지 300년이 된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철학자, 법학자이며 경제학자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오스트리아(Austria) 학파의 미제스(Ludwig von Mises, 1881-1973)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는 빈 대학에서 법학과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학과 법학은 아이디어와 구현태라는 형식으로 서로 공진화(共進化)한다.

1776년 출간된 스미스의 <국부론(Wealth of Nations)>이 아직도 생명력을 가지는 이유는, 각 개인이 이기적인 의도를 가지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 전체로서의 국가경제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미시적인 개인의 총합은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로 인해 전체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개인과 전체의 조율이 필요하다.

문제는 원칙과 예외이다. 구성의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가 정부의 관여에 의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상적인 시장은 복잡계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시장요소를 반영한 ‘가격 메카니즘’에 의해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시장의 실패는 시장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시장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규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관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은 ‘열역학 2법칙’과 같이 역사적 경험상 항상 관찰된다. 엔트로피(entropy)가 증가하는 것과 같이 정부의 시장관여는 증가한다. 정부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재정립 돼야 한다.

정부는 군사력과 외교력을 통해서 다른 나라의 무력에 의해 자국 경제가 붕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전쟁은 국민경제에 가장 즉각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원인이다. 

사법부가 그 역할을 정의롭게 수행하고 있음을 모든 국민이 분명히 알 수 있도록, 정부는 사법제도를 정립해야 한다. 아테네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중민주주의는 사법부에 의한 제어가 필요하다. 총합으로서 인간의 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점에 대한 담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면 사법부가 사회와 괴리된다면 시민들은 더 이상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사법부는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국가는 개별 경제주체 관점에서 이윤이 비용보다 작지만, 사회전체에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예를 들어 인프라 투자)를 담당해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시장이 기능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정부는 손을 떼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제학은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ics)’일 수밖에 없으며, 공적선택(public choice)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법학은 경제학과의 관계에서 시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장은 인간에게 ‘자유(自由)’를 준다. ‘도시의 공기가 자유를 준(Stadtluft macht frei)’ 이유는 시장에 의해서 자원이 분배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다. 경제적 고통에 정치가 결합되면, 국민은 고통을 인내하는 대신 정부 관여에 의한 진통제 처방을 요구하게 된다.

정부의 단기적인 경제정책 효과는 많은 경우 예측이 어렵다. 문제는 밀턴 프리드먼(Freedman)이 그의 저서 <화려한 약속 우울한 성과(Bright Promises Dismal Performance)>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치를 예견하는 수정구슬은 경제를 예견하는 수정구슬보다 선명도가 떨어진다는 점에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고상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실패하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장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시장이 성장하도록 하고, 시장을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시장의 무결(無缺)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끊임없이 조작되고 왜곡될 우려가 있다. 시장은 정치적인 공세에 연약하다.

시장주의 관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방치가 아니다. 그렇다고 지나친 간섭은 득보다 실이 많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자녀를 망치는 것과 같다. 시장주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나무를 가꾸는 정원사와 같은 마음가짐이다. 나무의 성장을 위해 그 구조를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시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이에크(Friedrich Hayek, 1899-1992)는 저서 <노예의 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자유주의자의 사회에 대한 태도는 식물을 돌보는 정원사와 같다. 식물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 구조와 기능을 가능한 많이 알아야 하듯, 자유주의자도 사회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좋은 말로 포장된 정책들이 시장을 고사시키고, 특정 그룹이 그 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을 막으려면 우리는 ‘시장주의자’가 돼야 한다. 나는 오늘 ‘시장주의자’라고 선언한다.

 

▶최승재 교수는

1971년 경남 고성 출생으로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나와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0년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한 뒤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삼성SDI·한국 마이크로소프트(MS) 변호사,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2회(2009~2010년, 2014~2015년) 역임했다.

서울대와 美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석사를, 서울대에서 법학박사(경제법 전공)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세청 조세법률고문, 금감원 분쟁조정위원, 언론중재위 중재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2019년 12월 최 변호사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 퀄컴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1조원 대 과징금 취소 청구 소송에서 공정위 변론을 대리,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 사건은 공정위 역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 처분으로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퀄컴에 부과된 과징금은 1조311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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