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발에 플랫폼법 좌초 위기... 입법까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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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반발에 플랫폼법 좌초 위기... 입법까지 '산 넘어 산'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4.02.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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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업계와 '사전지정제'검토...도입시기 지연 예상
혁신 추구 보다 "실익 반영한 다양한 보호 장치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업계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 위기로 기우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업계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 위기로 기우는 분위기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업계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 정부는 일단 한발 물러선 태도로 법안 세부 내용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현재는 플랫폼법 입법화하기 위해 '사전 지정' 재검토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사실상 ‘플랫폼법’ 입법화는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12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업계 반발에 부딪혀 법안의 핵심이던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을 재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7일 브리핑에서 "플랫폼법 입법을 위해 국내외 업계 및 이해 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며 "사전 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플랫폼법이란,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한 뒤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등 이른바 ‘4대 반칙 행위’를 규제하는 게 골자다. 주요 규제 행위는 ▲멀티호밍 제한(입점사업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최혜대우 요구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이다.

문제는 규제 대상에 오르는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부터다. 일례로, 쿠팡은 유료멤버십 와우 회원에게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끼워팔기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 이밖에도 쿠팡이츠(배달앱) 할인 혜택 등은 자사우대 논란을 불러 올 수 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플랫폼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 법에 따라 ‘끼워팔기’가 금지되면 무료 멤버십 서비스 등이 사라지고 유료서비스만 남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벤처기업협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법안이 도입될 시 문제점과 우려 사항 등을 전 국민에게 알려 도입 철회를 이루자는 취지다. 

구글, 애플 등 미국 IT기업들은 “국내 토종 기업만 규제한다”며 손발을 묶는 ‘사전규제법’이 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벤처업계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IT벤처기업의 혁신을 줄이고 성장을 막는 악법”이라며 비판했다. 

소상공인업계는 규율 대상으로 소상공인 업종에 직접적인 피해는 주는 플랫폼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진행한 최근 조사에서 소상공인의 84.3%가 법 제정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인 답변은 4.9%에 불과했다.

당초 공정위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횡포를 막기 위해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자 신속한 법 제정을 강조했었지만, 반발의 목소리를 의식해 법안의 핵심이던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사전지정제’는 말 그대로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놓는 것을 뜻하는 만큼 사실상 법 추진이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현행 공정거래법상으로는 ‘반칙행위 시점’과 ‘시정조치 시점’의 차이가 발생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플랫폼 반칙행위 처리기간을 크게 단축하는데 핵심 수단으로 언급했던 것이지만 당초 입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던 모습에서 동력을 잃게 되는 모습이 되므로 새 법안 마련 행보는 ‘진퇴양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안을 추진한다고 해도 그다지 기대가 없다는 부정적 반응들도 잇따른다. 기존 업계의 반대로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지 않는 것은 플랫폼법의 근간부터 바꿔놓는 수준의 작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배적 사업자 기준이 모호해져 기존 공정거래법과 큰 차이가 없어 플랫폼법을 추진하려던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단초가 존재한다. 공정거래법 제6조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셋 이하의 사업자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때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추정한다. 이 때 일정 거래분야에서 연간 매출액 혹은 구매액이 40억원 미만이거나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인 사업자는 제외된다.

반면, 공정위는 플랫폼법 이러한 좌초위기 전망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추진하려는 의지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사전지정 제도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대안이 있는지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지금 단계에선 좀 더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흥선 부위원장은 이어 "연휴 이후 전문가와 소통하며 사전 지정 없이 효과적으로 대형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업계 간 소통 장벽 외에도 플랫폼법이 입법화돼도 실제 시행하기 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혁신과 경쟁력이 중요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기업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우선시 돼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관련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혁신을 위한 플랫폼법을 논리적으로 추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닌 다양한 이해관계들에 의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인들 대상 현장 조사를 통해 수수료, 광고비, 경쟁 유도 등으로부터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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