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도지사' 김동연의 비결은?... 1년 6개월 만에 50조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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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도지사' 김동연의 비결은?... 1년 6개월 만에 50조 유치
  • 김호정 기자
  • 승인 2024.01.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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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0조원'...유치 목표액 절반 달성
외국 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도 적극 구애
적극 행정·벤처 기업 발굴로 투자 연계
RE100 통한 기후 대응도을 투자로 전환
김동연 경기도지사 기자회견 사진=경기도청
김동연 경기도지사 기자회견. 사진=경기도청

 

'돈 버는 도지사', 경제 관료 출신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수식하는 말이다.

김동연 지사는 취임 당시부터 100조원 투자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며 '돈 잘 버는 도지사'를 자처했다.

김 지사는 돈 버는 도지사 타이틀을 내세운 이유로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이 시장 경제와 시장 원리, 경제에 있어 무능하고 무지하다는 일부의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취임한 지 1년 반 만에 투자 유치 목표액의 절반인 50조원을 달성하면서 100조원 투자 유치 공약이 공염불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미국, 일본, 태국, 중국, 호주 등 해외 방문을 마다하지 않고 '경기도 세일즈'에 동분서주한 김동연 지사의 노력이 있었다. 더불어 글로벌 기업과 외국 기업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범위를 넓혀, 국내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등 실질적인 결실을 이끌어내기 위해 애쓴 결과가 반영됐다.

 

국내 복귀 기업 '애로사항'을 '기회'로 전환

이랜텍 용인 신공장 착공식  사진=용인시
이랜텍 용인 신공장 착공식. 사진=용인시

 

중국에서 운영 중이던 공장을 철수하고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완장산업단지에 새로 둥지를 튼 이랜텍은 이러한 발상의 전환과 김동연 지사의 노력이 이룬 결실이다.

이랜텍은 중국 장쑤성 수녕에 있던 공장을 철수해 국내로 복귀한 경기도의 첫 리쇼어링 기업이다. 해외 시장에서 돌아온 기업의 국내 정착을 지원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국내 복귀 기업으로도 지정됐다.

1982년 배터리팩 전문 기업으로 출발한 이랜텍은 휴대폰 케이스, 충전기, 전자담배 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다. 2020년 생산한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한 데 이어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로봇 등으로 분야를 넓혔다.

애초 이랜텍은 용인 완장일반산업단지에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배터리를 생산할 공장을 신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업종은 입주를 제한한다는 일반 산업단지관리기본계획의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또 이랜텍의 에너지저장장치(ESS)배터리 공장에서는 일부 공정에서 폐수가 발생하는데, 해당 산업단지에는 폐수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공장을 둘로 나눠야 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경기도는 즉각 이랜텍과 협의를 통해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량이 소량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용인시와 환경부를 설득하는 작업에 나섰다.

먼저 용인시 측에는 공정 과정에서 나온 폐수를 해당 기업이 외부로 반출해 직접 처리하기로 양해를 구했다. 또한, 환경부에서는 산업단지관리기본계획상 소량의 폐수를 외부로 반출해 처리하면 입주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이랜텍은 938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4만1992㎡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의 신축 공장 2개 동 건립에 들어다. 올해 상반기에는 공장을 가동해 중대형 배터리팩 등을 양산할 예정이다.

이 밖에 반도체·미래차 등 혁신 생태계 성장을 위한 국내 투자 유치도 이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약 20조원의 투자가 예상된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도 화성 기아 미래차 신공장에 5400억원, 이천 등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에 220억원, 시흥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환형 충전시설 12억원 등 국내 투자를 유치했다. 아울러 벤처스타트업 부문에서 제2판교 클러스터 조성 등 2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 위기 대응 통해서도 투자 유치

탄소 저감 해외 벤처기업 발굴 이끌어 

김동연 지사, 인마크글로벌과 5조3000억원 투자 의향 체결식 사진=경기도
김동연 지사, 인마크글로벌과 5조3000억원 투자 의향 체결식. 사진=경기도

 

김동연 지사가 내건 또 다른 타이틀은 '기후 도지사'다. 김 지사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세계 지방정부의 연대를 강조한다.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김 지사의 의지는 지난해 11월 호주 출장에서 친환경기업 전문투자사인 호주 인마크 글로벌과 5조3000억원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인마크 글로벌은 탄소 저감 기술 벤처기업인 SPR사에 1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4개 지역에 플라스틱 재생 원료 제조시설을 설립하기로 했다.

SPR은 LNG(액화천연가스) 냉열을 이용해 투명 페트병과 의류용 장섬유 등의 원료가 되는 고급 재생 원료(rPET칩)를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LNG 냉열은 액체화된 천연가스를 기체화하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영하 162도의 차가운 열이다. SPR은 이 냉열을 동력원으로 사용해 플라스틱 재생을 하는 초저온동결 파쇄공법을 사용한다.

앞서 경기도는 SPR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1년에 국가 공모사업을 제안했으나 투자 유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포기하지 않았다. SPR의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공동 투자 유치 활동을 벌였고, 이는 결국 인마크 글로벌의 투자로 이어졌다.

SPR의 초저온동결 파쇄공법을 이용하면 기존에는 소각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플라스틱을 되살릴 수 있어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기존 46%에서 93%까지 높일 수 있다. 특히, 플라스틱 소각을 최소화하면 탄소 발생을 줄이면서도 고순도 플라스틱 재생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경기도는 특히 유럽연합(EU)이 2025년부터 섬유산업에서 재생 원료를 25% 이상 사용할 것을 의무화함에 따라 플라스틱 재생원료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당 재생 원료를 경기북부 특화산업인 섬유산업에 적용하면 수출 단가 절감은 물론 판로 개척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SPR은 경기도의 RE100(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글로벌 캠페인) 달성을 위한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앞서 인마크 글로벌은 경기도의 RE100 실천 의지에 공감하며 에너지와 정보통신(IT) 등 분야에 향후 5년간 4조3000억원의 추가 투자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돈 버는 도지사, 기후 도지사의 타이틀이 더 견고해지는 모양새다.

김 지사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임기 내 100조 투자 유치를 목표로 전 세계와 협력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에서 대한민국을 선도하고 있다”면서 “새해에는 (이러한) 방향에 속도를 더하겠다”고 사자후를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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