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시세차익 노렸나...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에 시장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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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 시세차익 노렸나...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에 시장 '촉각'
  • 유명환 기자
  • 승인 2023.12.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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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가치 제고·배당금 확대 요구 뒤 차익 실현
"국내 행동주의 편드 대부분 주주서환 보낸 뒤 주식 매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가치 제고와 배당금 확대, 경영권 정상화 등을 앞세워 개인투자자들의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진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보다는 차익실현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최근 삼성물산 측과 만나 명확한 자본 배분 계획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는 2017년부터 삼성물산에 투자해 현재 약 1억달러(1390억원)어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화이트박스는 만남 당시 삼성물산의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68%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와 관련 화이트박스는 삼성물산이 주주들의 수익률과 연계된 임원 보상 체계를 도입해 할인율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회사가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됐으나 현재 삼성물산의 주주환원 정책은 이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논리를 폈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팰리서캐피탈도 최근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주가와 실질적인 기업가치에 약 250억달러(33조원)의 격차가 있다며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시티오브런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지난달 삼성물산에 주당 배당금을 지난해 2300원에서 올해 4500원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자사주 5000억원 규모를 매입할 것을 요구 사항으로 내걸었다.

이런 요구사항이 업계에 퍼지면서 삼성물산 주가는 두달새 20% 넘게 상승했다. 지난 10월 27일 10만32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14일 장중 13만원까지 올랐다.

국내 토종 행동주의 펀드인 KCGI자산운용은 최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등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도 보냈다.

문제는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가치 제고를 앞세워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KCGI펀드는 오스템임플란트 투자로 수익을 냈지만, 주주행동주의 본연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경영 개입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기보다 단타성 시세차익만 노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투자한 DB하이텍,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주가가 올랐지만, 대주주와의 갈등에 따른 이벤트성일 뿐 기업가치 제고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얼라인파트너스도 JB금융지주 등 다수의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주주행동주의에 나섰지만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시작할 무렵 주가가 일시적으로 올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주행동주의 대상 상장사 14개의 평균 주가 상승률 추이를 조사한 결과 주주제안 이후 20거래일 시점에 주가가 13.63% 상승했지만, 40거래일 9.40%, 60거래일 2.33%, 110거래일 0.42%로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배당 등 단기 이슈에만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영전략 등을 제시한다”면서도 “국내 행동주의 편드 대부분 주주서한을 보낸 뒤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도해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행동주의펀드 등장으로 주가가 오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행동주의펀드가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을 공격하거나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불합리한 지배구조 개선을 내걸고 나타났으나 단기 주가를 높여 수익을 내는 약탈적인 모습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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