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쿠팡·배민 없다"... 벤처투자자들 '온플법'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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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쿠팡·배민 없다"... 벤처투자자들 '온플법' 비판 목소리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12.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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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기정 공정위원장, '온플법' 제정안 마련
주요 스타트업 투자사 대표들, 투자 위축 우려
제2의 '판도라TV' 될까... 과도한 규제 한목소리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독과점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온플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나서자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미리 정하고 사전에 규제할 경우 기업들이 공정위가 정하는 규제 커트라인 이상으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 19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플랫폼법 제정안을 마련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소수의 핵심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하고,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등 반칙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매출액·이용자 수·시장점유율 등 정량 요건에 시장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는 그동안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사례로 카카오T(택시)의 배차 알고리즘 조작, 가맹 택시 우대 행위를 예시로 들었다.

이와 관련 21일 소프트뱅크벤처스 이준표 대표는 본인 트위터에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는 더 이상 혁신적인 스타트업인 네이버나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기업을 한국에서 목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 테크 지형에 엄청난 '게임 체인저'가 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00년에 한국에 발을 들인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당근마켓, 하이퍼커넥트, 네이버제트 등 한국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투자한 대표적인 벤처캐피탈 회사로 꼽힌다. 벤처투자정보업체 '더브이씨'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11월 말 기준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 스타트업을 포함해 116개사에 5560억원 이상을 투자한 상태다.

쿠팡, 배달의 민족 등에 투자한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위가 추진하는 법 관련 논의에 우리(벤처캐피탈 투자자들)도 꼭 논의에 참여해야 하며, 왜 필요없는지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썼다. 그는 "온플법은 회사들이 어느 정도 커지면 더 제한을 받아야 하며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며 "작은 회사들이 새로운 쿠팡·배민·네이버·카카오가 되기 더더욱 힘들고 한국에 투자하는 돈은 정부 돈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말라가는 벤처업계에 규제폭탄

김 대표는 특히 지금의 공정위 법안 추진 상황은 지난 2010년 초기 국내 동영상업체인 판도라 TV가 유튜브에 밀려 몰락한 과거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2010~2011년 본인확인제와 저작권법 실시로 판도라TV같은 국내 동영상업체만 규제를 받는 상황에 놓인 반면 유튜브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역차별이란 논란이 일었다.

그는 "오래 전 동영상 서비스가 생겼을 때 판도라TV의 인기가 높았고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유튜브는 판도라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당시 '불법 비디오가 올라오면 무조건 플랫폼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법이 통과돼 판도라TV를 보던 소비자들이 다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회사가 몰락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재계와 IT 유관 단체들도 반대에 나섰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최근 "(플랫폼법이) 토종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을 원천 봉쇄하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 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고 밝혔고, 정보기술(IT) 5개 단체가 모인 '디지털경제연합'도 "온라인 플랫폼 사전 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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