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60兆 마켓 열렸다... 不信이 부른 현대차 '중고차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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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60兆 마켓 열렸다... 不信이 부른 현대차 '중고차 등판'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3.10.24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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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중고차 매매업, 중기적합업종서 해제
현대차그룹, 2020년 사업 진출 선언
업계 "늦어도 올해 안에 중고차 마케팅 개시"
독과점 우려에 '사업 3년차 점유율 5%' 제한
'출고 5년·주행거래 10만㎞' 초기 매물 확보
"200여개 항목 점검, 신차 수준 품질 유지"
일부 "골목상권 침해" 반대 목소리... 예년만 못해
"중고차 업계 스스로 신뢰 잃어... 반대 명분 없어"
KG모빌리티도 시장 진출 의사 밝혀... 조직 정비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늦어도 올해 안에 중고차 운행 이력 인증 및 매매 사업 관련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고차 매매 사업 진출을 선언한지 3년 만이다. 일단 여론 반응은 우호적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자영업자 시장 침해에 대한 우려 혹은 비판보다는 중고차 거래 신뢰도를 한 차원 높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더 크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직접 중고차를 인증·판매하는 첫 사례인만큼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다. 현대차에 이어 KG모빌리티가 시장 진출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GM, 르노코리아도 뒤를 이어 시장에 뛰어들 전망이다.

여론의 우호적 반응은 기존 중고차 매매 시장에 대한 근본적 불신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중고차 거래는 허위 매물과 자동차 사고 이력 은폐, 거래 상대방에 대한 기망·공갈 등 위법행위가 난무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시장에서는 완성차 제조사들의 사업 진출이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 독과점 우려 의식... '점유율 제한' 내걸어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출에는 법적 규제 완화가 크게 작용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그 결과 대기업집단에 속한 완성차 제조기업들은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이 원천 봉쇄됐다. 중고차 매매에 있어 대기업의 시장 참여를 배제한 사례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동 제한이 풀린 시기는 2020년.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도모하겠다며 사업 진출을 예고했다.

현대차그룹은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고자 스스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키로 했다. 사업 개시 3년차까지 전체 중고차 거래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각각 5.1%, 3.7% 미만으로 한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매물은 신뢰도 확보를 위해 자사 임직원 보유 차량을 우선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고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km 이하를 기본 조건으로, 200여개 항목에 대한 자체 점검을 거쳐 초기 매물을 선정했다고 한다. 오프라인 판매 거점은 수도권의 경우 경기 용인 중고차 매매단지 내 현대차 오토허브, 부산·울산·경남 권역은 경남 양산시 현대차 양산출고센터 등 두 곳이다. 각 센터에는 진단과 정비, 내·외관 개선(판금, 도장, 휠·타이어, 차량 광택 등)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이 배치된다.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매물 성능과 사고 이력, 침수 여부 등 세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포털도 운영한다.

현대차에 이어 KG모빌리티도 하반기 '인증 중고차' 거래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올해 상반기부터 인증 중고차 판매를 위해 정비 조직 등을 개편했다. 초기 매입 조건은 출고 5년·주행거리 10만㎞로 현대차와 동일하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아직까지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물밑에서 사업성, 진출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중고차 시장 재탄생 계기… 소비자 권익 및 선택권 확대"

일부에서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골목상권 침해' 시각에서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다만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중고차 딜러는 "기존 업계는 그동안 소비자들의 신뢰를 너무 잃었다"며 "현대차 등의 사업 진출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느꼈던 여러 불신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 및 재편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 최상위급의 매물만을 취급하는 현대차에 비해 저렴한 매물을 판매하는 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소비자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면 중고차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OECD 국가 중 완성차 업체 중고차 사업 진출이 불가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며 "현대차의 시장 진입은 소비자 보호 측면은 물론이고 현대차의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 봐도 도움이 된다. 10여년간 정부 규제로 닫힌 시장이 열린 만큼 정체됐던 중고차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중고차·신차 시장 간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현대차가 시장에 진입하면 약 30조원대 수준인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질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5% 더 비싸지만 인증된 신차급 중고차를 구매할 것인지, 더 저렴한 중고차를 선택할 것인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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