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기 대출에 연령제한 생기나... 정부, 고삐 풀린 대출 다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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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기 대출에 연령제한 생기나... 정부, 고삐 풀린 대출 다시 규제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3.08.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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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 열흘만에 6,685억원 증가
주택담보대출도 1조 2,000억원 증가해 위험 수위
50년 만기 대출 상품 인기에 정부 연령 제안 제시
인터넷은행 공격적 비대면 주담보 영업 문제 주시
은행권, 정부 규제 완화가 가계 대출 증가 야기 지적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위험 수위가 되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 나오며 은행권에서는 ‘책임 전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위험 수위가 되면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 나오며 은행권에서는 ‘책임 전가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위험 수위가 되자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책임 전가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달 들어 열흘 만에 주택담보대출이 1조원 이상 불어나자 업계에서는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에 연령 제안이 생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중·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이라는 인가 취지에 맞지 않게 공격적으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몰두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679조 8,893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 2,208억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열흘 만에 6,685억원 또 늘어난 수치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택담보대출 역시 같은 기간 1조 2,299억원(512조 8,875억원→514조 1,174억원)이나 뛰었다.

이런 추세로 미뤄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4월 이후 8월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원, 5조 4,000억원 불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가계대출이 진정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권이 결국 움직이기 시작했다. 11일 은행연합회는 소속 은행들에 일제히 공통 양식을 보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 실적과 조건 등을 채워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지난 10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한국은행·금융감독원·주택금융공사·은행연합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가계부채현황 점검회의'에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한 요인으로 거론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으로, 지난 1월 수협은행이 선보인 뒤 5대 은행도 지난달 이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결과, 10일 기준으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은 1조 2,379억원에 이른다. 출시 이후 한 달여 만에 대출 잔액이 1조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대출자가 갚아야 할 전체 원리금은 늘어나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년 단위로 소득 대비 원리금 감당 능력을 보기 때문에 당장 현재 대출자 입장에서는 전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DSR 우회 수단'으로 지목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초장기 만기 상품이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연령 제한 도입 전망이 확실시 되고 있다.

현재 5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현재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 만 35세 이상 대출자는 초장기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나머지 주요 은행들은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에 제한이 거의 없는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45년 만기에 '만 39세 이하' 나이 조건을 뒀다가, 최근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서 나이 제한을 오히려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업계는 조만간 은행연합회를 통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연령 등 은행권 공통 제한 기준이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 자율규제 방식이지만 각 은행이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2분기 말(6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17조 3,220억원으로, 1분기 말(13조 8,690억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3조 4,530억원(24.9%) 급증했다. 2분기 석 달 동안 새로 취급한 주택담보대출만 3조 5,290억원에 이른다.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도 1분기 말 2조 8,300억원에서 2분기 말 3조 7,000억원으로 30.1% 뛰었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주택담보대출을 빠르게 늘리는 인터넷은행들의 영업 행태가 인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태동 당시 취지는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DB)가 풍부하니 신용 심사를 잘해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을 늘리고, 서류심사 통해 담보를 잡는 등의 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지만 금리가 높아져 신용대출이 많이 상환되니 영업이 어려워졌는지,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25.7%, 케이뱅크 23.9%, 토스뱅크 42.06%로 연말 목표치(30%·32%·44%)에 모두 미달한 상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679조 8,893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 2,208억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열흘 만에 6,685억원 또 늘어난 수치다. 사진=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일 현재 679조 8,893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 2,208억원)과 비교해 이달 들어 열흘 만에 6,685억원 또 늘어난 수치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은행권에서는 정부가 거론하는 요인과 대책이 과연 가계대출 증가 문제의 핵심과 관련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해 불과 몇개월 전 규제를 대거 풀어 대출 증가를 야기한 정부가 이제 은행 상품구조와 관리 탓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주택담보대출 LTV(담보인정비율) 상한 완화, 부동산규제지역 해제, 민간택지 내 분양가상한제 지정 해제 등 정부가 부동산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어줬기 때문이란 것.

40년 이상 만기의 주택담보대출 출시도 사실상 정부가 금리인상기 대출자의 원리금 부담을 덜어주라고 독려한 결과라는 지적뿐 아니라 정부가 5월 말 가동한 '온라인 대환대출 플랫폼'도 가계대출 증가세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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