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민 전 행장 측 혐의 입증 추가 증거 제출
신 전 부회장 조력자 민 전 행장, 경영분쟁 개입
추가 증거, 수사과정 중 신동주-민유성 행적 담아
회계장부 임의 제공... '롯데 수사' 적극 협조
재계 일각 "부친 평생 일군 기업 위기 빠트려... 해선 안 될 일"
2016년 롯데그룹을 공중 분해 위기로 내몰았던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이면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적극적인 협조와 조력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문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16년 당시에도 신 전 부회장이 이른바 '형제의 난' 과정서 방대한 분량의 회계자료 등 민감 정보를 수사당국에 임의 제공했으며,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됐다는 시각이 존재했다.
검찰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정재용 판사) 심리로 열린,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변호사법 위반 혐의 속행 공판에서 재판부에 추가 증거를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추가 증거는 민 전 행장 측이 롯데그룹 수사팀에 회계장부 등을 넘겨주고, 직접 검찰에 나와 진술을 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음을 보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는 민 전 행장이 경영을 맡은 제3의 법인(나무코프) 직원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수사 진행 상황을 담은 문건을 작성해 신 전 부회장과 민 전 행장에게 보고한 사실도 공개됐다. 민 전 행장이 두 명의 전직 롯데 직원과 접촉, 내부정보 유출을 사주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작성한 계약서를 증거로 제시했다.
민 전 행장은 신 전 부회장의 조력자를 자처한 인물로, 롯데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에 깊숙이 개입했다. 그는 그룹 경영진에서 밀려난 신 전 부회장 업무 복귀를 위해 정치권과 법조계, 재계와 금융계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민 전 행장이 위법한 로비의 대가로 신 전 부회장으로부터 198억원 상당의 현금 혹은 현금성 자산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등사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으로부터 인용 결정을 받았다. 이렇게 확보된 회계장부 등 자료는 검찰에 흘러 들어가, 롯데 총수 일가 수사의 마중물이 됐다.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문건은 민 전 행장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입증을 목적으로 한다. 다만 이 사건 심리 및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민 전 행장의 역할과 행적을 종합하면, 민 전 행장의 검찰에 대한 회계장부 제공은 신 전 부회장과의 사전 협의 혹은 묵인 아래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신 전 부회장 측이 롯데그룹 수사를 검찰에 의뢰한 것과 다름 없어 보인다"며 "경영권 분쟁 중이었다고 하지만 부친이 평생 일군 기업을 위기에 빠트리고, 가족에 대한 수사를 유도한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