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네이버 '고래의 꿈'... 초거대AI, 웹브라우저 판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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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네이버 '고래의 꿈'... 초거대AI, 웹브라우저 판 바꿀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6.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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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클로바X' 한국어 학습... 챗GPT 6500배
네이버, AI 챗봇 '서치GPT' 개발... '웨일'과 연동
'하이퍼클로바X' 기반 GPT... 한국어 번역 특화
웹브라우저 웨일, 한국어 글로벌 확산 기여
기업용 '웨일 엔터프라이즈', 사업 탄력... 좁은 내수시장 '한계'
사진=네이버 웨일 홈페이지
사진=네이버 웨일 홈페이지

네이버의 자체 웹브라우저 '웨일'이 오랜 잠영을 끝내고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를 수 있을까. 글로벌 인터넷 포털 기업이 저마다 초거대 AI(인공지능) 챗봇 개발에 뛰어들면서, 인터넷 항해의 '관문'으로 일컬어지는 웹브라우저 분야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AI 경쟁력 확보가 포털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요소로 떠오른 가운데, 웹브라우저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의 '엣지' 웹브라우저에 AI챗봇 '챗GPT' 서비스를 연동하면서 판을 흔들었다. 구글도 AI 챗봇 '바드'를 탑재한 '크롬' 웹브라우저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7월 공개 예정인 초거대AI '하이퍼클로바X'와 '웨일'을 융합시킨 서치GPT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독보적 포털 점유율과 대조적으로 웹브라우저에서 만큼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던 네이버가 한국어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로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구글·MS 등 글로벌 빅테크社, 웹브라우저에 공들이는 이유

포털 기업 입장에서 웹브라우저 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분야다. 검색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지만, 그보다 인터넷망을 통해 웹브라우저에 '접속'하는 과정이 먼저다. 따라서 웹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하면 포털 점유율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포털 플랫폼에 탑재된 다양한 부가 서비스의 수익성 개선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는 국내 포털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고 있음에도, 웹브라우저 분야에선 구글 '크롬'의 높은 벽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크롬은 빠른 구동 속도와 다양한 확장 프로그램, 무료 번역, 계정 동기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앞세워 해외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독보적 점유율을 차지했다.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게 그 의미가 각별하다. AI와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디지털 대전환'(DX) 시대 근간을 이루는 것은 결국 '데이터'이다. 웹브라우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쿠키, 태그, 히스토리 등 각각의 사용자 데이터는 빅테크 산업 생태계의 뿌리나 다름이 없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크롬은 점유율 48.9%로 1위를 지켰다. 이어 애플 사파리 18.8%, 삼성 인터넷 15.6%, 네이버 웨일 8.8% 등의 순이었다.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로 활로를 뚫는다는 전략이다. 하이퍼클로바X의 강점은 '한국어 학습량'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픈AI의 챗GPT-3.5 대비 한국어 학습량이 6500배 더 많다. 뉴스 50년치, 블로그 9년치에 달하는 데이터 규모다.

네이버는 올해 초 AI서비스 '클로바'와 번역서비스 '파파고', 웹브라우저 '웨일' 등의 개발·운영 조직을 네이버클라우드 산하로 통합했다. AI와 클라우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을 통합, 시너지를 내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올해 2월 네이버의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 2023' 행사에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를 이렇게 정의 내렸다. 

"개별 서비스부터 특정 기업 또는 국가 단위까지 저마다의 목적에 최적화된 AI."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1사옥 '그랜팩토리'와 2사옥 '1784'. 사진=시장경제DB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 1사옥 '그랜팩토리'와 2사옥 '1784'. 사진=시장경제DB

 

네이버 '웨일', 초거대 AI로 무장 예고... 점유율 '지각변동' 노려

네이버는 2021년 자사의 웨일 브라우저를 2024년까지 3년 안에 국내시장 1위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까지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이지만, '비장의 카드'인 서치GPT 대한 기대감은 상당하다.  

올해 상반기 중 출시될 AI 챗봇 서치GPT는 하이퍼클로바X를 네이버 검색에 특화시킨 대규모 언어모델 '오션(OCEAN)'을 근간으로 한다. 이 기술은 네이버가 20년간 축적한 사용자의 검색 흐름 데이터를 모델링했다. AI 시스템이 사용자의 검색 의도와 질문의 맥락을 더 정확히 파악하는데 있어, 데이터 모델링은 필수 요소이다.  

김용범 네이버 서치US 치프 사이언티스트는, '데뷰' 발표 현장에서 서치GPT 개발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정보의 신뢰성, 네이버 서비스와의 연결성, 효과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멀티모달'(multimodal) 등 세 가지를 중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모달리티(Modality)는 사전적으로 ‘양식’, 혹은 ‘양상’이란 뜻을 갖는다. AI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 이 용어는 웹개발자와 UI(사용자 환경) 디자이너 사이에서 쓰였다. 예를 들어 명령어나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을 단순화하면 ‘유니 모달리티’, 그 방식을 다양화하면 ‘멀티 모달리티’라고 했다. 현재 이 용어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AI를 개발할 때 흔히 사용된다.

사람이 오감을 이용해 외부 데이터에 접속하고 그 내용을 학습하는 것처럼, AI 프로그램이 시각이나 청각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정보를 습득하고 사고하는 경우, ‘멀티모달 AI’라는 표현을 쓴다. 

서치GPT는 '웨일'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서비스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MS는 자사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결합하고, 엣지 브라우저를 통해 서비스하는 전략을 취했다. 

웨일 브라우저는 B2B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에서 사용하는 브라우저는 해킹이나 피싱, 악성프로그램 등에 대응해 업무상 높은 보안성을 필요로 한다. 기업·공공 전용으로 개발된 '웨일 엔터프라이즈' 브라우저는 관리자 권한과 보안 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 관리자는 조직 특성에 맞춰 사내 브라우저의 UI, 웹 애플리케이션, 보안 등을 새로 세팅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이달 초 베타 버전으로 출시된 웨일 엔터프라이즈는 한국항공대에 첫 공급을 앞두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항공대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기능 고도화와 안정화 작업을 진행한 뒤, 웨일 엔터프라이즈를 올해 안에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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