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협동조합 예산 대부분 줄줄 새... 실효성 없어"
상태바
[시경초대석] "협동조합 예산 대부분 줄줄 새... 실효성 없어"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10.28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일균 한국렌탈판매협동조합 이사장 인터뷰
"관련 예산 대부분, 간접지원 사업에 배정"
"이른바 중간지원조직 컨설팅비, 강사료 등 소진"
"소상공인협동조합 2만여개... 그만큼 어렵다는 뜻"
"ESG는 사업자협동조합 성공의 열쇠"... 상생 프로그램 운영
렌탈기간 끝난 소형가전, 필터 등 교환해 취약계층 기증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협동조합 성공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비결은 없는 것 같다. 우리의 경우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가는 렌탈업계에서 살아남고자 사업자협동조합 형태로 작게 시작했다. 초기 참가자들이 렌탈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상공인들이었다.

자금력이나 물류 등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십시일반 힘을 합치다 보니 혼자서 사업을 할 때보다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을 목표로 일을 하다 보니 조합원간에 신뢰가 쌓이게 되고 좋은 실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도 ESG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협동조합은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상업조직이다. 그런면에서 ESG는 협동조합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리사이클링을 위해 중고 공기청정기를 회수·수리해 취약계층 가정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비데 같은 제품과 달리 공기청정기는 필터만 교체해도 새 제품과 98% 동일한 기능을 한다.

기업에 렌탈 해주고 3년의 렌탈기간이 끝난 공기청정기를 회수해 필터만 교체해도 신제품과 차이가 없다. 그런데 렌탈기간이 끝나면 폐기처분된다. 이런 관행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상생을 위한 도시재생사업도 추진 중이다.

인천 중구 도시재생지에서 사회적기업, 청년기업 관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무실 임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도 4층 규모 건물 임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층에는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착한 커피숍을, 3~4층은 청년 사업자에게, 2층은 사회적기업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업계에서는 큰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잘 나가는 소상공인이라면 굳이 협동조합 안 한다.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설립해 영위해 가는데, 협동조합으로 뭉치면 조금 더 나은 삶이 돼야 함에도 그렇게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협동조합이 자발·자주적 조직이라고 하지만 기초 지원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어려운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부족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제도의 문제이다. 이제 10년이다. 고아원에서 나온 18세 청년과 무엇이 다른가?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줘야 하는데 정부의 지원은 중간행정비용으로 소멸된다. 정부 예산의 95%가 간접지원이다. 협동조합 활성화사업에 몸 담고 있는 컨설턴트 등의 급여와 행사비로 거의 모든 예산이 지출되고 실제 현장 지원 예산은 형편없이 적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현장에 지원되는 예산이 거의 없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

“협동조합 설립과 운영에 관한 교육사업(강의)이나 활성화 사업에 거의 모든 예산이 소진된다. 대부분의 교육이라는 것이 그렇듯 생산성은 거의 없다. 강의에 나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스펙을 팔아먹으며 강의에 나선다. 

이론적 전문가들의 컨설팅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실무진에서 전문가가 나와야 한다. 협동조합을 왜 하려 하는가? 정부지원이 있기 때문에, 그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협동조합 하려는 사람이 태반이다. 정부와 광역지자체가 협동조합 설립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 구체적으로 협동조합 활성화사업 예산을 받아 먹으려는 기관들이 협동조합 설립을 부추긴다.

획일화된 정부 지침에 따른 지원 방식도 문제다. 현실과 형편에 맞는 지원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기준과 절차에 맞춘 지원을 한다. 70~80년대 군에 가면 군복에 몸을 맞추라고 했다. 정부는 협동조합업계에 이와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잘 나가는 자영업자가 왜 협동조합을 하나? 어려우니까 협동조합을 한다. 소상공인협동조합이 2만여개라고 들었는데 그만큼 자영업시장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정부에서는 10년 동안 지원을 했는데도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니까 예산을 줄이겠다고 한다. 예산집행기관의 잘못인데 욕은 협동조합이 먹고 있다. 원인은 협동조합 지원체계에 있다. 지원예산만 쏙 빼먹고 사라지는 이른바 먹튀에게 지원해 준 정부 잘못인데 책임은 협동조합하는 사람들에게 돌린다. 그나마 어렵게 살아남은게 죄가 됐다.

협동조합 중간지원조직과 활성화제도를 만든 것은 정부이다. 제도를 만드는데 실무진 의견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정부 입맛에 맞는 설계를 해서 정부가 만들어 준 옷에 맞추라는 얘기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정부 지원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생각하는 대안이 있다면 설명 부탁한다. 

“정말 절실한 사람들에게 돈이 가지 않고 협동조합 중간지원조직(컨설턴트 등)에 목을 메고 있는 사람들이 예산 대부분을 축내고 있다. 

선진외국은 역사가 깊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10년 됐다. 소상공인 협동조합은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서 설립한다. 너희들끼리 알아서 살아라 하고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 한국렌탈판매협동조합 얘기로 끝을 맺어 보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기관이나 기업에서 구매한 공기청정기 수량에 대응해 2:1 매칭 방식으로 공기청정기를 확보해 지역사회 취약계층 가정에 제공하는 사업이다. B2G(인천미추홀구청, 인천중구청, 서울노원구청, 서울남부구치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각급 학교 등)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면, 매칭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프로그램이다. 좀 더 많은 기관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오늘보다 더 나은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조합의 모든 구성원은 대한민국 1호 렌탈 전문 사회적기업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더 많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이 조합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