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 것 없다"... 전천후 SUV '쉐보레 타호'의 독보적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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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 없다"... 전천후 SUV '쉐보레 타호'의 독보적 존재감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2.10.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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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프리미엄 SUV '타호' 국내 첫 출시
헐리우드 영화 '경호차량'으로 유명세
위압적 덩치 불구 매끄러운 주행감 '엄지 척'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 스캔... 승차감 우수
차박 등 캠핑, 레저활동에 최적화
너무 큰 차체, 낮은 연비 등 아쉬워
사진=시장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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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너럴모터스(GM) 브랜드 쉐보레가 미국 헐리우드 액션 영화에서 경호차량으로 자주 등장한 대형 프리미엄 SUV '타호'를 국내 첫 출시했다. 타호는 1994년 첫 출시 이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정통 SUV다. 타호는 GM 산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GMC '유콘'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한다.

타호를 실제로 보면 큰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상당하다. 국내에는 최상위 트림인 '하이컨트리(High Country)' 모델만 들어온다. 타호는 차 길이(전장)만 5350㎜로 포드 '익스페디션(5335㎜)', 기아 '카니발(5155㎜)', 현대차 '스타리아(5255㎜)' 보다도 길다. 전폭과 전고도 2057mm, 1925mm에 달해 일반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양옆이 꽉 차고 차 앞부분은 선을 넘는다. 얼핏보면 에스컬레이드보다도 커보인다.

휠베이스는 무려 3071mm, 2열 레그룸과 3열 레그룸도 1067mm, 886mm로 성인 7명이 탑승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넉넉한 공간을 확보했다. 3열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기본 적재용량은 722리터, 2열을 접으면 3480리터까지 늘어난다.

사진=시장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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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호라는 차명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 경계에 있는 대형 호수 '타호'에서 따온 것. 각지고 거대한 외관의 위압감은 그 이름에 걸맞다. 높게 위치한 파워돔 스타일의 보닛, 웅장한 갈바노 크롬 그릴과 조화를 이룬 LED 헤드램프, 측면에 새겨진 크롬 재질의 하이컨트리 로고 등은 투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차체가 워낙 높고 길어 22인치 휠도 작게 보인다. 후면 양끝에 장착된 세로형 리어램프, 검은색 타호 레터링, 하단에 위치한 듀얼 머플러는 타호의 와일드한 존재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높은 차체 때문에 탑승하기 어렵겠다는 걱정은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해결해 준다. 운전석에 앉으니 높으면서도 탁 트인 시야가 인상적이다. 시트 착좌감은 물론 팔과 왼쪽 다리 거치도 만족스럽다. 실내 인테리어와 기기 배치는 쉐보레 고유의 감성을 담았다. 10.2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정보, 화질, 반응속도 등이 훌륭하다. 변속기는 버튼식인데 P와 N은 누르는 방식, R과 D는 당기는 방식이다. 적응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오작동을 막기 위한 쉐보레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사진=시장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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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에는 승객을 위한 에어컨디셔닝 조절 장치, USB 충전장치, HDMI와 무선 헤드셋을 지원하는 12.6인치 개별 모니터가 기본 탑재됐다. 오토폴딩이 가능한 2열과 3열은 적재함 오른쪽에 위치한 버튼을 이용해 조작 가능하다.

시동을 걸자 6.2리터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굉음이 들려온다. 거슬리는 소음이 아닌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울림이다. 타호는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을 자랑한다.

사진=시장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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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은 용산에서 출발, 서울 시내를 통과해 경기도 가평 소재 용마산까지 왕복하는 170km 코스에서 이뤄졌다. 차체가 크고 힘이 넘쳐 운전하기 어렵겠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가속 페달을 밟자 차는 부드러우면서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2.6톤이 넘는 차체는 변속이 민첩해 저속에서도 부드럽게 달리고, 좁은 골목에서도 불편함 없이 코너를 빠져나간다. 4대의 카메라가 차량 외부를 모든 각도에서 비추고, 여러 대의 센서가 차 주변 물체를 식별해 사각지대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엔진 배기음이 다소 커서 주택가에서 운전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원하는 위치에 제대로 서지만, 제동 시 차체 앞 쏠림이 강하다. 탑승객 안전과 승차감을 고려해 충분한 제동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호는 4륜 구동 시스템을 비롯해 업계 최초로 17개 모드로 엔진 실린더 움직임을 조정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Dynamic Fuel Management)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작동하면 8개 실린더를 모두 비활성화할 수 있다. 기존 4개 실린더만 비활성화했던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보다 더 정확한 출력 조정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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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 오르자 타호의 강력한 성능이 느껴진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 등은 적다. 속도를 올려도 육중한 차체가 무색할 정도로 주행이 부드럽고 가볍다. 가속성도 뛰어난데다가 무게감이 좀처럼 느켜지지 않는 경쾌함이 매력적이다. 고속에서 코너를 돌아도 진가를 발휘한다.

타호에는 대형 SUV에서 발생하기 쉬운 진동과 롤링 현상을 방지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콘트롤(magnetic Ride Control)'이 장착됐는데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을 스캔해 노면 컨디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에스컬레이드'와 동일하게 적용된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Adaptive Air Ride Suspension)은 자동 레벨링과 지상고 조절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자동 레벨링은 고속 주행 시 지상고를 20mm 낮춰 안정적인 주행과 연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무거운 짐을 싣고 주행하거나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상황에서도 차량 쏠림 현상이 자동 조절돼 주행 안정성을 한층 높였다.  

용마산 인근 비포장 도로에 들어선 뒤에도 타호는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렸다. 오프로드 주행 시 타호는 차체를 모드에 따라 25~50mm 높여 안전한 험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방지턱이나 제법 큰 자갈을 밟고 지나가도 실내는 아늑하다. 4륜구동 시스템은 어떤 상황에서도 노면을 확실하게 붙잡아 줘, 앞뒤 좌우 흔들림이 적다. 최대 3.4톤까지 견인할 수 있어 레저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타호가 캠핑 등 레저용으로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수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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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호에는 7개 에어백은 물론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360도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후측방 경고 시스템, 차선변경 경고 시스템, 운전석 햅틱 경고 시스템 등 최첨단 안전 사양이 대거 탑재돼 승객 안전을 책임진다. 

장시간 주행에도 운전으로 인한 피곤함은 없다. 시승 후 연비는 리터 당 7.8km를 기록했다. 타호는 1억6000만원에 달하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성비' 높은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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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이컨트리 모델 9253만원, 스페셜 에디션인 다크 나이트 모델 9363만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지갑을 열기 부담되는 수준이다. 국내 일반 주차공간을 넘어서는 차체와 리터 당 6.4km에 불과한 복합연비도 흥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실제 시승 후 연비는 리터 당 7.8km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어디 하나 부족한 공간 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편안함을 제공하는 타호는 운전자와 승객 모두를 VIP로 만들어준다. 레저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범용성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독보적 차량임에 분명하다. 이런 압도적 존재감을 앞세워 더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쉐보레의 선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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