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고 급전쓰다 급망"… 미소금융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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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다고 급전쓰다 급망"… 미소금융 알았더라면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9.0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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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대출’, ‘희망대출’, ‘사업자대출’, ‘100%대출’ 등 전통시장 골목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불법사채업자들의 명함에 새겨진 문구들이다.

그리고 그 명함들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정이자 준수업체’라거나 ‘금융감독원 등록업체’라는 등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문구가 아주 작게 씌어져 있다.

물론 대출업체의 상호명도 없고 대부업 등록번호도 없으며 업체의 주소는 더더욱 없을뿐더러 있는 것이라곤 달랑 누구명의인지도 모를 휴대전화번호 하나뿐이다.

이른바 대포폰을 사용하는 불법사채업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불법사채광고를 통해 불법사채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존재할까 싶지만 실제 영세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많이 다르기만 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재래시장에서 장어구이식당을 운영하던 오모씨(남, 58세)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6개월여간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일이었고 그렇다고 임대료와 종업원들의 급여를 안 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몇 달간 자금의 압박을 받던 오씨는 식당을 비우고 은행을 찾아갈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아 시장바닥에 굴러다니던 명함을 보고 불법사채를 이용했다.

500만원을 빌려 100일간 매일 6만원씩 갚기로 하고 급전을 융통한 오씨는 자금을 융통하던 초기에는 그리 큰 부담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매일 6만원씩을 갚아야 했던 일수대출은 며칠간 변제를 하지 못하면 ‘엎어치기’라는 명목으로 변제일수를 5~10일씩 늘려갔고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지며 식당에 손님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어도 오씨가 변제해야 할 일수대출은 여전히 500만원이나 남아 있는 형편이었다.

오씨가 일수대출을 하는 사채업자에게 그 동안 건넨 돈은 300여만원에 달했지만 원금은 한 푼도 갚지 못했던 셈이다.

오씨가 이용했던 일수대출은 이자율이 무려 137%에 달했으며 ‘엎어치기’를 통해 오씨가 변제했던 금액까지 합쳐 계산하게 되면 300%가 넘는 연이율에 해당했다.

그러던 중 시장 상인회로부터 ‘미소금융’의 전통시장 소액대출 상품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미소금융을 찾아가 연리 4%의 저리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전통시장 상인이나 자영업자 등 영세 서민들은 금융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매일 장사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짬을 내어 금융회사를 찾아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어렵게 짬을 내서 금융회사를 찾아가 대출을 신청해도 여러 가지 서류준비와 대출실행까지의 기간들 때문에 정상적인 금융이용이 쉽지 못한 형편이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전통시장 상인들의 87.5%는 금융기관의 대출상품을 알아보았지만 대출이 거부되거나 필요에 비해 턱없이 작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불법사채를 이용했다고 한다.

특히 전통시장 상인들의 경우 금융회사에서 요구하는 소득 증빙자료를 갖추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있는 확률이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신용도와 소득이 낮고 담보물건의 제공도 불가능하며 급전이 필요한 것이 전통시장 상인들의 특성이다.

이런 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채업자들은 명함에 직업이나 신용도 불문에 무담보, 무보증 혹은 ‘10분’, ‘즉시’라는 문구를 새겨놓고 영업을 한다.

현행법상 최고 이자율은 27.9%이지만 불법사채시장은 사채업자의 계산기 마음대로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연리 1만%가 넘는 사채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영세자영업자들이라면 서민의 금융생활 및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서민금융진흥원이 운용하고 있는 미소금융의 창업·운영자금 상품을 필히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신용이나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불법사채의 피해를 막기 위해 진행되는 복지차원의 사업이기 때문에 어려운 서민일수록 꼭 머릿속에 담고 있어야 할 금융정보이다.

미소금융에서는 전국 약 380개 전통시장 상인회를 통해 점포당 1000만원까지 4.5% 이내의 저금리로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신규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최대 7천만원까지 연리 4.5%의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는 사업자에게는 금리할인의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운영자금이나 시설개선자금도 1인당 2천만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으며 긴급생계자금도 1천만원 한도내에서 연리 4.5%의 저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불법사채업자에게 수백만원의 돈을 뜯겼던 오씨는 “영세자영업자라면 아내의 이름이나 생일은 잊어도 되지만 미소금융만큼은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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