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농협은행 ATM 폰... ①번 없는데 계속 "①번 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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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농협은행 ATM 폰... ①번 없는데 계속 "①번 눌러라"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9.05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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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안내 '숫자버튼', 전화기 상에는 없어 혼선 초래
안내 방송 바꾸든지 전화기 다 바꿔야... '개선 시급'
농협 ATM기기 옆에 부착된 긴급 통화 전화기를 보면 번호 없이 ▲지점 ▲경비회사 ▲콜센터라고 적힌 버튼만 존재한다. 하지만 안내 방송은 번호를 누르라고 안내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utomatic Teller’s Machine, 이하 ATM) AS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긴급 전화기와 안내 방송 시스템이 상이해 고객이 수 십 분 동안 불편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정진호 씨(가명)는 지난 2일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서울의 한 농협은행 ATM 지점을 방문했다. 평소와 같이 카드를 넣고, 70만원을 인출하기 위한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는 돈이 인출됐다고 떴지만 돈은 인출되지 않았다.

정 씨는 ATM 기계 옆에 부착된 긴급 통화 전화기를 통해 콜센터, 지점, 경비회사로 통화를 시도했다.

토요일이라 지점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콜센터 버튼을 누르자 '문자로 안내를 받으려면 ①번 버튼', '목소리로 안내를 받으려면 ②번 버튼'을 누르라고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하지만 전화기에는 숫자로 표시된 버튼이 없었다.

버튼이라고는 ▲지점 ▲경비회사 ▲콜센터가 전부였다. AS 전화기로는 연결을 할 수가 없어 자신의 휴대폰으로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안내 방송과 똑같이 ①번이나 ②번을 누르라고 안내했다. 숫자 버튼이 없다고 하자 안내원은 버튼이 있다고 맞붙었다.

뒤늦게 전화기에 안내 버튼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 안내원은 ▲지점 버튼을 ①번 ▲경비회사 버튼을 ②번 ▲콜센터 버튼을 ③번으로 간주하고 버튼을 누르라고 했다.

하지만 변동은 없었다. 안내 방송은 오로지 숫자 버튼만을 누르라고 안내했다.

상담사는 계좌 번호를 부르면 현재 계좌의 상태를 알려주겠다고 안내했다. 해당 카드의 계좌는 아내의 것이어서 안 될 것 같았지만 급한 마음에 일단 계좌번호를 상담에게 불러줬다.

그러자 상담사는 정 씨 아내의 계좌를 조회한 후 별도 검증 없이 남편인 정 씨에게 ‘지연인출’ 계좌라고 안내했다.

지연인출이란 은행이 고객의 보이싱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100만원 이상을 송금 받았을 시 30분 이내에 돈을 인출하지 못하게 하는 계좌 거래 방어 시스템이다. 은행마다 송금액, 시간은 각기 조금씩 다르다.

정 씨는 ‘지연인출’이라는 전문용어를 몰랐다. ATM 기계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출이 지연 된 것으로만 이해했다. 전표에도 ‘지연인출’이라고 기입돼 있었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설명돼 있지 않았다.

정 씨는 결과적으로 30분 동안 ATM 전화기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지연인출’ 방어 시간을 넘겨 인출하게 됐다.

정 씨는 “안내방송하고, 전화기가 다르다. 만일 농협은행 전국 지점의 전화기가 이런 상태라면 안내 방송을 바꾸든지 아니면 전화를 다 바꿔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원활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홍보팀 관계자는 “직접 확인한 결과 콜센터를 누르면 안내방송 없이 바로 콜센터로 연결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타인 계좌의 ‘지연 인출’ 정보는 ATM 기계 오류 시 별도 검증 없이 알려줄 수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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