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NH농협카드, 잘되면 사장탓 못되면 직원탓? -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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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NH농협카드, 잘되면 사장탓 못되면 직원탓?

2000년 외환위기가 수그러들 무렵 생명보험회사들의 영업대리점에서는 보험상품의 해약실적이 높은 설계사를 선정해 포상을 하는 웃지 못 할 풍경이 벌어졌다. 생보사들은 외환위기 직후 시중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소비자들에게 고금리 배당상품을 대량 판매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수그러들며 시중금리가 안정되자 소비자와 약속했던 수익률을 맞추기 어렵게 된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을 독려해 고금리 상품의 해약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20여년전에 금융기관에서 벌어졌던 웃지 못 할 진풍경이 며칠 전 NH농협카드에서도 벌어졌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퍼주기 경쟁을 벌이며 치킨게임을 하던 NH농협카드가 급기야는 제 살을 파먹는 상품을 출시해놓고 역마진이 크게 발생하자 농협은행 직원들에게 카드해지를 독려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가 된 상품은 SK플래닛과 제휴해 출시한 ‘NH 올원 시럽카드’로 상품 출시 후 큰 인기를 누렸지만 6개월 만에 카드발급이 중단됐다. NH농협카드에 따르면 해당 상품은 올해 초를 기준으로 신용카드 13만장, 체크카드 31만장 등 총 44만장이 발급됐다. 제휴사인 SK플래닛은 카드를 쓸수록 손실이 커진다며 지난 2016년 말 제휴해지를 통보했다. SK플래닛이 시럽카드로 인해 입은 손실은 약 8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사의 과당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4년 카드대란의 원인도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이 원인이었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소비자들의 신용도와는 무관하게 여신한도를 퍼주는가 하면 역마진이 발생하도록 소비자혜택을 늘렸던 것이 카드사들이다. 신용대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 다시 퍼주기 경쟁에 들어갔던 카드사들을 향해 홍익대의 전성인 교수는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동물보다 못한 카드사”라는 비난까지 퍼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너 죽고 나살자’는 식의 치킨게임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

과거 생보사들의 고금리 상품해약 독려는 금융회사가 시중금리의 변동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시중금리라는 것이 금융회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변동된다는 점에서 본다면 생보사가 입은 손실을 측은하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NH농협카드의 해지독려는 금융회사의 의도에 의해 역마진이 발생한 것이고 회사의 ‘상품설계미숙’에서 벌어진 인재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회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손실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기(?)’하려는 의도까지 내비쳤다는 점은 NH농협카드가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게 하고 있다. NH농협카드측은 자율탈회 권유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자율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간 큰 직원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NH농협은행은 여러 명의 부행장이 있으나 신용카드 담당 부행장만 분사장이라고 호칭한다. 은행에서 신용카드 사업을 따로 떼어 낼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사업분야가 독자적인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시장점유율이 필수조건이다. NH농협카드가 독자생존을 위해 분에 넘치는 소비자혜택을 제공했고 역마진이 심해지자 직원들에게 갑질하는 모습에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직원)탓’이라는 속담이 떠올려진다. 이인기 분사장이 직책에서 ‘분’자를 떼고 싶었던 욕심탓은 아니었을까?

김흥수 기자  hs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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