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풋옵션價 협상 가능... 신창재, 왜 대화 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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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풋옵션價 협상 가능... 신창재, 왜 대화 피하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4.1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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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풋옵션 행사價 분쟁' FI 측 관계자 단독 인터뷰
"신창재 회장 측에 언론플레이 중단 요구 공문까지 발송"
"교보 브랜드와 한국 法治 믿고 투자했는데 이래도 되나"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재무적 투자자(FI)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재무적 투자자(FI)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법적 분쟁이 전면화되는 양상이다. 교보생명은 9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 지분에 대한 공정시장가치(FMV)를 터무니 없이 높게 평가해 FI 측에 부당한 이익을 주려 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측 법률 대리인 법무법인 지우는 고발장에서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산정한 공정시장가치(FMV)는 의뢰인이 부당한 이득을 얻게 하도록 가담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산정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미국회계감독 당국에 고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보생명의 고발을 두고 "회사가 주주 간 싸움에 개입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교보생명과 FI 측의 분쟁은 2012년 9월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창재 회장의 지분 24%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양측은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이행하지 않을시 풋옵션(지분을 특정 가격에 팔 권리)을 행사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매입가는 주당 24만5,000원으로 총 1조2,054억원이었다.

이후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이행하지 않자 다급해진 FI 측은 2018년 풋옵션 행사를 선언했다. FI 측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교보생명에 대한 공정시장가치(FMV) 평가를 의뢰했고 결과적으로 주당 40만원선이 책정됐다.

그러자 신창재 회장 측은 시장 상황과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적정가는 24만원 수준이라고 맞섰고 현재까지 강대강(强對强) 대치가 계속지고 있다.

본지는 9일 FI 관계자를 서울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쟁점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먼저 FI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 측과 단 한번도 공식적인 소통을 할 기회가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현재 FI 관계자들이 교보생명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발언이었다. 

취재진의 표정을 확인한 FI 관계자가 말을 이어갔다. "다시 한번 분명히 하겠다. 풋옵션 이전과 이후 신창재 회장 측 관계자 누구도 공식적인 대화에 나선적이 없다. 심지어 관련 공문 한장도 받은 일이 없다."

그는 "신창재 회장이 제시했다는 주당 24만원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아울러 "(주당 24만원이) 어떠한 근거로 산출된 가격인지도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기사: [단독] "신창재, 절충안 낸적 없다... 교보 감정價 협의후 딴소리">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고발건에 대한 입장이 궁금했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입증된다면 법적 책임은 물론 도덕적 비난도 감수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FI 관계자는 "딜로이트 고발 이전에 신창재 회장 측에서 먼저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고발을 하더라도 최소한 FI 측과 성의 있게 대화라도 해본 이후에 (고발을) 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공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딜로이트는 세계적인 회사인데 FI 측과 공모해 엉터리 감정을 한다면 업계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식 있는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기겠다"고 했다. 

FI 측에 비난 여론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사회적 기여로 명망이 높은 교보생명을 FI 측이 시세 차익을 노리고 해하려 한다"는 비난 목소리가 달갑지 않다는 뜻이다.

FI 관계자는 "투자자로서 당연히 이익을 바라고 들어왔고 그러한 사실을 부정하지 않겠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우리는 2012년 신창재 회장의 지분이 적대적 투자자들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백기사로 참여하지 않았나? 만약 FI들이 이익 만을 생각했다면 계약대로 2015년 9월에 풋옵션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목소리 톤을 가다듬은 FI 관계자는 "교보생명 측이 합리적인 중재안을 공식적으로 제의하면 (풋옵션 행사 가격을) 타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FI는) 지금까지 신창재 회장 측과 한번도 마주 앉아 대화할 기회가 없었고 늘 언론사를 통해 관련 입장을 전해들어야만 했는데 (어느 쪽의) 실수가 있더라도 대화할 기회가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FI 관계자는 "(우리가) 오죽 답답했으면 얼마 전 신창재 회장 측에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만나서 대화하자는 내용의 공문까지 보냈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양측의 분쟁은 일견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핵심은 풋옵션 행사를 놓고 신창재 회장 측(20만원선)과 FI 측(40만원선)이 벌이는 가격 줄다리기와 같다.

단도직입적으로 FI 관계자에게 어느 정도 가격이면 교보생명 측과 합의를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FI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창재 회장 측에서 공식적으로 제시한 내용이 없는데 투자자들끼리 무슨 협의를 하겠는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계약 불이행으로) 풋옵션 행사까지 가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러한 사안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손래를 쳤다. 1차적인 책임이 신창재 회장 측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FI 관계자는 "(우리는) 교보생명의 브랜드와 대한민국과 법치주의를 믿고 투자한 것인데 이래도 되나? 지금이라도 신창재 회장 측은 성실하게 대화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그는 "아직 타협의 여지는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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