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노조 "500만 고객 안중에 없나... 신창재, FI와 빨리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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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노조 "500만 고객 안중에 없나... 신창재, FI와 빨리 만나라"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4.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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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노조 핵심 관계자 인터뷰... "협상 의지 있다면 즉각 소통 필요"
"공식대화 없었다면 모두 주주 자격 없어... 언론플레이 할때 아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제공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 노동조합은 20일 풋옵션 행사 가격을 두고 사측과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벌이고 있는 분쟁과 관련해 "양측이 책임 있는 자세로 마주 앉아 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수년 동안 양측 사이에서 공식적인 대화가 한 차례도 없었다는 FI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신창재 회장과 투자자들 모두 주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FI 측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풋옵션 이전과 이후 신창재 회장 측 관계자들은 단 한번도 공식적인 협의에 나서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FI 측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 측은 지금이라도 대화에 나서야 하는 것이 도리"라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 했다.

분쟁의 발단은 다음과 같다. 2012년 FI 측은 △3년후 기업공개(IPO) △기업공개 불이행시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다시 파는 것)을 조건으로 신창재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했다. 이후 기업공개가 지연되자 FI 측은 2018년 풋옵션 행사를 선언하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주당 40만원선의 감정가를 제시했다. 이에 신창재 회장 측은 주당 24만원선이 적정가라고 맞섰고 양측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고발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주주들 사이의 분쟁에 사측인 교보생명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고발 사유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터무니 없이 높은 감정가를 책정해 FI 측에게 부당 이익을 주려 했다는 것이다. 이제 양측의 분쟁은 법정 공방으로까지 비화하게 됐다. 

▶교보생명 노조 핵심 관계자 "500만명 미래 놓고 싸울 때인가"

교보생명 노조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시장경제 보도를 살펴보니 신창재 회장 측과 투자자 측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단독] "풋옵션價 협상 가능... 신창재, 왜 대화 피하나">

교보생명 노조 핵심 관계자는 먼저 "신창재 회장 측과 단 한번도 공식적인 소통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FI 측 주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데 (교보생명 이사회에는) 두 명이나 FI 몫 인사가 참여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들은 2018년 9월부터 매달 신창재 회장과 대면하고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정말 차 한잔 함께 하는 기회조차 없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상당한 지분을 안고 있는 사외이사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의아해하기도 했다. FI 측이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신창재 회장 측과 소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교보생명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FI 어피니티 컨소시엄(24.01%)은 신창재 회장(36.91%)에 이어 2대 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교보생명 노조 핵심 관계자는 "2019년 교보생명이 생보부동산신탁의 잔여 지분을 인수할때도 FI 측과 협의해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측과 FI 사이에 사외이사를 통해 협의할 채널도 있고 실제로 협의한 사례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교보생명 노조 핵심 관계자는 현 사태의 책임이 어느 쪽에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 없이 "양쪽 다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FI 측에 대한 문제점을 물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보험은 공공재의 성격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울러 "FI 측이 무리한 풋옵션 가격을 요구해 회사가 타격을 입는다면 500만 가입자들의 미래는 아무래도 좋다는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교보생명 노조 핵심 관계자는 다소 격앙된 말투로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자"며 톤을 올렸다. "FI가 이윤추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나도 (교보생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당 40만원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실질 가격이 정말 40만원인가? 우리사주조합에선 거래가가 24만원선이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감정가를 산출할 때 이 점을 참고했어야 했다."

이어 "IFRS 회계규정과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보험업계가 어려워질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주당 40만원 요구는 일종의 협상카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창재 회장 측에 대한 문제점도 물었다. 교보생명 노조 핵심 관계자는 "(사측도) 그렇게 행동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교보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막중한 책임이 1차적으로 신창재 회장 측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측이 언론플레이만 하고 정식으로 분쟁 당사자를 만난 적도 없다면 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언론플레이는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지 않고 관계자 전언 형식을 빌어 언론사에 흘리는 행태를 지칭한다.

앞서 FI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4만원 감정가를 포함해 신창재 회장 측이 제시했다는 절충안들은 언론을 통해 알았으며 정식 공문 한장 받아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다수 언론들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고발 사건을 교보생명 관계자 전언 형식으로 보도했다. 신문사별로 다소 어감 차이는 있으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계약을 어기고 적정가 산출 시점을 임의로 선정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취재진이 교보생명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우에 문의한 결과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우 측은 "우리쪽에서 그러한 내용을 공개한 적도 없고 규정상으로도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금지 돼 있다"고 말했다. 지우 측은 "여러 경로로 기자들이 정보를 수집해 보도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역시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교보생명 측으로부터 고발 당한 사실과 이유를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전했다. 

끝으로 교보생명 노조 핵심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 측과 투자자 측이 모두 현실적인 협상안을 들고 공식 테이블에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풋옵션 적정가를 얼마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경쟁사들의 주가를 감안해야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후 취재진은 교보생명 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홍보담당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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