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군 아! 왜 거기로"… 스타 '리마스터' AI 향상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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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군 아! 왜 거기로"… 스타 '리마스터' AI 향상 요구 ‘봇물’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4.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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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자드 대표 인공지능(AI)은 20년 전 그대로

블리자드가 올해 여름 화질을 HD급으로 대폭 향상 시킨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선보일 계획인 가운데, 인공지능(AI) 향상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6일 블리자드의 마이크 모하임 CEO는 기자회견서 “리마스터는 기존의 게임 UI, 인공지능(AI)가 그대로 적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군, 리버, 골리앗 등의 움직임이 예전과 똑같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유저들은 스타크래프트의 재미를 저해했던 일부 멍청한(?) 유닛들의 AI만큼은 일정 부분 개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다.

테란과 저그의 교전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왼쪽)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오른쪽) 화면으로 나눈 화면. 눈으로 확연히 차이가 날 정도로 리마스터의 화면이 깨끗하다. 사진=블리자드
테란의 본진을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왼쪽)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오른쪽) 화면으로 나눈 모습. 브루드워는 뿌연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리마스터는 선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블리자드

◇ “드라군, 골리앗 만큼은 제발...”

회사원 백승룡(27) 씨는 중학생 시절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즐긴 유저다. 그는 스타를 하면서 마우스를 던지거나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리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프로토스의 ‘드라군’이라는 유닛과 테란의 ‘골리앗’이라는 유닛이 마우스를 클릭한 곳으로 움직이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여 승패에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백 씨는 “드라군이 갑자기 멈출 때는 스탑 버튼을 누르고 다시 이동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프로게이머처럼 손이 빨라야 해서 컨트롤하기가 힘들다”며 “이번 리마스터에서는 이런 부분이 개선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씨처럼 스타크래프트 유저들 사이에서는 ‘리마스터’ 버전이 그래픽 면에서만 대폭 개선이 이뤄져 아쉽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현재는 아쉬움을 넘어 유닛의 인공지능(AI)을 상향하라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여론을 살펴보면 프로토스 ‘드라군’과 테란 ‘골리앗’ 만큼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테스트를 해봤다. 드라군과 질럿, 옵저버 등 병력을 조합해 상대방 진영 근처까지 진격시켰다. 그 과정에서 12기의 드라군 중 4기가 대열을 이탈해 상대 병력에게 잡아 먹혔다. 병력의 30%가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는 것. 이번에는 드라군 4기를 평지에서 언덕 위로 이동시켜봤다. 그러자 마우스로 클릭 즉 지시한 곳으로는 올라가지 않고 우왕좌왕 서로 뒤엉켰다.

드라군 부대 중 일부가 대열에서 이탈한 모습. 사진=스타크래프트 게임화면 캡처

프로토스는 순간이동 기술 등을 보유한 스타크래프트 종족 중에서 최상의 기술력을 가진 컨셉의 종족이다. 그러나 ‘드라군’ 만큼은 스타 내에서 가장 멍청한(?) 유닛이라점이 그동안 유저들에게 회자돼 왔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애니메이션인 ‘카봇’ 시즌4 1화에도 ‘골리앗’과 ‘드라군’의 낮은 지능을 풍자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영상을 보면 프로토스 유닛인 아콘과 질럿이 적군을 향해 전진하는데 ‘드라군’만 방향을 잃고 있다. 또 전투에는 참여하지도 못 하고 절벽에 떨어져 혼자 죽었다. 다음 장면에서는 테란의 마린과 탱크가 프로토스 병력에 맞서기 위해 앞으로 가고 있는데, 골리앗 혼자만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녔다.

사진=카봇 시즌4 1화 화면캡처.

◇ ‘유저 VS 컴퓨터’ 재미 업그레이드 시켜야

유저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을 향상시켜 유저와 컴퓨터 간의 대전의 재미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크래프트1에서 1:3, 1:5 등 유저와 컴퓨터가 다(多)대전을 하다보면 일부 컴퓨터는 게임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또, 프로토스와 테란이 건물로 입구를 막고, 몇 기 안되는 탱크와 포토캐논으로 수백기의 컴퓨터 유닛들을 죽이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력과 비교해보면 유저들로서는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이미 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에서도 인공지능을 향상시켜 달라는 댓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ID Pavel은 “언제까지 컴퓨터 프로토스가 ‘질럿’으로만 공격하는 거 볼 수 없다. 사정거리 업그레이드가 된 드라군으로 테란을 견제하는 수준으로 AI 상향은 힘든가”라고 말했고, ID Anpeste는 “AI 인공지능을 향상시켜서 새로운 유저들도 컴퓨터와 연습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했다. ID 응안물도 “스타2처럼 아주 쉬움~치터3까지 난이도 선택(7단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유저들이 인공지능 향상을 외치고 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에는 인공지능을 개선시켜 달라는 요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진=블리자드 캡처

◇ 인공지능 향상 좋지만... “종족·유닛 상성 밸런스 깨지면 오히려 손해”

인공지능을 개선하면 좋지만 종족(테란·프로토스·저그) 간의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단적인 예로 드라군의 인공지능이 향상 돼 민첩하게 움직이게 되면 벌처의 견제를 차단하기 용이해진다. 벌처가 상대방 본진으로 난입해 일꾼을 몰살시키는 등의 전략이 봉쇄된다면 곧바로 밸런스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ID wany는 “드라군이 엄청 세지는데 밸붕(밸런스 붕괴)되니 안 된다”고 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십수 년간 수많은 경쟁을 통해 최고의 게임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종족간 밸런스가 최적화됐기 때문에 인공지능에 변화를 주면 자칫 균형을 깨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부대지정 유닛 수를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봇물을 이뤘다.

ID 니체는 “굳이 20년 전의 불편한 부대지정을 계속 고집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라며 “요즘 게임 트렌드는 조작성이 편해지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ID SiNSaN은 구체적으로 유닛 수를 16개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리마스터 버전은 16:9 비율이라 UI 양 옆으로 공간이 남는다. 부대지정 칸을 4개 늘리면 화면과도 딱 맞아 깔끔할 것 같다”고 했다.

유닛 생산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건물 부대지정을 허용해 달라는 건의도 많았다. ID 영일러는 “최대 12개씩 건물 부대를 지정해서 생산을 편리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유닛 컨트롤에 신경쓰면서 동시에 시원시원하게 물량전도 펼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스타1이 10대 층에서는 진입장벽도 높고 하기 힘든 게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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