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나눈 뒤 재집결"... 에이블씨엔씨의 영리한 전략 [스핀오프 K-뷰티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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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나눈 뒤 재집결"... 에이블씨엔씨의 영리한 전략 [스핀오프 K-뷰티④]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4.03.1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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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고객에 따른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
개별 모델, 브랜드 아이덴티티 강화 노력
온오프라인에 주력 브랜드 집결 기지 오픈
미샤의 클린뷰티 제품 라인 육성도 눈길

<편집자주> 올해 국내 화장품 업계는 ‘스핀오프(spin-off) 시대’로 평가될 전망이다. 기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 보완과 분리, 결합 과정을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사례가 늘기 때문이다.

'스핀오프'는 원래 영어권에서 라디오나 텔레비전 드라마 등에서 다른 프로그램이 파생되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외전 또는 속편, 번외편 등으로 번역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외전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가 대표적으로, 조연이나 빌런을 따로 주인공으로 제작하는 영화들을 일컫는다. 기존의 세계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주인공을 통해 타깃층을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스핀오프(spin-off) 프로젝트’로 명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화장품 업계에도 이러한 시도는 늘고 있다. 본지는 국내 화장품 선두 기업들의 스핀오프 전략들을 분석하고 2024년 화장품 시장을 전망해 봤다.

공격적인 스핀오프 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도 탄생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기업 매각 후 6년여 만에 정상화에 들어섰다고 평가되는 국내 최초의 화장품 브랜드숍 운영사 에이블씨엔씨가 바로 그 중인공이다. 사진=미샤
공격적인 스핀오프 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도 탄생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기업 매각 후 6년여 만에 정상화에 들어섰다고 평가되는 국내 최초의 화장품 브랜드숍 운영사 에이블씨엔씨가 바로 그 중인공이다. 사진=미샤

공격적인 스핀오프 전략을 통해 성공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기업이 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기업 매각 후 6년여 만에 정상화에 들어섰다고 평가되는 국내 최초의 화장품 브랜드숍 운영사 에이블씨엔씨이다. 

지난 2017년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된 에이블씨엔씨는 잇달아 새로운 브랜드를 인수하고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중국발 사드 정국과 코로나 상황 발생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지속 감소해 위기설이 나돌기도 했다.

에이블씨엔씨는 강도 높은 조직 개편과 디지털 채널 강화, 부진 매장 정리 등을 단행하며 출혈을 최대한 줄였다. 또, 타깃 고객층별 다변화된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을 단행하는 스핀오프 전략을 발 빠르게 전개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변화된 전략은 효과로 이어졌다.

최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2,736억원을 기록했다.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크게 부족한 수치지만 6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증가하며 8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당기순이익은 61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17억원을 기록했다.

에이블씨엔씨는 실적에 대해 국내 온오프라인 및 해외 전 지역에서의 고른 성장을 원동력으로 꼽았다.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브랜드 리뉴얼 등을 통해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 주요했다는 설명이다.

에이블씨엔씨의 지난해 국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3%, 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도 발 빠른 시장 다각화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K-뷰티 불모지인 유럽에서는 매출이 전년 대비 48%나 성장했다. 또, 미국과 일본 법인의 매출은 현지 통화 기준 전년 대비 각각 12%, 8% 증가했다.

업계는 이러한 성과의 최대 원동력을 미샤, 어퓨, 초공진, 스틸라, 셀라피, 라포티셀 등 타깃 고객층별로 다변화된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이라고 분석한다. 또,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스핀오프 전략도 주효했다고 판단했다.

에이블씨엔씨는 2021년 대대적인 조직개편 단행 후 이듬해인 2022년 해외시장 확대, 온라인 채널 강화, 오프라인 수익성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특히 주력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이어졌다. 

에이블씨엔씨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 브랜드의 포토폴리오 강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진=셀라피
에이블씨엔씨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 브랜드의 포토폴리오 강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진=셀라피

에이블씨엔씨의 선택과 집중은 전 브랜드에 걸쳐 진행됐다. 가장 먼저 진행된 브랜드는 ‘스틸라’였다. 스틸라는 '누구나 자신만의 크리에이티브하고 자유로운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영역에서 빛날 수 있다'는 의미의 브랜드 슬로건 ‘Your Makeup Signature, Stila’을 내세우고 소비자들과 소통했다. 스틸라는 2022년 초 모델 한혜진을 브랜드 뮤즈로 선택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다.

브랜드 '어퓨'도 2021년 모델로 트와이스 다현과 재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22년 저자극 더마 브랜드 셀라피 역시 모델 이현이를 브랜드 뮤즈로 기용하고, 영유아 시장을 공략했다.

또한 2015년 미샤를 통해 론칭했던 한방 화장품 브랜드 초공진을 별도 브랜드로 독립시켜 배우 조여정을 모델로 발탁했다. 초공진의 독립 브랜드 육성은 연령대별 포트폴리오 강화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주력 브랜드 미샤는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Elizabeth Olsen)'을 모델로 기용하며, 국내와 해외에서의 인지도 향상을 꾀했다. 또, 다양한 히트 제품 육성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미샤는 2023년 엘리자베스 올슨과 함께 글로벌 캠페인 '뷰티 이즈 리얼리티(BEAUTY IS REALITY)'를 전개하며 주력 제품인 '비타씨플러스 잡티씨 탄력 앰플'과 '개똥쑥 진정 앰플'을 적극 소개했다. 이를 통해 비타씨플러스 잡티씨 탄력 앰플과 개똥쑥 진정앰플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39%, 223%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각각의 개성 있는 브랜드를 타깃 연령대에 맞게 배치하고 마케팅에 노력하면서 브랜드 스핀오프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우선 에이블씨엔씨는 2022년 7월, 공식 온라인몰 ‘에이블샵’을 론칭하고 새로운 멤버십 제도 ‘에이블멤버스’를 공개했다. 미샤, 어퓨, 초공진, 스틸라, 셀라피, 라포티셀 등 에이블씨엔씨의 패밀리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큐레이션하는 통합몰을 오픈한 것이다. 사진=에이블씨엔씨
우선 에이블씨엔씨는 2022년 7월, 공식 온라인몰 ‘에이블샵’을 론칭하고 새로운 멤버십 제도 ‘에이블멤버스’를 공개했다. 미샤, 어퓨, 초공진, 스틸라, 셀라피, 라포티셀 등 에이블씨엔씨의 패밀리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큐레이션하는 통합몰을 오픈한 것이다. 사진=에이블씨엔씨

 

온오프라인에 어벤저스 기지 구축

에이블씨엔씨의 스핀오프 전략은 브랜드를 단순히 나눠 육성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각각의 타깃층으로 포지셔닝한 브랜드를 모아 온오프라인에 이른바 어벤저스 기지를 구축했다.

우선 에이블씨엔씨는 2022년 7월 공식 온라인몰 ‘에이블샵’을 론칭하고 새로운 멤버십 제도 ‘에이블멤버스’를 공개했다. 미샤, 어퓨, 초공진, 스틸라, 셀라피, 라포티셀 등 에이블씨엔씨의 패밀리 브랜드를 전문적으로 큐레이션하는 통합몰을 오픈한 것이다.

유통 채널 중심의 기존 온라인 플랫폼 '눙크'에서 자사 주력 브랜드 중심으로 전환하고, 각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며 멀티 브랜드 전략을 공고히 한 셈이다.

또한 사명을 그대로 활용해 에이블씨엔씨를 직관적으로 연상시키는 명칭으로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특히, 고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온라인 쇼핑 환경 구축을 위해 자사 직영몰 커머스 기능을 강화했다.

이어 에이블씨엔씨는 같은 해 9월 미샤 명동 메가스토어점을 리뉴얼하고 미샤를 비롯해 어퓨, 초공진, 스틸라, 셀라피, 라포티셀까지 주력 브랜드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통합 매장을 구축했다. 건물 외관은 미샤를 상징하는 강렬한 붉은색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글로벌 앰버서더인 ‘엘리자베스 올슨((Elizabeth Olsen)’의 대형 파사드를 활용해 유동인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부는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고객과 외국인 고객의 동선을 고려해 매장을 재편성, 최적의 쇼핑 공간을 구현했다. 기초 및 색조 평매대를 적용해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계산대 앞에는 이지(Easy) 픽업 매대를 설치해 결제 전 다양한 프로모션 품목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미샤의 명동 매장에서는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아일랜드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K-뷰티 클래스’를 여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미샤의 명동 매장에서는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아일랜드 팝업스토어를 오픈 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K-뷰티 클래스’를 여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미샤
최근 미샤의 명동 매장에서는 고객 접점 확대를 위한 아일랜드 팝업스토어를 오픈 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K-뷰티 클래스’를 여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미샤

한편 에이블씨엔씨는 미샤에서 탄생한 초공진을 개별 브랜드로 육성한데 이어, 최근 미샤의 개별 라인을 주인공으로 팝업을 오픈하고 있다. 또, 기존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클린뷰티를 더하는 또 다른 스핀오프를 전개하고 있다.

올해 1월 에이블씨엔씨는 명동 미샤 플래그십 스토어에 ‘서울 명동에 강화섬이 생겼다?’는 가상의 세계관을 내세운 ‘미샤 아일랜드: 개똥쑥, 100일(이하 미샤 아일랜드)’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마샤의 개똥쑥 라인은 2019년 론칭된 이후 2023년 6월까지 누적판매 433만개를 돌파한 베스트셀러이다.

2월 초까지 운영된 미샤 아일랜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의 피부가 진정되지 않아 혼란을 겪는 가운데 ‘진정’한 세상을 만드는 숨겨진 비밀을 찾기 위해 서울 한복판에 펼쳐진 강화섬으로 여정을 떠난다‘는 스토리로 방문객들에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공간과 다양한 이벤트로 즐거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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