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방통위, 주무관청 맞나 [공익법인等-방송콘텐츠진흥재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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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방통위, 주무관청 맞나 [공익법인等-방송콘텐츠진흥재단②]
  • 시장경제 김호정 기자,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3.12.1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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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우리도 알려줄 수 없다"는 황당 답변
'기본 중 기본' 재단 정관 내용조차 확인해주기 거부하는 방통위
주무관청 방통위,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제대로 관리 감독하기는 하나

<편집자 註> 공익법인 운영 투명성은 공정 사회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주장이 분출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공익법인의 역할과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익법인은 '공익법인설립에관한법률'에 근거하지만 ‘공익법인등(等)’은 상속증여세법상 시행령에 규정된 학교법인, 복지법인, 의료법인, 지정기부금단체 인정을 받은 사단법인·재단법인, 기타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NGO저널>은 <시장경제>와 함께 공익법인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해 ‘공익법인等’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은 방통위가 소관하는 비영리법인 가운데 하나다. 방통위에 관리감독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재단의 임원 자격에 관한 규정을 확인하기 위해 방통위 담당 부서인 방송지원정책과에 정관 내용을 문의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방통위 직원들의 이상하리만큼의 적대적인 태도와 비협조 때문이다. 

재단의 정관 내용을 확인하려던 이유는 임원 자격에 관한 규정을 알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재단에는 전문성과 성실함 등을 겸비한 여럿 인사가 이사장 및 상임이사로 임명돼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그중에는 방송콘텐츠 진흥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거나 최소한의 성실함도 찾아보기 어려운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도 있었다.

재단을 본격적인 정치무대에 나서기 전 임시 거처쯤으로 여기는 정치권의 잘못된 인사와 그로 인한 논란과 시비가 잦다면 설립 이후 17년간 묵묵히 방송콘텐츠 진흥을 위해 일해 왔던 재단의 명예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게 틀림없다. 임원 자격에 관한 내용을 정관에서 확인하고자 한 것도 앞으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취지였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아무것도 협조할 수 없다’는 듯한 해당 업무 담당자의 태도였다. 담당 부서는 방송지원정책과로 공익채널을 담당하는 A 씨는 재단 정관을 받아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재단에 문의하라”고 했다. 재단이 정관 내용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자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우리도 알려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의 정관 확인 정도라면 굳이 해당 업무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같은 과 주무관이나 사무관들도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다른 B 직원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 “담당이 아니라 모르겠다”며 엉뚱하게도 비영리법인 설립 및 허가 등 행정처리를 담당하는 행정법무담당관실로 안내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행정법무담당관실의 직원은 “해당 업무는 방송지원정책과가 담당이니 그리로 문의하라”고 다시 전화를 돌렸고,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가 돼 있는 방송지원정책과 담당자와 다른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계속 시도했지만 어떤 직원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정치권의 영향과 잦은 논란 탓에 방통위 직원들이 기자 취재에 몸을 사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의무사항도 아닌데 굳이 언론 취재에 순순히 응대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방통위 직원들이 담당하는 재단의 정관 내용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는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특정 개인의 신상정보도 아니고 공익법인의 정관 내용조차 언론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면 방통위 직원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할 수 있는 정보라는 게 있기나 한가. 특히 ‘재단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우리도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방통위 직원들의 이런 무책임과 방관, 선 긋기 속에서 방송콘텐츠진흥재단을 비롯한 각종 비영리법인은 물론, 산하 기관과 유관기관들이 자신들의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공익법인 주무관청은 공익법인이 목적 이외의 행위를 할 때 허가를 취소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말은 방통위가 주무관청으로서 재단을 관리하고 감독할 책임이 그만큼 무겁다는 뜻이다.

결국 재단의 정관은 다른 취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아주 기본적인 내용조차 언론에 확인해줄 수 없고 책임을 남에게 떠넘기며 전화를 빙빙 돌리는 ‘직무유기’ 직원들이 가득한 방통위가 우리나라 방송과 통신 발전, 이용자인 국민 보호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깊은 회의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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