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호실적 속 나홀로 부진... GC녹십자의 추운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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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호실적 속 나홀로 부진... GC녹십자의 추운 겨울나기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3.11.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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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동아·종근당·한미 모두 역대급 실적 갱신
일반 의약품 부진·백신 경쟁 심화... 부진한 GC녹십자
내년 'IVIG-SN' 美 FDA 허가 예상... 반등 전망
GC녹십자 본사 목암빌딩 전경. 사진= GC녹십자
GC녹십자 본사 목암빌딩 전경. 사진= GC녹십자

올해 3분기 빅5 제약사가 모두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GC녹십자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상반기에 이어 3분기까지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이를 타개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3분기 주요 제약사들은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축제 분위기다. 동아쏘시오홀딩스, 대웅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등은 분기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연간 최대 실적 갱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근당은 별도기준 3분기 매출 3962억원, 영업이익 531억원을 달성해 분기 실적 신기록을 다시 갱신했다. 올해 누적 실적은 각각 매출 1조1482억 원, 영업이익 1265억 원으로 유한양행과 GC녹십자에 이어 연매출 1조5000억 원 돌파가 유력하다.

종근당은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등 전문의약품의 활약이 이어졌다. HK이노엔은 개발해 종근당이 공동판매하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 경쟁 제품의 등장에도 3분기까지 누적 원외처방실적이 1141억 원을 기록할 만큼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9024억원(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0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1.2%로 나타났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8674억원, 영업이익은 907억원이었다. 대웅제약의 올해 3분기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8% 증가한 341억9700만원, 매출액은 0.52% 증가한 3030억2600만원으로 집계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은 2892억 원, 영업이익은 24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 10.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분기 누적 매출은 8297억 원, 영업이익은 609억 원으로 각각 10.1%, 75.6% 늘었다. 3분기와 누적 기준 실적 모두 지주사 전환 이래 최대다. 

동아쏘시오홀딩스의 헬스케어 전문 회사인 동아제약이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박카스,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사업 부문 전반이 올랐다. 동야제약의 별도 기준 매출은 172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억 원(13.9%) 증가했다. 건기식 사업 부문의 매출은 156억 원 증가해 542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 3646억원, 영업이익 575억원, 순이익 605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매출은 1조685억원으로 창사이래 3분기만에 매출 1조원 돌파는 처음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 22.9%, 93.5% 증가했다. R&D에는 매출의 12.4%에 해당하는 451억원을 투자했다.

한미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역시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 3094억원, 영업이익 358억원, 순이익 30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 22.8%, 112.7%, 101.2%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3분기 별도기준 잠정 매출액이 46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다. 3분기 영업이익은 69억 원, 당기순이익은 1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7%, 129.5% 증가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 382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상승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08억 원으로 149.9% 늘었다.

특히 생활유통사업의 성장세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생활유통사업 매출은 5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3% 급증했다. 해외사업 매출도 5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5% 늘었다. 다만 약품사업 매출은 34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는데 불과했다. 라이선스 수익은 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9% 줄었다.

반면, 5대 제약사 중 GC녹십자만 우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1일 GC녹십자 발표한 잠정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 올 3분기 매출은 3378억원, 영업이익 32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2.8% 줄었다. GC녹십자는 올 상반기에 누적 매출액 7823억 원, 영업이익 1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81.6% 실적이 줄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194억 원 손실로 '적자 전환' 하기도 했다.

녹십자의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일반제제에 포함되는 헌터라제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터라제는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을 발생하게 하는 X염색체 열성 유전성 질환인 헌터증후군의 치료제다. 녹십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했다. 헌터라제 매출액은 2020년 450억원, 2021년 530억원, 지난해 718억으로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올해는 수출 부진으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또한 독감 백신 시장 경쟁 심화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녹십자는 2020년까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시기 코로나 백신에 집중하면서 독감 백신 분야 1위에 등극했었다. 하지만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다시 독감 백신 생산에 들어가면서 녹십자의 위치가 대폭 줄어들었다. 올해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에서 2021년과 지난해 각각 400만 도즈, 497만 도즈를 공급 계약했던 녹십자의 공급물량은 전년 대비 64.9% 감소한 174만 도즈다. 물량으로 봤을 때 낙찰 기업 6곳 중 4위다.  

다만 내년부터 호재가 있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혈액제제 IVIG-SN 10%가 내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VIG SN10%는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으로 선천성 면역결핍증과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에 투약해 면역기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인간 혈장에서 추출한 면역글로블린 제제인 이 제품이 업계의 예상대로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녹십자의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내 면역글로블린 시장 규모는 약 1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가 역대급 호실적으로 잔치를 벌이는 가운데 GC녹십자 홀로 부진을 겪고 있다"며 올해는 이렇다할 호재가 없지만 내년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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