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베일 벗은 '삼바 5공장'... '바이오 초격차' 꿈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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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베일 벗은 '삼바 5공장'... '바이오 초격차' 꿈을 현실로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10.1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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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제2캠퍼스 및 5공장 건설현장 공개'
건설 공기 5개월 단축... 내년 4월 가동
'쿠키컷' 건설 방식... 공사 효율 극대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 구축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건설현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편집자주]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 메카인 인천 송도는 넓은 바다를 돌과 흙으로 메워 만든 기적의 땅으로 불린다. 면적만 53.4km², 서울 여의도의 17배에 이르는 큰 땅이다. 여기에 터를 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기적 위에서 피어난 또 다른 기적이라 할 만하다. 바이오 산업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대한민국에서 삼성바이오는 10년만에 세계 ‘탑5’ 바이오 회사로 성장했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속성장이다. 

삼성바이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체급을 키우고 있다. 기존 1바이오캠퍼스 1·2·3·4공장에 더해, 2바이오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현재 건설 중인 5공장은 2025년 4월 준공 예정이다. 당초 계획보다 5개월이나 앞당겼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삼성바이오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제2바이오캠퍼스 및 5공장 프로젝트 설명회'가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를 찾았다.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삼성바이오가 설명회를 연 것은 무려 10여년 만의 일이다.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5공장 건설현장 공개는 '바이오 초격차’를 향한 삼성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이벤트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기준이 된 삼성바이오 5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배형우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TF 그룹장이 인천 송도 5공장 건설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배형우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TF 그룹장이 인천 송도 5공장 건설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레고처럼 짓는 5공장... '쿠키컷' 방식 건설로 속도·효율 다 잡았다

삼성바이오 관계자의 인솔을 따라 도착한 송도 11공구 5공장 건설현장.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5공장의 웅장한 규모가 한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는 거대한 크레인들이 들어서 있었다. 올해 3월 5공장 증설계획이 발표된 이후, 7개월이 지난 현재는 골조 공사가 한창이다. 연면적은 9만 6,000㎡ 규모로 약 3만평에 달한다. 총 투자비만 1조 98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다. 

5공장의 생산능력은 총 18만 리터(ℓ)로, 1만 5000리터 바이오리액터 12개로 구성된다. 현재는 32% 가량의 공사 진행율을 보이고 있는데, 2025년 4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약품의 원재료 세포주를 배양하는 ‘바이오리액터’의 규모를 통해 생산능력을 얘기한다. 기존 삼성바이오의 첫 시작이었던 1공장은 3만리터에 불과했지만, 2공장은 15만 4000리터, 3공장은 18만 리터, 4공장은 24만 리터로 점차 규모가 커졌다. 이들 공장을 합한 생산능력은 총 60만 4000리터. 여기에 새로 지어지는 5공장의 18만리터가 더해지면 삼성바이오의 총 생산능력은 78만 4000리터가 된다. 생산능력만 놓고 보면 압도적인 글로벌 1위다. 

보안 및 안전상의 문제로 5공장 건설 현장을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여타 다른 공사현장과는 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치 ‘레고를 쌓듯이’ 공장을 짓고 있었던 것. 설계 과정부터 ‘쿠키컷’이라 불리는 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쿠키컷’은 이전 삼성바이오 공장들과는 차별화되는 건축 방식이다. 기존에는 거푸집을 설치하고 철근을 설치한 뒤 콘크리트를 부어넣는 방식으로 공장을 지었지만, ‘쿠키컷’은 그럴 필요가 없다. 미리 만들어진 콘트리트 모듈을 가로, 세로 방향으로 쌓아가며 짓는 방식이다. 덕분에 동일한 디자인, 구조 및 기능을 갖는 여러 건물을 효율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 비용이나 공기단축 등 여러면에서 효율적이고 날씨 등의 영향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5공장을 시작으로 향후 건설 예정인 공장들 역시 바로 이 ‘쿠키컷’ 방식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얻어지는 이점도 크다. 2캠퍼스 내 나머지 6·7·8공장은 2032년 완공이 목표다. 이 공장들은 현재 지어지는 4공장과 구조면에서 ‘쌍둥이’처럼 동일하다. 공장 내 모든 설비도 표준화시켜 유지보수에서도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삼성바이오 2캠퍼스의 연면적은 1캠퍼스(23만8000㎡)보다 규모가 30% 큰 35만7366㎡에 이른다. 향후 2032년까지 총 사업비 7조 5000억원을 투자해 2캠퍼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새로 추가되는 4개 공장의 총 생산능력은 72만 리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캠퍼스와 2캠퍼스의 생산능력은 도합 132만 4000리터에 달하게 된다.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EPCV센터장(부사장)이 5공장 및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EPCV센터장(부사장)이 제2바이오캠퍼스 건설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만으론 부족" 밀려드는 주문... 올해 매출 3.6조 '무난'

삼성바이오는 5공장의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부문에 ‘자동화’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자동창고(Smart Warehouse)를 별도로 갖춰,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한 물류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운반했던 샘플 등을 중앙 스파인 브릿지(Spine Bridge)를 통해 다른 건물로 자동으로 이동시키는 등 물류 자동화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작업자가 직접 화학물질의 주입량 등을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던 환경은 ‘무인충전시스템’으로 개선된다. 이를 통해 업무 효율을 약 5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비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통합해 중앙화함으로써 공장제어 및 데이터 관리 효율성도 극대화한다. 

탄소 저감을 위한 기술도 대거 적용된다. 공조용 열원은 외부 온수열로 대체하고, 고효율 친환경 보일러를 도입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감소시킨다는 계획이다. 공장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친환경 에너지 비율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5공장 건설 시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1만1070 tCO2e가 절감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바이오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소위 ‘빅파마’로 불리는 글로벌 제약사 중심의 대규모 수주가 있다. 이미 올해 6월부터 전체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은 생산능력이 24만 리터에 달하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시설임에도, 빅파마 중심의 대규모 수주가 증가하며 높은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4공장이 예상보다 빠른 가동률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삼성바이오는 올해 연간 매출 가이던스(전망치)를 기존 15~20%에서 20% 이상으로 상향했다고 이달 4일 공시한 바 있다.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3조 6016억원이다. 

한편으로는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미 글로벌 업계에선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는 28만리터 수준인 CMO 생산규모를 늘릴 방침인데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도 기존 30만 리터에서 43만 리터로 생산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국내에선 셀트리온과 SK바이오텍 등이 몸집 키우기에 나섰고 롯데와 CJ 등도 바이오 분야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균 EPCV 센터장(부사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현재 CDMO(바이오 위탁개발생산) 구매수요가 다른 제약 시장이나 산업보다 빨리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적정한 템포로 쫒아가고 있다”고 ‘공급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노 부사장은 “전체 수급 상황과 예측 시장 상황에서 좀더 빨리 공급능력을 확보해야 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시장이 매년 10%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공급능력을 확보해야 겠다는 판단으로 5공장 준공을 앞당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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