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도 짐싼다... "격무에 실망" 은행권, 희망퇴직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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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도 짐싼다... "격무에 실망" 은행권, 희망퇴직 러시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2.12.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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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희망퇴직 신청... 80년생도 대상
"진급 놓친 차장급 제2인생 위한 선택"
MZ세대, 격무와 규제로 은행 매력 잃어
"남은 직원들 부담 줄일 방안도 강구해야"

최근 은행권에 희망퇴직이 줄을 이으면서 안정적인 직장으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장년 직원 외에도 감원으로 인해 남은 직원들에게 업무가 가중되면서 젊은 행원들도 희망퇴직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문인력 충원, 전산 인프라 도입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복수 관계자들은 최근 은행권 호실적으로 퇴직조건이 좋아지면서 신청자들이 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놨다.

먼저 우리은행은 19일부터 2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후 내년 1월 말까지 퇴직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관리자 가운데 1974년 이전 출생자, 책임자는 1977년 이전 출생자, 행원급은 1980년 이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1967년생은 24개월 치, 나머지는 36개월 치 월평균 임금이 지급된다. 이 외에도 자녀 1인당 최대 2,800만원의 학자금, 최대 3,300만원의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권과 300만원 상당의 여행상품권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한 발 앞서 지난달부터 퇴직신청을 받고 다음 주중에 최종 퇴직자 공지를 할 예정이다. 대상자는 전 직급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만 40세 이상(1982년 12월 31일생)부터 만 56세(1966년 1월 1일~12월 31일생)인 직원이다. 희망퇴직금으로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20∼39개월 치가 지급될 예정으로 최종 퇴직자는약 500여명이 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에서 실제로 500명의 희망퇴직자가 나올 경우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희망퇴직자는 총 2,4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SH수협은행은 앞서 1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최대 37개월치 급여를 조건을 제시하고,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아직 희망퇴직 공고가 나지 않은 KB국민·신한·하나은행도 신년 일정상 연내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KB국민은행은 674명, 신한은행은 250여명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상반기 478명, 하반기 43명 등 521명이 희망퇴직했고, 우리은행의 올해 연초 희망퇴직자도 415명에 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5대 시중은행에서만 약 2,400명이 떠났거나 짐을 싸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한 씨티은행에서 무더기로 2,100명이 퇴사하면서 전체 희망퇴직자 수는 5,000명이 넘어서 수치상으로는 줄었지만 이례적인 요인을 감안하면 희망퇴직자 수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제2인생 부담·격무... 매력 잃어가는 은행

은행권 희망퇴직이 줄을 잇는 이유는 최근 금리상승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퇴직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사들은 비대면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하는 과도기에 영업점이 줄면서 희망퇴직을 장려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국내은행에서 점포 감소(지점 폐쇄·출장소 전환 등으로 점포가 감소한 규모는 △2018년 74개 △2019년 94개 △2020년 216개 △2021년 209개 △2022년 8월 179개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은행권에서는 중장년 직원들은 현실적으로 임금피크를 맞아 차장으로 퇴직할 가능성이 큰 경우 희망퇴직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한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은행별, 직급별로 차이는 있지만 국내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 인력이 희망퇴직하면 특별퇴직금까지 4억원에서 5억원 정도를 받게 된다"면서 "지점장이나 부지점장으로 올라가지 못할 바에야 하루라도 빨리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5060대에 명예퇴직을 한 회사원들 중에는 IT를 기피하는 경향의 적지 않다. 1980~1990년대에는 IT산업이 태동할 때여서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5060대에 명예퇴직을 한 회사원들 중에는 IT관련 업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 이들이 입사한 1980~1990년대에는 IT산업이 태동할 때여서 상대적으로 큰 관심이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픽사베이

반면 젊은 직원들은 근무조건이 악화돼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입직원들은 예상 외로 영업점의 허드렛일이 많고 시니어들과 임금이나 퇴직 조건이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가는 직원만큼 새로 채용되는 것이 아니어서 남은 직원들의 업무가 자연히 가중되고, 고객응대에 따른 스트레스, 감독기관의 비현실적 규제강화로 영업점 근무환경이 갈수록 안좋아지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객은 줄을 서있는데 금소법에 따라 문구를 하나 하나 읽어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제대로 안지켜지는 경우가 많고 민원이나 사고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일종의 '복불복' 상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사모펀드 사태나 횡령사고 등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론이 크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영업점 직원들이 당국의 요구에 부응하기 쉽지 않다"면서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면 현장과 당국이 지혜를 모아 현실적인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전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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