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꽃에 파묻혀 30년... 표정 살피고 마음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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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꽃에 파묻혀 30년... 표정 살피고 마음을 팝니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12.30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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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생활' 박선숙 대표 인터뷰
꽃에 묻혀 살다보니 30년 세월 흘러가
"플라워리스트가 감동 해야 소비자도 감동"
온라인 판매 단순한 생산노동... "관심 없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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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금빛공원 맞은편에 위치한 ‘꽃과생활’ 화원은 단순히 꽃을 판매하는 곳이 아닌 마음을 전하는 곳이다.

꽃과생활의 박성숙 대표가 이 곳에 자리를 잡은 지는 3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흥동 은행나무 사거리에 '터줏대감'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꽃이 좋아서 꽃꽂이 일을 배우다가 꽃집을 차리게 됐고, 생명을 가진 꽃이 꽃을 피우는 변화를 보는 모습을 즐기다 보니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박 대표는 "그냥 놔둬도 예쁜 것이 꽃이거늘 그것을 더욱 예쁘게 만드는 것이 플라워리스트의 하는 일이다. 각각의 꽃마다 가진 장점을 살려 마음으로 표현하는 창조행위가 꽃꽂이이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꽃에 파묻혀 살았더니 늙는 것도 멈춰지더라"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병에도 잘 안 걸리고 걸렸던 병도 낫는다는 것이 박대표의 지론이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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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처음 화원을 시작했을 때부터 돈을 목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고 강조한다. 박 대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업무시간에 유연성이 있는 자영업자만의 장점을 누리며 돈을 못 벌어도 기분이 좋다. 그럼에도 돈이 따라줘야 근심이 없기는 하다"고 웃으며 말한다.

얼마 전에는 사위의 생일날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꽃꽂이밖에 없어 예쁘게 꾸민 꽃 한다발과 손편지를 사위의 회사로 보내줬더니 사위가 엄청나게 기뻐했다고 한다. 정작 꽃다발을 선물한 본인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서 못내 아쉬웠는데 말이다.

꽃꽂이를 할 때 박 대표만의 기준은 있다. 돈을 먼저 생각하면 꽃꽂이 작품이 초라해지기 쉽다. 꽃이 고가이고 생물이기 때문에 가격 생각을 안 할 수 없지만 꽃이 가진 각각의 장점을 살려가며 조합을 해 고객의 니즈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고객의 나이, 성격, 좋아하는 색상 등을 고려하고, 꽃을 받는 사람이 기분 좋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든다. 꽃꽂이를 만드는 플로워리스트가 먼저 감동을 해야 소비자도 감동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박 대표는 꽃꽂이를 단순하게 꽃을 꽂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밥 한끼를 준비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아내는 창조활동이라고 표현한다.

꽃과생활의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면 60여가지의 화려한 꽃들이 진열돼 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양재동 꽃시장과 고속터미널 꽃 도매시장을 찾는다는 박 대표. 지치고 힘들 때도 많고 가끔은 ‘내가 왜 이런 생활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고 한다. 어딘가에 메여있어야 하고 기약없이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많이 고달프기도 했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안 와도 좋고 오면 더 좋고 자신의 삶이 돼 버렸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 것처럼 다양한 인간사도 그와 비슷하다고 자위하며 긴 세월을 이겨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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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끔 꽃을 있는 그대로 두고 봐야지 왜 자르고 꺾고 하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꽃은 마음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눈으로 먹는 양식"이라며 "과일도 살아있는데 왜 먹느냐"고 대꾸한다. 꽃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서 타인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희생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본인의 직업이 꽃을 만지는 일이라 남편에게 꽃 한송이 선물을 못 받아봤는데 하루는 밖에 나갔던 남편이 꽃다발을 하나 들고 들어오더란다. "이게 웬 꽃이냐"고 물어보니 남편은 남들이 버린 것을 주워왔다고 했다. 그래도 남편이 고맙기만 했다. 

박 대표는 "꽃집을 자주 찾는 나이대는 대부분 20, 30세대이지만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단골손님이 있다. 그 할아버지는 친구들과의 모임에 늘 꽃을 사들고 가는데 친구들이 너무나 좋아한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소비자가 편하게 꽃을 즐겁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꽃을 파는 사람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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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대세인 온라인 플랫폼의 소상공인 시장 진출은 꽃집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온라인 판매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 한다. 그저 꽃다발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제작에 그치는 단순노동이기 때문이다. 꽃의 표정을 살피고 장점을 살려 아름다운 조합을 꾸며내야 하는데 온라인 판매는 단순한 생산노동일 뿐이다. 가족을 위해 맛있는 한끼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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