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측 '위헌 제청'... 증거인멸 선고, 이재용 1심 뒤로 늦춰질까
상태바
삼바 측 '위헌 제청'... 증거인멸 선고, 이재용 1심 뒤로 늦춰질까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11.05 1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의혹 항소심 공판 속행
삼바 측, 재판부에 "방어권 침해" 위헌심판신청
"본안 무죄 땐, 증거인멸 양형판단 달라져야"
인멸주장 파일 상당수, 본죄 혐의와 관계 의문
본죄 다투는 두 사건 1심 판결 전... 재판부 부담
檢, 변호인 증거 열람요구 거부하다 뒤늦게 허용
사진=시장경제DB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의혹 항소심 사건에서 변호인단이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안사건인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 10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공판' 1심과 이들 사건의 선행사건이라 할 수 있는 '증권선물위원회 분식회계 의결 취소 등 청구' 1심이 각각 진행 중인 상황에서 후행사건인 증거인멸 공판 항소심 선고가 먼저 나온다면, 동 사건 피고인들의 방어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본질적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신청 요지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윤승은·김대헌·하태한 부장판사)는 26일 오후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의혹 항소심 사건 속행 공판을 열었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수싸움'은 재판이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특히 변호인단은 검찰 제출 증거목록상 허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재판부의 신중한 판단을 거듭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분식회계 사건(위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이 무죄가 될 경우, 이 사건 피고인들에게 선고된 형량이 과중할 수 있다. 본안사건과 행정사건 결과가 안 나온 상황에서 저희만 중한 처벌을 꼭 먼저 받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들 사건의 진행 경과를 보면서 심리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재판부에 냈다.  

이날 검찰은 공소장 변경신청을 통해 일부 피고인의 혐의를 기존 ‘순차교사’에서 ‘교사범의 공동정범’으로 변경했다. 재판부는 사실 관계가 아닌 법리적 평가에 대한 변경으로 판단, 이를 허가했다.  

검찰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삼성바이오 소속 각 임원들이 2018년 5월 5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에 모여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증거인멸을 모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동 회의에서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사내 PC 전산자료 등에 대한 삭제가 결정됐고, '부하직원에게 순차 지시하는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 요지이다. 

변호인단은 증거인멸 시도 자체가 없었으며, 검찰이 이 사건 증거인멸 의혹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는 이른바 '어린이날 대책회의' 성격과 관련해서도 조직적 증거인멸 모의라는 검찰 판단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일부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한 것은 맞지만 증거 인멸을 목적으로 한 조직적 삭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서버 파일이 위 본안사건 혐의와 관련성이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증거목록 파일에 대한 열람을 요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檢 "삭제·은닉 파일 2600만개"... 변호인단 열람 요구엔 난색    

앞서 검찰은 증거인멸 사건 공소장을 통해 삼성바이오 임직원이 삭제 혹은 은닉한 전산파일이 2600만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반면, 변호인단은 시스템 파일과 같이 의미가 없는 파일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며 검찰 제시 증거목록의 신뢰도에 의문을 나타냈다.

검찰은 "파일의 수가 2600만개에 달해 이들 파일을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무리"라며 변호인단의 열람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이 삭제 내지 은닉했다는 파일이 실제 본안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검찰 공소사실의 당부를 다툴수 있다며 재판부에 중재를 요청했다.  

동 사안은 재판부 중재로 현재 열람절차가 진행 중이다. 열람 후 변호인단이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견서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본범이 기소되기도 전에 증거인멸 사건이 먼저 기소돼 2심까지 진행 중인 것은 순서가 통상적이지 않다보니, 본범의 양형을 먼저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변호인측 말씀 같다”며 “행정사건이나 형사사건 중 적어도 하나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측면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부연했다. 재판부가 신청을 인용하면 이 사건 심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변호인단은 “이 사건 1심 유죄판결과 관련 피고인들도 잘못된 점은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증거인멸 1심) 피고인들의 양형기준을 보면 법에서 규정한 최상한선”이라고 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의 양형 부당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재판 지연 전술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신청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나치게 재판이 길어질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辯 "본죄 다루는 1심도 판결 전... 증거인멸 건, 피고인 방어권 침해" 

재판부는 양측간 쟁점을 정리할 수 있도록 내년 1월 중 속행기일을 열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내년 1월 기일 지정은, 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내지 증선위 의결 취소 청구소송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 사건 심리속도를 조정하자는 변호인단 항변을 일부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본죄를 다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무죄가 나온다면 이 사건 심리를 맡은 항소심 재판부의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양형판단은 1심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거인멸죄의 유죄 판단은 본죄의 성립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본죄를 다투는 공판에서 무죄 선고가 나온다면 적어도 양평판단에서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본죄의 무죄 선고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재판부는 이를 참작해 형량을 정해야 한다. 

한편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과 관련돼 "단순한 법리 판단이 아니라 사실관계가 달라졌다"며 이 부분 의견서를 추가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 항소심 선고는 내년 초 한 차례 속행 공판 이후 상당기간 뒤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이나 증선위 의결 취소 청구소송 1심이 현재도 진행 중이란 사실이다. 신청을 받아들이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사건 심리는 헌재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신청 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선행사건 1심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재판부에겐 부담이다. 선고 결과를 둘러싼 불필요한 잡음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 판단을 선행사건 1심 선고 이후로 미룰 것이란 견해가 적지 않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