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퇴출' 압박 나선 시민단체... 주총 마녀사냥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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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퇴출' 압박 나선 시민단체... 주총 마녀사냥 시작되나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0.02.17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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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효성 實名 콕 집어 압박나선 참여연대... 경영개입 논란
심리 중 사건, 기소 전 사건 섞어 여론몰이.. 기업총수 범죄자 단정
국민연금에 '적극적 주주권' 압박... 권력 감시 빌미로 '권력 남용'
참여연대는 지난해 4월 30일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현 회장 등 효성그룹 오너 일가를 횡령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참여연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참여연대는 지난해 4월 30일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현 회장 등 효성그룹 오너 일가를 횡령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참여연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조현준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해 사익을 추구하는 등 이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음. (중략) 효성 정기주주총회에서 조현준 회장의 연임 안건이 상정되면 안 될 것이며...(후략).’

‘효성은 (중략) [이사가 회사에 관한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에는 즉시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해야 함.’

위 주장은 올해 1월29일 이른바 노동·시민단체들이 효성그룹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며 개최한 기자회견문 가운데 일부입니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노동·시민단체들이 특정 기업을 상대로 총수의 회장(등기이사)직 사퇴, 총수 경영권 제한에 방점이 찍힌 정관변경 등을 사실상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그 위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동기자회견과 특정 우호 매체를 통한 릴레이 기고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기관투자자 중 상장기업 투자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현 정권 출범 후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 보유지분이 10% 이상인 상장기업을 상대로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기존 이사 연임 반대, 회사 측 추천 신규 사내·사외이사 선임 반대, 주주제안을 통한 정관변경 등의 형태로 이뤄집니다.

총수 일가 보유지분이 낮은 일부 기업의 경우 국민연금의 찬반 여부는 경영권을 위협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합니다. 경영권에 문제가 없는 경우에도 국민연금의 표심은 국내외 투자자에게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집니다. 때문에 주총을 앞둔 국내 주요 상장사들은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현 정권 출범 후 노동·시민단체의 영향력이 급증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이들 단체의 압박은 기업이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현안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의 초법적 행보는 기업에게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경직된 노동시장, 장기화된 내수 경기 침체, 글로벌 경기 둔화로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게 노동·시민단체의 요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규제나 다름이 없습니다.

노동·시민단체의 행보와 관련돼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내용의 위법성과 표현의 위법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내용의 위법성①] 조 회장 2012년 대법 판결, 지난해 9월 형 선고 失效

내용의 위법성 중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주주제안을 통한 정관변경’입니다. 참여연대와 민변 민주노총 등은 ‘총수의 횡령 배임 사익추구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정관변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정관변경 내용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대체로 다음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사가 회사에 대한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고, 해당 혐의에 대한 형의 선고가 확정되면 즉시 그 직을 상실한다.’

얼핏 보면 정당한 요구로 보이지만 위 주장은 헌법은 물론이고 현행법에도 반합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경우,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형 선고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기준을 보면 ‘수형인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지 않고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그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경과한 때’ 그 형은 실효됩니다. 선고형이 3년을 초과하는 징역이나 금고라면 10년, 3년 이하인 경우는 5년, 벌금은 2년입니다(위 법 7조1항).

기사 앞머리에 인용한 것처럼 참여연대 등은 효성에 대해 같은 내용의 정관변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요구는 조현준 회장의 ‘퇴출’을 염두에 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 등은 1월29일자 기자회견에 이어 이달 3일 친노조 성향 A매체를 통해 다음과 같은 취지의 주장을 폈습니다.

‘조현준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해 사익을 추구하는 등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 및 충실 의무를 져야 할 이사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조 회장의 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고, 정관변경을 요구해야 한다.’

노동시민단체는 위 주장의 근거로 조 회장 관련 형사 사건을 자세하게 적시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물론이고 법원이 심리 중인 사건,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 공정거래위나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까지 모두 묶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1건에 불과합니다. 다른 사건은 공판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건입니다.

2012년 9월13일, 대법원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조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상 조 회장에 대한 대법원 선고는 지난해 9월12일자로 실효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 등이 ‘등기이사로서 의무를 저버렸다’며 근거로 제시한 나머지 케이스는 모두 ‘유죄 확정 전’ 사건입니다.

참여연대 등은 유죄 선고가 실효된 사건, 법원이 심리 중이거나 기소도 안 된 사건을 근거 삼아,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용의 위법성②] 시민단체의 국민연금 압박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효성 주주총회에서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요구한 노동시민단체 릴레이 기고. 사진=뉴스 화면 캡처.
효성 주주총회에서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요구한 노동시민단체 릴레이 기고. 사진=뉴스 화면 캡처.

우리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합니다(119조 1항).

민간 기업 경영에 대한 통제 또는 개입은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절(緊切)한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엄격하게 제한됩니다(같은 법 126조).

정부의 민간 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유민주적 경제 질서’의 기본 정신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나 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빌려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행태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유죄 선고의 효력이 실효된 사건, 현재 심리 중에 있는 사건, 기소조차 되지 않은 사건을 이유로 주요 기업 총수의 등기이사 연임을 반대하고, 이를 국민연금에 요구하는 행태는 기업 경영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표현의 위법성] 특정 기업 및 총수 實名 비난... 한계 벗어난 ‘표현의 자유’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는 A매체를 통해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촉구 캠페인 연속 기고’라는 문패를 달고 일련의 기사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공동기자회견에 이름을 올린 단체는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입니다. 이들 단체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등 경제 사회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반기업 친노조 성향’을 나타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6편으로 구성된 A매체의 릴레이 기고에도 ‘효성’을 직접 겨냥한 기사가 있습니다(③ 효성의 3대 주주로서 횡령·사익편취한 이사 해임 등 제안을). 이들은 기자회견과 기사를 통해 조현준 회장 관련 혐의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확정되지 않은 사건 혹은 기소조차 안 된 사건을 앞세워 특정 인물이나 기업을 범죄자 취급하는 행태는 ‘마녀사냥식 언론 재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공보준칙을 개정해, 수사 중인 사건의 언론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근본 취지를 고려할 때 주총을 앞두고 벌어지는 노동·시민단체의 움직임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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