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경제추락... 金銀·달러 사재기 조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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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모를 경제추락... 金銀·달러 사재기 조짐까지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8.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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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치솟는데도 골드바·금통장 수요는 지속
경기둔화 리세션 뚜렷, 안전 피난처 자산 이동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이기륭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사진=이기륭 기자

대내외 악재(惡材)가 줄줄이 겹치면서 금·은(金銀), 달러화와 같은 안전자산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방향성을 잃고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정부의 경제정책, 끝을 알 수 없는 미·중 분쟁과 한·일 관계 탓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갈수록 안전 피난처 자산(Safe Haven assets)으로 쏠리는 형국이다  

리세션(recession) 공포에 떨고 있는 한국 경제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리세션은 경기후퇴 국면으로 경제활동이 활기를 잃어 그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을 말한다. 경기둔화 흐름이 지속될수록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 심리는 뚜렷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통적인 투자 패러다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5일 서울의 한 금은방에서 돌반지 가격을 알아보던 정모(38·여)씨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예년 같은 경우 20만원 안팎에서 구매할 수 있었던 돌반지 값이 7만원 이상 뛰어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던 정씨는 결국 돌반지를 선물하려던 마음을 접고 유아용품 가격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4일 금값은 그램(g)당 6만88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말 4만5,970원이었던 금값이 6만원 선을 돌파해 연간 상승률 32.4%를 기록한 순간이다. 16일 오후 현재는 5만8,997원으로 상승세가 잠시 주춤하지만 그래프 곡선은 여전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금값이 치솟으면 투자자들이 판매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불안한 경제환경 탓에 오히려 금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쳐
사진=SBS 방송화면 캡쳐

KB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3월 34억5,000만원, 4월 87억7,300만원, 5월 171억9,600만원으로 점차 확대됐다. 7월은 73억6,900만원으로 5월보다 축소됐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8월 판매량은 다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통장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7월 말 기준 4,778억원을 넘나드는 14만7,519좌의 골드리슈(금통장)를 판매했다.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경기 불안에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차 짙어지고 있는 까닭에 8월 들어서는 골드리슈 판매량이 더욱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의 아우 격인 은도 덩달아 주목받는 분위기다. 지난달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의 코덱스(KODEX) 은(銀) 선물 ETF는 8.0%의 수익률로 전체 종목 가운데 월간 수익률 4위에 올랐다. 은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의 수익률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신한 레버리지 은(銀) 선물 ETN은 16.4%, 삼성 레버리지 은(銀) 선물 ETN은 16.1%의 수익을 냈다.

대표적 안전상품이라고 불리는 미국 달러화 투자 수요도 여전하다. 7월 말 기준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한 달 전보다 4.1% 증가하며 390억6,677만달러로 늘었다. 연초 1,1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상승하며 이달 5일 1,200원선을 돌파하자 달러화 추가 강세를 내다보는 시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환율이 잠시 주춤한 틈을 타 추격 매수를 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상황에서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에 맞불을 놓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금·은·달러화와 같은 안전자산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경기침체라는 표현이 과도하다고 주장하지만 경기흐름을 볼 때 리세션이 확실한 만큼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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