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지프 그랜드 체로키, 진정한 오프로드에 럭셔리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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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지프 그랜드 체로키, 진정한 오프로드에 럭셔리를 더하다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4.02.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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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대표 미드 사이드 SUV... 패밀리카의 정석
지프 특유의 거친 느낌에 정제된 세련미 더해
넓은 내부 공간... '광활한 적재 공간' 가족용 차량
온·오프로드 전천후... 6km/ℓ 낮은 연비 단점
사진=시장경제 DB
(왼쪽부터) 그랜드 체로키 L과 그랜드 체로키.
사진=시장경제 DB

그랜드 체로키는 모든 SUV의 시작을 표방하는 지프의 대표 모델이다. 중형 SUV인 체로키의 후속 모델로 한 단계 윗급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미드 사이즈 SUV 중 압도적 1위를 기록하는 등 랭글러와 함께 모기업인 스텔란티스를 먹여 살리는 효자 모델로 꼽힌다. 700개 이상의 최다 어워드 수상 경력을 보유했고, 전 세계 700만대 이상 판매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랜드 체로키는 1994년 우성산업을 통해 한국에 본격적으로 수입됐다. 당시 차량은 직렬 6기통 4.0ℓ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최고급 세단의 대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4륜 구동 SUV라고 하면 지프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우직한 군용 스타일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랜드 체로키는 다목적 고급 승용차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앞세우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5세대에 걸쳐 변화해 온 그랜드 체로키는 기존 모델 대비 덩치가 대폭 커졌다. 여기에 전장과 축거가 각각 320mm, 125mm 늘어난 롱바디 모델 그랜드 체로키 L까지 추가했다. 그랜드 체로키 L은 지프 브랜드 역사상 두 번째 7인승 모델이다.

 

30년간 진화하며 더욱 커지고 견고해져
다양한 편의장비 갖춘 럭셔리 SUV

지프가 3열을 더한 그랜드 체로키 L을 출시한 것은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래버스, 토요타 하이랜더,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텔루라이드, 폭스바겐 아틀라스 등의 미드사이즈 SUV들과 경쟁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30년간 진화를 거듭한 지프 그랜드 체로키는 더욱 커지고 견고한 성능에 더해 다양한 편의장비를 장착해, 완벽한 럭셔리 SUV로 거듭났다.

그랜드 체로키는 외관, 승차감, 주행 성능에 인테리어까지 미국적인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모델이다. 그랜드 체로키의 크기는 전장 490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 축거 2965m에 달한다. 트렁크는 기본 1068리터, 2열 폴딩 시 최대 2005 리터로 확장된다. 그랜드 체로키 L은 전장 5220mm, 전폭 1985mm, 전고 1795mm, 축거 3090mm로 기아 카니발, 현대 펠리세이드보다도 길다. 트렁크는 3열을 편 상태에서 기본 490리터, 2열 폴딩 시 최대 2390 리터로 늘어난다. 전동 트렁크 버튼은 두 모델 모두 트렁크 왼쪽에 자리 잡고 있어 어느 상황에서든지 편리하게 닫을 수 있다.

두 모델 모두 파워트레인은 V6 3.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최고 출력 286마력, 최대 토크 35.1kg.m로 무난한 성능이다. 하지만 지프의 콰드라-트랙 II 4WD 시스템과의 조합으로 강력한 견인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다수 센서가 사전에 토크 분포를 조정해 미끄러운 노면에 즉각 반응한다. 주행 조건에 따라 5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으로 도심의 온로드 주행은 물론 오프로드 험로 주행 시 모두 최적화된 주행 성능을 구현한다.
 

그랜드 체로키 L. 사진=시장경제 DB
그랜드 체로키 L. 사진=시장경제 DB


그랜드 체로키의 외관은 웅장한 매력이 있다. 기존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전면부를 살펴보면 그랜드 체로키의 시그니처인 7 슬롯이 슬림한 라이트와 만나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을 준다. 측면의 캐릭터라인은 헤드램프부터 테일램프까지 일직선으로 연결돼 일체감이 돋보인다. 후면에 얇게 자리 잡은 테일램프는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실내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10.1인치 대형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으며 각종 정보를 보기 쉽게 표시해 주행 시 운전자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이 적다. 도어 트림과 스티어링 휠에도 우드와 가죽, 알루미늄 소재를 적절히 활용해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그랜드 체로키의 시트는 편안하면서도 안락하다. 어떠한 주행 환경에서도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튀어 오르지 않는다. 2열 역시 편안한 착좌감과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그랜드 체로키 L의 3열은 형식적인 의자가 아닌 실용성을 갖춘 진짜 '좌석'이다. 장신이 아니라면 성인이 앉아 이동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수준의 공간을 확보했다. 게다가 과속 방지턱을 넘어도 3열에 큰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안락하고 편안한 실내... 주행 안정감 우수
험로 돌파 능력 갖춰 레저용으로도 적합

그랜드 체로키는 고배기량 엔진 특유의 웅장한 소리를 낸다. 급가속 시에는 자연흡기 특유의 우렁차면서도 공격적인 소리를 내며 튀어 나간다.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기대 이상의 가속력이다. 고속 주행에서도 차체는 흔들림이 없다. 엔진소리와 외부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긴 하지만 대화가 불가능하거나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그랜드 체로키. 사진=시장경제 DB
그랜드 체로키. 사진=시장경제 DB

 

차량의 진가는 험로 주행에서 빛을 발한다. 두 차량을 시승할 때 차고를 높이고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중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자갈이나 모래 등을 만나도 차체가 흐트러지는 일은 절대 없었다. 경사로도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 가뿐히 올라간다. 승용차라면 조심스럽게 지나야 할 길도 그랜드 체로키는 속도를 줄일 필요가 없다.

눈이 쌓인 산길을 달리기도 했다. 윈터 타이어가 아닌 사계절용 SUV 타이어를 장착했지만 많은 눈이 쌓인 도로에서도 조향에 문제가 없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프의 4WD 시스템이 땅을 붙잡고 거침없이 차를 이끌었다. 3.6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강력한 출력을 조절하며 구동력을 배분하는 능력이 매우 우수했다. 차량의 사륜구동 시스템 작동 상황은 실시간으로 계기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과욕만 부리지 않는다면 어떠한 길에서도 과감하게 나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랜드 체로키는 럭셔리 플래그십 SUV라는 명성에 걸맞게 110개 이상의 안전 편의 사양을 대거 장착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고(ACC), 액티브 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 보행자/자전거 감지 긴급 브레이킹 시스템, 전/후 센서 주차 보조시스템, 후방 카메라 등은 기본이다. 고급 트림인 오버랜드에는 360 서라운드 뷰 카메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이 추가됐다.

여기에 그랜드 체로키 L은 마사지 시트 기능, 조수석 승객을 위한 모니터, 2~3열 탑승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뒷좌석 모니터링 카메라,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이미지를 계기판 디스플레이에 표시하는 동물/사람 감지 나이트 비전 카메라 시스템, 자동 주차 보조 시스템 등을 추가로 장착했다.

그랜드 체로키는 오프로더의 강인함과 프리미엄 SUV의 고급스러움을 모두 갖춘 차량이다. 도심에서는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돋보이고, 레저 활동 때에는 거침없는 오프로더로 변신한다. 다만 큰 차체에 따른 주차 스트레스와 실주행 시 리터당 6km 내외에 불과한 낮은 효율성은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차감과 적재 능력까지 갖춘 점은 매력적이다. 지프의 전통적인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을 갖춘 매력적인 차량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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