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新중년②] 더위도 날린 취업 '간절함'... 인생 이모작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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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新중년②] 더위도 날린 취업 '간절함'... 인생 이모작 '후끈'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6.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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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저널-상상우리 공동기획, ‘인생 2막’을 만나다
[르포]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현장을 찾아서

눈높이 낮춰도 ‘나이’ 걸림돌…현실 앞 좌절하는 그들
구직자도 기업도 ‘열린 마음’ 필요

 [편집자 註] 오늘, 중장년은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평균 49세에 연간 80만명 퇴직 시대. 곧 60세에 편입된다. 고령화, 고세금, 저성장 굴레에 얽매여 벌써 삶은 9회 말이다. 사회적 책임감이나 연대도 약해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부터 준비해서 길목을 지켜야 한다. 최소 공 3개(스트라이크)의 기회는 있고, 타석에 서면 ‘세이프 인생’도 가능하다. 사회적기업 상상우리 공동기획으로 숨 고르기와 9회 말 역전을 노리며 ‘인생 2막’을 설계해본다. 중장년은 ‘복지대상’이 아니라 ‘복지 해결 주체’다.    

1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 아트홀1관에 마련된 각 기업 부스에는 오전 10시부터 인생2막을 준비하는 중장년 구직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중년으로 불리기에 아직 젊어보이는 트렌디한 ‘젊은 중년’에서 노년을 목전에 둔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년까지 다양했다.

이날 오전 일찍 박람회장을 찾은 김OO(남.59세) 씨는 “전 직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 육체적 피로가 심해 그만둔 후 새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다”며 “중장년을 위한 구직 박람회 현장에 오면 제 연령대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 수 있을까 호기심 차원에서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주최한 ‘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40~64세 중장년에게 일자리 정보와 취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에는 2천여명이 찾아 성황을 이룬 가운데 구직자들을 위해 맞춤형 채용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 취업상담도 진행했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관한 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가 15일 개최됐다. 재취업을 위해 박람회를 찾은 중장년들이 곳곳에 위치한 기업 부스를 찾아 상담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은 주최측이 마련한 특강 모습.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주관한 2023년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가 15일 개최됐다. 재취업을 위해 박람회를 찾은 중장년들이 곳곳에 위치한 기업 부스를 찾아 상담하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은 주최측이 마련한 특강 모습.

 

박람회에서는 이들을 위해 CJ프레시웨이, 노보텔 앰배서더, 카카오T 블루, 딜리버리N 등 사기업은 물론 서울시 중구시설관리공단과 같은 자치구 투자·출연기관까지 60여개 기업의 채용 정보가 소개됐다. 이들 기업이 위치한 각 부스에는 구직자와 기업 인사 관련 담당자들 간 상담 및 현장 채용도 활발히 진행됐다. 또 전문 컨설턴트가 상주하며 취업 상담을 하고 이력서 작성과 면접 노하우를 알려주는 '내일(my job) 설계관'도 운영됐다.

박람회 현장을 찾은 구직자들은 채용 동향을 파악하거나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컨설팅을 받기 위해 부스를 도는 등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금융업계에서 일했다는 장OO(남.55세) 씨는 “퇴직 때 회사에서 연수를 시켜줬는데, 그곳에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같은 곳과 많이 접촉해보라고 조언해줬다.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구직신청도 하면서 박람회가 개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여기 오면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제 동기나 다른 사람에게도 공유해줄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둘러보러 왔다”고 했다.

장 씨는 “퇴직 전에는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면 이후엔 하고 싶은 일을 해보자는 심정이 크다”며 “급여 수준을 떠나 보람과 재미를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구하고 싶다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박람회를 통해 취업할 수 있을까 기대는 하고 왔지만 잘될지 모르겠다”는 김OO(여.52세)는 “퇴사한 지 한 달 된 50대 여성으로 그간 구직 활동을 해보니 취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사회복지사로 일했다는 그는 “예전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했을 때 200만원 정도 급여를 받았는데, 현재도 (같은 직종) 저희 급여가 200~250이다. 30년이 지났는데, 물가상승률에 비해 임금은 너무 적고 요구하는 사항, 스펙은 많다. 잡 퀄리티가 떨어지고 계약직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장 씨는 특히 재취업에 있어 최대 난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이를 들었다. 그는 “어제도 젊은 사람들과 같이 면접을 봤는데 나이가 많으니 일단 불리한 점이 많다”며 “또 정규직을 잡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중장년뿐 아니라 2030, 실버세대 역시 일자리를 필요로 하니 정부가 나이별 계층을 나누기보다 적재적소에 인재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매칭하는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박람회장 출입구 한쪽에 마련된 채용공고게시판에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들이 몰려들었다. 많은 기업 채용 공고가 붙어있지만 막상 이들에게 돌아갈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박람회장 출입구 한쪽에 마련된 채용공고게시판에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구직자들이 몰려들었다. 많은 기업 채용 공고가 붙어있지만 막상 이들에게 돌아갈 자리는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 “나이가 많아 죄송합니다~” 중장년 구직자, 현실 벽에 ‘현타’

일자리를 찾아 중장년 취업 박람회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나이에 대한 편견’을 재취업의 최대 걸림돌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은행에서 정년퇴직한 후 구청에서 일년 반 동안 도시재생사업 팀장으로 일했다는 김OO(남.60세) 씨는 “임원으로 직장생활을 마쳤고 석사 따고 여러 자격증도 많은데 항상 나이에서 걸린다”며 “원하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약간 낮은 수준의 일자리는 거의 없고, 그렇다고 눈높이를 대폭 낮추기는 망설여진다. 또 설령 가겠다고 하더라도 채용담당자가 안 뽑을 것 같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해외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해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다는 전OO씨(남.48세)도 비슷한 소감을 전했다. 전 씨는 “지하철 광고를 보고 경험차 박람회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교육IT 분야의 일을 했다는 그는 “한국을 떠난지 오래돼서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는데 미국과 분위기가 달라서 깜짝 놀랐다”며 “채용공고를 보고 경기도 쪽 한 회사에 전화했는데 먼저 묻는 말이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였다. 그리고 사진 있느냐, 한국에서 살 때 어디에서 살았느냐 하는 것이다. 취업 인터뷰 때 미국에서는 나이와 같은 개인 신상에 관해 묻는 것은 법에 저촉되는데 한국은 실제 직무와 상관없는 질문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관련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지난 2020년 5월 40세 이상 중장년 구직자 2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실태조사 결과, 중장년 구직자 10명 중 4명은 직종을 바꿔 재취업하겠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연령제한’이었다. 이들에게 무조건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으라’는 조언은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조언일 수 있다. 이들이 고임금과 높은 대우를 받던 화려한 과거만 고집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중장년들의 인생2막 설계와 전직, 이직, 재취업 등을 돕는 (주) 상상우리. 중장년의 경험이 사회 혁신의 자원이 된다는 소셜 미션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이번 박람회에 참가했다. 

재취업에 나선 중장년층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를 탑재하는데 기업들의 열린 자세도 중요하다. 젊음 대신 수십년간 쌓은 경험과 노련함을 사는 만큼 편견없이 이들을 바라봐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람회에 참여한 교육관련 기업 단비교육 조미옥 센터장은 “직무와 관련해서 나이가 많아도 괜찮냐는 문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오히려 육아 경험이 있는 노련한 4050을 선호한다. 요즘은 중장년이라도 실제 건강하고 어려 보여서 현장 대응도 잘해 나이가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준비된 자만이 취업한다! 중장년 재취업 요건

다만 구직자들이 준비없이 무작정 취업전선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정부나 지자체 등 중년 재취업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취업을 원하는 분야 자격증 취득 등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교육받고 갖춰야 한다.

선진상운 신준호 인사과장은 “저희 부스에 오신 분들 대부분이 일단 한번 물어보자는 기분으로 준비없이 오셨다”며 “기본적으로 갖춘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저희가 하나하나 다 설명을 해드려야 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상상우리 이준연 상담팀 수석 컨설턴트는 “어떤 분야든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역량도 있어야 하고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하는데, 박람회에 오신 분들을 상담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분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업의 문을 두드리면 시행착오를 겪고 많은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 혼자서 노력하는 것보다 전문가나 전문 회사의 도움을 받아 함께 노력한다면 길을 찾을 수 있다. 우리 부스에 오신 분들에게 그런 방법들을 안내해 드렸다”고 말했다.

중장년들의 인생2막 설계와 전직, 이직, 재취업 등을 돕는 (주) 상상우리. 중장년의 경험이 사회 혁신의 자원이 된다는 소셜 미션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이번 박람회에 참가했다. ​
중장년들의 인생2막 설계와 전직, 이직, 재취업 등을 돕는 (주) 상상우리. 중장년의 경험이 사회 혁신의 자원이 된다는 소셜 미션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이번 박람회에 참가했다. ​

중장년을 지원하는 ‘서울런4050’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으로 열린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진행됐다. 오전부터 방문 구직자들로 북적이던 부스들은 오후 마무리 즈음에야 한산해졌다.   

홍선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업운영본부 남부캠퍼스팀 팀장은 “이번 박람회는 중장년층이 원하는 일자리 수요와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 채용 고민을 풀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나누고자 준비하게 됐다”며 “예산 등 문제로 확답은 할 수 없지만 긍정적 효과가 확인된다면 다음을 기약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중장년층의 다양한 일자리 욕구와 갈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박람회가 중장년 삶의 재도약에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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